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경영권 매각이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해양수산부 조승환 장관은 기자단과 만나 “HMM 지분 매각의 방향성을 큰 틀에서 짚고 넘어가자는 차원에서 (민영화 방침을) 대통령에 보고했다”며 대통령 업무보고가 민영화를 곧바로 추진하는 절차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 장관은 앞서 지난 8월1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HMM 경영권 민간 이양 계획을 보고하면서 10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지분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공공기관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식으로 민영화 여건을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을 언론에 밝힌 바 있다.
현재 HMM 지분은 산업은행에서 20.69%, 해양진흥공사에서 19.96%, 신용보증기금에서 5.0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HMM을 민영화하려면 불황기에도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해운 초호황의 배경이 된 코로나발 물류난의 개선으로 시장도 동반 침체되는 상황에서 2026년까지 120만TEU로 선단을 확장하는 HMM의 사업전략이 시장에서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불황 사이클을 겪어봐야 우리 해운업이 경쟁력이 있는지 알 수 있지 않겠나.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현재의 선단 규모, 즉 100만TEU로는 자립하기 힘들고 최소 250만TEU를 확보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정부 지원 필요성의 유무를 결정하려면)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조 장관은 HMM 매각을 두고 언론에서 너무 앞서 나간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아직까지 정부에서 확정된 안이 없는데도 언론에서 추측성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분 매각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하든 주식시장에서 단계적으로 하든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매각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어 “아직까지 관계 기관과 HMM 매각을 협의하지 않고 있다”며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이 서로 만나 (HMM 매각을) 얘기할 순 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해운산업이 공영화할 산업은 아니라고 본다”며 독일 지방정부에서 지분을 인수한 하파크로이트 방식이 아닌 민간으로의 경영권 이양 방침이 확고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 장관은 선원 노조에서 주장하는 선원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해선 “해기(해사기술) 전승의 큰 방향에서 논의돼야 할 부분”이라며 “우리나라 해기 전승 정책의 로드맵을 만든 뒤 연금제도나 교육 등의 선원 복지 제도를 검토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