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항능력 결여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영국해상보험법상의 근인설에 따른 근인관계보다 그 범위가 넓은 광의의 개념이라는 최근의 판례를 중심으로
(2) 운항능력 주의의무: 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박의장과 필요품의 보급(제2호)
운송인은 선박이 항해를 원만히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격을 갖춘 적정 인원수의 선장과 선원을 승선시키고, 선박의장과 필요품을 갖추도록 주의를 다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선박소유자에게는 자기소유의 선박이 발항할 당시 안전하게 항해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적, 물적 준비를 해 감항능력을 확보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감항능력 주의의무의 내용에는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하는데 필요한 자격을 갖춘 인원수의 선장과 선원을 승선시켜야 할 주의의무가 포함돼 있는 것이므로 선박의 출항당시 관할 항만 당국으로부터 취직공인을 받은 선장이 승선하지 아니했고, 이러한 사실을 위 선박의 소유자가 알지 못했으며, 보수교육을 받지 아니해 어로장으로서의 취직공인마저 받지 못한 어로장이 위 선박의 항해를 지휘하다가 그 항해상의 과실로 사고를 일으켰다면, 비록 그 어로장이 선장과 동종의 해기면허를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위 선박은 출항당시 인적 감항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선박의 소유자에게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항능력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9년 11월24일 선고 88다카16294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고, “약 2개월의 경험밖에 없는 항해사는 안전항해 능력이 부족하므로 그의 항해상 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해 선박소유자는 상법 787조(현행상법 제794조)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75년 12월23일 선고 75댜83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해기사면허가 없는 선원이 승선한 경우 인적 감항능력을 결여한 것으로 추정되나 면허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며(대법원 1995년 8월22일 94다61113 판결), 면허가 있더라도 승선한 선장이 알콜중독이거나 성격이 포악하고 호전적인 경우 감항능력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선박의장은 닻, 나침반, 해도, 선박국적증서, 승무원명부, 항해일지, 적하목록 등 당해 항해에 필요한 장비나 서류 등을 말하고, 필요품은 연료, 물, 식량 등을 말한다.
대법원은 “선적항을 출항해 항해하던 중 레이더 장비의 노후에 따른 성능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상적인 점검을 받고 선용품도 공급받기 위해 다른 항구로 이동했다면 선주는 선적항을 출항할 당시 선박에 설치된 레이더 장비의 성능과 고장 여부를 점검해 감항능력을 유지 확보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발항 당시 레이더에 관한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이행을 다하지 아니한 선박이 출항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더의 수리 점검 및 선용품 공급을 위해 예정된 항로를 변경한 것은 정당한 이유로 인한 이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해, 레이더의 노후로 인한 성능문제를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았다(대법원 1998년 2월10일 선고 96다45054 판결).
(3)감하능력 주의의무: 선창·냉장실, 그 밖에 운송물을 적재할 선박의 부분을 운송물의 수령, 운송과 보존을 위해 적합한 상태에 둘 것(제3호)
감항능력에는 위와 같이 운송물의 수령 운송과 보존을 위해 적합한 상태를 의미하는 감하능력주의의무(cargoworthiness)를 포함한다.
대법원은 “선박은 약정된 항해에서 통상 예견되는 황천(荒天) 기타 기상이변에 대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인바, 해당 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이나 삼각파도에 의해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 없이 화물창구 덮개의 일부만이 파손됐다면 발항 당시 선박이 불감항의 상태에 있었고, 선주 또는 그 선박사용인이 발항 전 상당한 주의로써 선체의 각 부분을 면밀히 점검 조사해 감항능력의 유무를 확인했더라면 화물창구 덮개의 노후 등 하자를 발견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선박의 화물창구 덮개 일부가 파손되고 거기로 해수가 유입돼 운송물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이나 삼각파도에 의한 화물창구 덮개의 일부 파손을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았다(대법원 1998년 2월10일 선고 96다45054 판결).
다. 운송인의 감항능력 주의의무 위반의 효과
해상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 기타의 선박사용인 등 이행보조자가 발항 당시에 선박의 감항능력에 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화물이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감항능력 주의의무에 대한 상법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이러한 운송인의 주의의무를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약정은 무효로 해석될 것이지만(상법 제799조 1항, 제839조 1항), 운송인이 위 규정보다 더 강한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약정은 유효한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편면적 강행규정). 감항능력 주의의무는 항해과실 등 면책을 향유할 수 있는 우선적 의무로서 기능하므로 이를 갖추지 못한 경우 항해과실 면책 등의 권리를 향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운송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그 손해가 선박의 불감항(감항능력 결여)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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