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항로 컨테이너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보복 소비가 백신 접종 확대로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수에즈운하 사태에 따른 물류 지연과 컨테이너 장비 부족 등으로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동안 운임은 종전 최고 기록을 뛰어넘으며 강세를 보였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4월16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432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3984달러에서 11.2% 상승했으며, 전년 1528달러와 비교하면 3배나 올랐다. 올해 2월 중순 최고기록인 4106달러를 경신했다.
동안행 운임 역시 FEU당 5452달러를 기록, 전달 4795달러 비교해 13.7% 올랐으며, 전년 2637달러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동안 운임은 2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안 운임이 5000달러를 넘어선 건 미국 노동협약 개정 교섭의 노사 대립으로 항만 혼란이 정점에 달했던 2015년 2월 이래 처음이다. 당시 운임은 5049달러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임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해운물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사들은 미국 경제가 재개되면서 수요 폭증에 따른 물류 지연으로 고운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선사 관계자는 “운임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에즈운하 사태로 반등했다”며 “올해 2분기는 물론 올 연말을 겨냥한 수요가 쏟아지면서 하반기에도 강세 시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사들의 화물 적재율(소석률)은 100%로 여전히 선복 부족이 극심한 상황이다. 수에즈운하 여파로 동남아발 미동안행 화물이 몰리고 있어 선복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복 부족에 웃돈을 얹어가면서까지 화물을 선적하기 위한 화주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HMM(옛 현대상선)은 물류 대란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돕고자 북미 서안에 5000~68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추가 배선한다. 머스크도 짐라인과 함께 베트남 중국과 미국 동안을 연결하는 TP23 서비스를 개설한다.
물동량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연속 증가세다. 최근 미국 수입업체들이 늘어난 소비를 감당하고자 사전에 재고 확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물동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3월 아시아 주요 10개국발 미국행(북미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92만6600TEU 대비 97% 증가한 182만3700TEU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구와 기계류, 전자기기, 플라스틱 등이 크게 늘어난 게 물동량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선적국별 실적을 보면, 중국은 196% 폭증한 106만6200TEU를 기록, 1위를 유지했다. 2위인 우리나라는 18% 증가한 19만2000TEU, 3위 베트남은 70% 증가한 14만3200TEU를 기록했다.
한편 파나마운하 통행료 인상은 오는 6월로 연기됐다. 파나마운하청(ACP)은 국제해운회의소(ICS) 아시아선주협회(ASA) 등 국제해운단체들이 잇따라 통행료 인상 제고를 요청하자 인상 시기를 4월15일에서 6월1일로 늦췄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