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영흥도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부두 시설을 파손하는 사고를 낸 그리스 파나막스급 화물선이 인천항을 출항했다.
9일 인천해양경찰서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전 8만7800t(재화중량톤)급 석탄운반선 <플레차>(Flecha)호는 러시아에서 실은 석탄을 하역하려고 인천 영흥 화력발전소 부두에 접안하다 화물 하역 장비와 선박 계류시설에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선박은 해수면보다 1m가량 높은 위치의 선체 일부가 가로로 약 4m 찢어지는 손상을 입었고 부두는 석탄 하역기와 선박 충격흡수장치 등의 장비가 부서지는 피해를 봤다.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해경은 피해 규모가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영흥 화력발전소가 수리 기간인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 동안 해당 선석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추가적인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흥 부두는 총 3개 선석을 두고 있다.
인천해경은 사고 선박 선장인 외국인 A씨(60대)를 업무상과실선박파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사고 당시 선박에 승선했던 도선사 B씨(60대)를 도선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해경은 CCTV(폐쇄회로티비) 감식 결과 선박의 과속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선박은 사고 당시 부두 접근 1해리 전에 7.4노트로 운항하다 접안을 앞두고 3노트로 감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흥부두에서 과속으로 선박 사고가 난 건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인천항 도선 표준매뉴얼은 접안 속도를 부두 접근 1해리 전 5노트 이하, 접안 전 1노트 이하의 속력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유연탄 하역업무지침에도 1노트 이하의 속도로 접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04년 7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지어진 사고 선박은 그리스 선사 TMS드라이 소속으로, 몰타에 선적(船籍)을 두고 있다. 일본선급협회(NK)에서 선급증서를 취득했고 선주배상책임보험(P&I보험)은 노르웨이 가르(GARD)에 가입해 있다.
선박은 지난 7일 사고 조사를 마친 뒤 영흥부두를 출항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AIS(선박자동식별장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동중국해를 항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선박은 파손된 부분을 수리한 뒤 일본선급의 검사를 마치고 출항했다”며 “향후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선박대리점을 상대로 담보를 확보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의로 사고를 내지 않은 이상 도선사가 재물손괴죄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선체가 4m 정도 길게 찢어졌기 때문에 선박의 효용을 상실하게 하는 업무상 과실 선박 파괴죄가 적용될 수 있고 중과실이 되면 도선사의 책임 제한이 적용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