바다는 경계가 없다지만 바닷길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 도전의 장이었지만, 바닷길을 내는 데는 돌이킬 수 없는 희생도 따랐다. 그 참사로 새로운 해상 안전 기준이 만들어져온 역사는 안타까우면서도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참사 이후 1914년에 채택된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협약)이 그러하다. 솔라스 협약은 해상에서의 인명 안전을 다룬 사상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오늘날까지도 선박 안전관리의 국제적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솔라스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선박들이 있다. 국내 연안을 항해하는 중소선박들로, 대표적인 사례가 중소형 어선이다. 지난해 국내 해양 사고의 96%가 연안에서 발생했고, 사고 선박의 85%는 연안을 항해하는 총톤수 100t급 미만의 소형선으로 파악됐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제·개정하는 선박 안전 관련 국제협약은 여객선과 총톤수 500t 이상의 국제해운 선박 중심이다. 해양사고 선박 관리도 솔라스 적용 대상 선박은 현황 조사·보고에서 통계 관리까지 체계적이다.
반면 연안 중소선박 등 솔라스 협약 밖의 해양사고 선박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의 현황 조사나 보고관리 시스템이 미비하며, 통계자료 집계 또한 체계적이지 않다.
연안 중소선박에도 해상에서의 인명 안전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하고, 선박 안전 기술협력을 위한 초국적 공론장이 있었다. 지난 2016년부터 두 해 연속 열린 ‘중소선박 안전기술 포럼’은 500t 미만 중소선박의 초국가적 안전관리 체계를 공론화한 대담한 시도였다.
당시 공단은 노르웨이와 일본 인도네시아 등 각국 전문가를 초청해 중소선박 안전관리 사례를 공유하고, 연안을 항해하는 100t 미만 선박의 안전 기술 동향과 정책 현안 등을 논의했다.
공론장에서 연안 중소선박의 안전관리 체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시도한 중소선박 안전기술 포럼 외에도 공단은 국제 해사 어젠다를 국내 관련법과 해사안전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부 노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IMO 회원국감사(IMSAS) 대응 주관기관으로서, IMO의 우리나라 수감에 대비해 국제협약의 국내법 도입과 이행 현황을 관리하고 있다.
IMO 회원국 감사에서 최우수 성과 달성에도 기여했다. 국내 해양교통안전체계의 고도화를 위해선 국제협약 동향을 신속히 파악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제도화해야 한다. 150년 전 영국 정치가 플림솔(Plimsoll)이 선장의 주관에 따라 선박 화물을 적재하면서 초래한 인명 피해를 예방하려고 제안한 만재흘수선(Plimsoll-Mark)이 1966년 국제협약을 거쳐 1969년 국내법으로 법제화된 사례처럼 말이다.
공단의 역할은 국제 해사 업무의 정부 가교가 되는 것이다. 중소선박의 해양사고 저감을 위한 초국적 공론장을 재개하는 과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IMO를 중심으로 연안 해양교통 안전을 위한 국제협력 모델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바닷길을 만들기 위한 공단의 국제적 행보에 많은 지지와 격려를 부탁드린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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