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자에 이어>
- 평석 -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는 선박에 탑승하기 위한 승강교를 이용해 선박에 오르던 중 낙상해 부상을 입은 낚시꾼이 선주에게 배상 책임을 물었으나 선주의 책임을 인정하지 아니한 사례를 소개한다.
2. 사실관계
본건 사고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로에서 ‘H해상관광유람선’이라는 상호로 여객운송업을 하는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17년 10월31일 6:18경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로에 있는 선착장에서 원고가 소유한 ‘H301호’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 탑승하기 위해 원고가 설치해놓은 승강교1)(이하 ’이 사건 승강교’라고 한다)를 이용해 위 선박에 오르던 중 어깨에 메고 있던 아이스박스의 끈이 위 승강교 핸드레일에 걸리면서 선착장 바닥으로 떨어졌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좌측 경골상단의 폐쇄성 골절, 좌측 외측반달연골의 찢김, 기타 좌측 무릎의 타박상, 일차성 무릎 관절증 등을 입었다.
라.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부상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3. 당사자의 주장 및 법원의 판단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피고는 1)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2) 여객운송업을 하는 원고에게는 승객이 이 사건 선박에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원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상법 제14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에 설치·보존상 하자는 없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났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 법원의 판단
가) 원고가 피고에게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원고가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를 설치하거나 보존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① 원고는 승객이 이 사건 선박에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통상 선착장에서 사용하는 이 사건 승강교를 정상적인 위치에 정상적으로 설치해놓았다.
② 이 사건 승강교의 핸드레일은 승객들이 이 사건 선박에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이지 탑승에 장애가 되는 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승강교의 핸드레일에는 승객의 신체나 짐이 걸려 탑승에 장애가 될 만한 돌출된 부위도 없다.
③ 피고는 어깨에 메고 있던 아이스박스의 끈이 이 사건 승강교의 핸드레일에 걸려 바다가 아닌 선착장 바닥으로 추락했는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과 선착장의 간극이 넓었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이 사건 승강교 설치에 하자가 있다는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④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과 이 사건 승강교 사이의 거리와 높낮이가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거나 이 사건 선박과 이 사건 승강교가 심하게 흔들려 승객의 안전한 탑승을 위해 원고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⑤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승강교를 이용해 이 사건 선박에 오르던 피고가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어깨에 메고 있던 아이스박스의 끈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가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상법상 여객운송인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가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를 설치하거나 보존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상법상 여객운송인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결론에 대신해
여객이 선박에 승선하는 중 또는 하선하는 중에 부상을 입는 사고는 상당히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본건과 같은 작은 낚싯배에 오르는 승강교에서는 승객이 주의하지 아니하면 쉽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승강교가 공작물이므로 그 설치와 보존에 하자가 있는 경우 공작물 책임의 법리에 따라 그 승강교의 점유자(2차적으로 소유자)는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 또한 선주는 승객과의 여객운송계약에 따라 선박의 승선, 하선 시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이 사건에서는 선주의 채무불이행 책임 또한 승강교의 설치 보전에 있어서 안전성을 흠결한 하자가 있는 경우를 전제로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배척한 것이므로 법원이 선주의 승선중인 승객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되는지를 판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은 방파제에 정박중인 다른 선박을 거쳐 사고선박에 탑승하려던 승객이 다른 선박에 탑승하기 직전에 방파제 위에서 발을 헛디뎌 바다에 추락, 익사한 사고에서 “망인은 이 사건 선박의 탑승용구에 접촉하기 훨씬 전으로서 이 사건 선박과 방파제 사이에 있는 다른 선박에 탑승하기 직전에 방파제 위에서 발을 헛디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이는 이 사건 선박의 지배·관리 또는 위험이 미치는 범위에 들어가기 전의 사고라고 할 것이고, 원고가 그로 인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보험약관이 정하는 이 사건 선박에 ‘탑승한 승객’의 신체에 장해를 입혀 입게 된 손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04년 5월13일 선고 2004나483 판결, 승객이 방파제 위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한 사고가 유·도선사업자 배상책임보험계약 보험약관상의 ‘탑승한 승객’이 신체에 장해를 입은 보험사고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보험금 지급책임을 부정한 판례). 이러한 판시내용에 따르면 상선 중인 승객이 “탑승용구에 접촉”한 이후부터는 탑승한 승객으로 볼 여지가 있고 본건 판례 또한 같은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본건의 경우 승강교의 설치와 보존에 안전성이 미비한 지점이 없고 피해자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서 선주에게 책임을 묻지 아니했으나, 승선교와 같은 탑승용구의 관리부주의가 있을 경우 선주가 승객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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