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도회사 캔자스시티서던(KCS)이 캐나다 철도회사 품에 안겼다.
캐나다퍼시픽철도(CP)는 지난 15일자로 KCS와 합병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310억달러(약 36조6900억원)로, 이 금액엔 KCS 부채 38억달러도 포함돼 있다.
이번 거래는 양사 주주총회와 경쟁당국 승인 절차를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KCS는 지난 5월 캐나다내셔널철도(CN)와 맺었던 합병계약은 해지했다. KCS는 당초 CN과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하려고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었다. 계약 해지로 KCS는 7억달러의 위약금을 물게 된다.
이로써 CP는 CN과 벌였던 KCS 인수전에서 최종 승자가 됐다. 그동안 캐나다 철도회사들은 미국 중부 철도회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CP는 지난 3월 총액 290억달러(약 34조3000억원)에 KC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KCS가 CP의 제안을 받아 들여 거래가 성사되나 싶었지만 한 달 뒤 CN이 껴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CN은 337억달러(약 39조8600억원)를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CP가 써낸 가격보다 무려 5조4500억원 많은 금액이었다.
CP가 이에 대응해 다시 가격을 올릴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 회사는 가격 인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추가 제안이 없자 KCS 이사회는 지난 5월 CP와 한 합병 합의를 파기하는 한편 CN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2달이 지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규모 기업에 불리한 합병을 검토하고 계약이 체결된 합병도 이의를 제기하도록 명령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법무부 반독점국과 기업 합병 지침 재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고 판단한 CP는 지난 8월 310억달러의 수정된 인수안을 제시하며 다시 거래에 뛰어들었다.
결국 미국 육상교통위원회(STB)가 8월31일 CN과 KCS의 합병이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해 불승인하면서 CP가 인수전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STB는 지난 5월 일찌감치 CP와 KCS의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CP는 멕시코에 자회사를 둔 KCS 인수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 걸친 북미 최초의 광역 철도회사로 도약한다. 통합 후 매출 규모는 87억달러(약 10조3000억원)로 CN의 138억캐나다달러(약 12조8700억원)의 80% 선까지 상승한다.
북미지역 화물철도회사는 매출 규모별로 3그룹으로 나뉜다. 규모가 가장 큰 1급 철도회사는 미국 UP BNSF 노퍽서던 CSX KCS 5곳과 캐나다 CN CP 2곳, 멕시코 페로멕스 캔자스시티서던드멕시코 2곳 등 총 9곳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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