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항로는 항만 적체로 골머리를 앓았다. 7월 중순부터 보스토치니항의 갠트리크레인(STS) 고장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러항로를 서비스하는 선사들은 항만 기항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수출 쿼터제를 실시함에 따라 물동량은 뒷걸음질 쳤다.
보스토치니에 기항하지 못한 선박들이 인근 항만으로 몰리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체선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는 “극동 러시아 주요 항만에서 하역 대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물동량도 많이 밀려 있다”면서 “평균 지연이 10일에서 14일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고, 항만 적체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7월 한러 수출항로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2만3200개를 실어날라 전월보다 22.6% 감소했다. 주 평균 5800TEU로, 블라디보스토크행과 보스토치니행 화물은 각각 3400TEU, 2400TEU로 집계됐다.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 물동량은 4000TEU를 기록했던 전달보다 15% 감소세를 보였다. 보스토치니항은 6월 3500TEU와 비교해 31.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동러시아를 오간 수출 화물은 지난 5월 3만800TEU로 정점을 찍은 이후 두 달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러항로의 수출 컨테이너 운임 급등은 멈추지 않았다. 8월 중순 기준 TEU당 약 3500달러로 전달의 3200달러보다 9% 올랐다. 지난 해 같은 기간의 400달러보다 약 9배 높다. 일부 화물에는 프리미엄이 형성되며 4000달러 이상을 부과하고 있다. 한러항로를 서비스하고 있는 선사들은 운임 인상 카드를 꺼내며 운임 강세는 거침없는 질주를할 것으로 보인다.
장금상선은 보스토치니항의 체선이 악화되면서 8월15일부로 TEU당 75달러의 항만혼잡료를 부과하고 있다. CMA CGM은 8월15일부로 아시아-극동 러시아 항로에 성수기 할증료(PSS)를 적용하고 있다. 이 시기는 스노타이어 등 겨울용 계절성 화물이 집중되는 성수기에 해당됐지만, 올해는 항만 체선 심화로 모든 화물들이 쌓여가면서 동절기 품목 특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7월 한 달간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중심으로 1만3천여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가운데 자동차 부품 등 관련 물동량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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