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잔여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박영안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회장이 국적 P&I보험(선주배상책임보험)이 지난해 흑자 재정을 일군 소식을 전하며 국내 해운업계가 관심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박영안 회장(사진 왼쪽)은 해운기자단과 만나 “KP&I가 재작년 재무적으로 타격을 받아 상당히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해 사고가 대폭 줄고 회사 임직원들도 경비 절감 같은 노력을 해서 41억원의 흑자를 만들었다”며 “KP&I가 대외신용도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업종인데 많은 염려를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P&I클럽은 자국 선대 비중이 60%를 넘고, 중국P&I클럽은 50%에 이르지만 KP&I는 국적선 비율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KP&I가 한국해운의 인프라라는 점에서 국적선사들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의 성장 정체는 해운 불황과 연관이 있다”며 “해양진흥공사와 정부가 해운의 중요성을 인식해 선박금융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고 KP&I도 업계의 인정을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또 잔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밝힌 배경으로 “대표성 또는 전문성 있는 분이 KP&I를 이끌어주길 바랐다”고 밝혔다. “(회사) 규모가 있는 해운협회 회장단사나 보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KP&I 대표를 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2년 동안 회장을 하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껴서 안 하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못했으니 더 해보라고 하더라. 이렇게 연임했으니 KP&I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 회장은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은 KP&I가 완전한 성년의 모습을 갖추려고 임직원이 혁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올해 새로운 모습을 보일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상준비금 비율 175%…IG클럽보다 우수
이날 배석한 성재모 KP&I 전무는 토종 P&I보험사의 지난해 재무성과를 상세히 소개했다. 2019년 <케이엠티씨홍콩> 화재 같은 잇따른 대형 선박사고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던 KP&I는 지난해 보험료매출 314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거두며 1년 전의 42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2019년 531억원까지 떨어졌던 비상준비금도 흑자 실적에 힘입어 549억원으로 늘어났다.
연간보험료 대비 비상준비금 비율은 175%로, IG클럽(P&I보험 카르텔)의 80~15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20일 마감된 P&I보험 갱신 결과도 긍정적이다. KP&I의 올해 가입 실적은 선사 225곳, 선박 954척, 연간보험료 3084만달러를 거뒀다. 비록 선사와 선박수는 지난해의 235곳 1033척에서 각각 4% 8% 감소했지만 보험료는 지난해 2925만달러에서 5% 성장했다.
성 전무는 지난해 보험료 일괄인상(GI)과 IG클럽 제휴프로그램이 보험료 증가의 주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KP&I는 올해 보험료 5% 인상을 목표해 실제 3~4% 인상을 이뤄냈다. 또 스탠더드 브리태니어와 맺은 제휴프로그램으로 선박 110척, 보험료 622만달러를 거뒀다. 지난해의 71척 388만달러에서 각각 55% 60% 급증했다. 스탠더드 제휴프로그램(KSC)으로 87척, 브리태니어 제휴프로그램(KBC)으로 23척이 각각 가입했다.
그는 해운협회(옛 선주협회) 회장단들이 제휴프로그램을 이용해 대거 KP&I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장금상선이 15척 74만달러, 팬오션이 5척 18만달러, HMM이 2척 9만달러, KSS해운이 3척 9만달러를 가입했다. 제휴프로그램으로 거둬들인 보험료 중 KP&I 순수익은 1900만달러로, 지난해의 1300만달러에서 46% 늘어났다. 손해율은 KSC 108%, KBC 30% 등 평균 103%로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성 전무는 “출시한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KBC는 수익성이 낮지만 5년차에 접어든 KSC는 장금상선 15척을 제외하면 KP&I 수익률이 45%까지 개선됐다”며 “현재는 제휴프로그램이 우리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고 있지만 성장이 멈춰 있는 상태에서 대형선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해 한동안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외형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제휴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선단 손해율 개선에 초점
해외선단은 지난해 135척에서 올해 123척으로 9% 감소했지만 보험료는 지난해와 같은 458만달러를 유지했다. 성 전무는 손해율을 개선하려고 해외선박 중 고위험군이나 적정 보험료 미달 선박은 갱신에서 탈락시켰다고 척수 감소 배경을 설명했다. 톤수 가입 기준을 4만t에서 2만t으로 강화하고 선령도 20년 이상이면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그 결과 베트남 16척, 인도네시아 21척, 중국 2척 등 39척 85만달러의 해외선박이 재계약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원담보는 160척 164만달러로, 지난해의 185척 191만달러에서 14% 감소했다. 3개사 25척이 갱신을 안 하면서 보험료 27만달러가 줄었다.
성 전무는 “취임하고 나서 1년 안에 흑자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는데 운 좋게 지난해 사고가 줄면서 예상보다 일찍 흑자를 냈다”며 지난해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AM베스트 신용등급을 올해는 A-(안정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적인 사고 발생 흐름이 바뀌지 않은 데다 재보험 시장의 실적 악화 등으로 내년에도 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라며 향후 시장 환경을 불투명하게 내다봤다. 그는 IG클럽 13곳의 평균 손해율이 2017년 100%를 돌파한 뒤 2019년 114%에 이르는 등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공동분담클레임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IG클럽은 올해 5~10% 수준으로 보험료 인상을 발표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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