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양산업계가 원양을 항해할 수 있는 비상예인선박(ETV)를 연내 도입하는 데 힘을 모은다.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과 한국해운조합 임병규 이사장, 해양환경공단 한기준 이사장,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박영안 회장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해운빌딩 10층 대회의실에서 ‘원양구난선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단체장은 대형 해난사고를 예방하고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처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원양 ETV를 투입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상호 협력키로 했다. 재원 확보와 구체적인 운영방안 등을 논의할 기구를 만들어 원양구난선박을 연내 도입하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협약서엔 ▲원양구난선의 신속한 도입과 운용 ▲원양구난선 운용을 위한 법인의 설립과 운영 ▲해난사고 예방활동 등에 대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TV란 육상의 소방차와 구급차 역할을 겸하는 다목적 구난선을 일컫는다. 조종불능 선박 비상예인과 인명 구조와 응급 처치, 기름오염 방제작업 등을 두루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7만7000t의 중유를 싣고 가다 스페인 해상에서 침몰해 환경 재앙을 일으킨 <프레스티지>호 사고 이후 각국에서 ETV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11년 현재 스페인에서 14척, 독일에서 8척, 노르웨이에서 7척을 운영하는 등 <프레스티지>호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유럽에서 앞다퉈 도입했다. 중국에선 중국구조구난국(CRS), 일본에선 니폰샐비지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형 국적선 해난사고 발생에 대비해 ETV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채산성 확보가 어려워 유야무야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정태순 해운협회 회장은 “과거 허베이스피리트 사고는 우리나라에 원양구난선박이 없어 항만예인선이 예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당시에 원양구난선박이 예인을 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제2의 허베이스피리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국내해운업계가 해수부와 함께 구난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을 격려하고자 참석한 해양수산부 정태성 해사안전국장은 “원양구난선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었지만 선박 도입과 운영비 등의 문제로 진전이 없었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우리나라 국력에 걸맞은 해난구조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해수부도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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