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8월 선박 수출액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신조선 발주 감소와 고부가선박의 인도 급감으로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띠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월 선박 수출액은 12억1000만달러(약 1조6400억원)를 기록, 전년 동월 16억3100만달러 대비 25.8% 줄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의 인도가 줄어든 게 선박 수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8월 8척이었던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수출 척수는 올해는 4척으로 반 토막 나며 수출액은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22년 수출의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한 발주 감소, 저선가 시기에 수주한 물량인 상황에서 고부가가치선박인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수출 감소 등으로 선박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고 말했다.
8월 선박수출액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띠었지만 신조 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조선업계에 고무적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대형컨테이선 평균 선가는 1억5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선가인 1억4800만달러에서 4.7% 상승했으며, 2년 전인 1억200만달러와 비교해 52%나 뛰었다.
반도체 수출액 26개월만에 감소세…무역적자 ‘역대최대’
우리나라 무역 적자는 정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수출액도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전년 대비 6.6% 신장한 566억7000만달러(약 76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22개월 연속 증가했다. 8월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지난달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서면서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로, 5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품목별 수출액을 보면, 15개 중 8개 품목이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효자 수출상품인 반도체는 16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기록했음에도 전년 대비 7.8% 감소한 107억8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신규 CPU 출시 연기와 구매력 저하 등에 따른 소비자용 IT 수요 둔화, D램·낸드 가격 하락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
컴퓨터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PC·노트북 등 전자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 등 주요시장의 수요 위축이 작용하면서 30% 급감한 11억5000만달러를 기록,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디스플레이는 수출 단가 하락 여파로 5.7% 감소한 18억3000만달러, 석유화학은 최대수출국인 중국의 유화제품 자급률 제고 정책 등으로 11.7% 감소한 44억달러, 바이오헬스는 지난해 8월의 높은 기저효과로 소폭 감소한 12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이 밖에 가전 섬유 무선통신 등도 수출액이 감소한 품목으로 나타났다.
3대 에너지 수입액 92% 폭증
수출액을 지역별로 보면, 도시 봉쇄와 우크라이나 사태 침공,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중국 중남미 CIS(독립국가연합)가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면서 성장세 회복 지연이 관측되는 가운데, 석유제품 반도체 무선통신 등의 품목 수출 감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5.4% 줄어든 131억30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중남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차부품 가전 석유화학 등 품목 감소로 4.1% 감소한 22억3000만달러, CIS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차부품 철강 등의 주요 품목 수출이 줄어들며 10.6% 감소한 8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인도는 철강과 일반기계 차부품 등 주요 품목의 호조로 27.1% 신장한 16억3000만달러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미국은 자동차 석유화학 차부품 등 주요 품목의 선전으로 13.7% 증가한 87억6000만달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등의 수출이 늘면서 21.7% 증가한 108억6000만달러, 유럽연합(EU)은 석유제품 이차전지 일반기계 등의 증가 영향으로 7.3% 늘어난 54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 밖에 일본은 2.2% 증가한 25억8000만달러, 중동은 7.8% 증가한 13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8월 수입액은 에너지·원자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전년 대비 28.2% 증가한 661억5000만달러(약 89조6000억원)로, 6개월 연속 600억달러대를 상회했다. 특히 에너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원유 가스 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92% 폭증한 185억2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지속되는 높은 에너지 가격, 주요국 긴축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수요약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수출 증가세 둔화와 수지 악화를 유발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달 31일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고 무역금 융·물류·해외인증 등의 수출지원 확대와 수출현장의 규제해소를 통해 우리 업계 수출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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