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2 09:04

세계 100대 항만, 미중무역전쟁에 지난해 물동량 둔화 표면화

‘컨’ 처리량 2.5% 증가한 6억4400만TEU…국내항 부산항 빼고 순위 후진


미중무역분쟁 등 대외악재에 글로벌 교역량이 꾸준히 감소한 탓에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세가 더욱 더뎌졌다.

9일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총 6억4400만TEU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물동량은 상승했으나 증가 폭은 2017년부터 계속 둔화되고 있다. 특히 미중무역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증가율이 재작년보다 크게 꺾였다.

지중해(남부 유럽)는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6.6%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이다. 두 번째 높은 증가율을 보인 지역은 중동(6.3%)이었다. 아프리카(-6.3%)와 호주(-2.2%)는 마이너스성장을 신고했다.

100대 항만을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에 절반 가까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세계 100대 항만 중 23개로 가장 많다. 세계 최대 생산공장인 중국이 여전히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세계 100대 항만에 이름을 올린 중국 항만은 컨테이너 물동량은 2억4370만TEU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항만의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1.4%p(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미중무역분쟁은 그간 중국에 집중됐던 글로벌 공급망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됐다. 

세계 100대 항만에 포함된 중국 23개 항만 중 홍콩 다롄 잉커우 탕산 4개 항만은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특히 다롄항(-10.3%)과 잉커우항(-15.5%)은 두 자릿수 하락세를 띠며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르자오 주하이 진저우 등 3개 항만은 중국의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성장률이 11.4% 10.6% 15.9%의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일궜다. 

 
10대 항만 중 아시아 지역 여전히 ‘강세’

중화권 항만은 세계 10대 항만 자리를 거의 독식했다. 10대 항만들은 무역 전쟁 같은 대외 악재에도 홍콩을 제외하고 모두 성장세를 유지했다. 

세계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상하이항은 지난해 전년 대비 3.1% 오른 4330만3000TEU를 처리했다. 성장률은 3년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8.4%, 2018년 4.4% 2019년 3.1%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위는 싱가포르항이 차지했다. 싱가포르항의 작년 물동량은 1.6% 증가한 3719만5616TEU로 3년 연속 성장 폭이 줄어들었다. 비록 성장률은 하락했으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환적무역항으로서 부산항과 함께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어 3위 닝보·저우산항은 2753만TEU(4.5%) 4위 선전항은 2577만TEU(0.1%) 5위 광저우항은 2323만6200TEU(6%)를 기록했다. 부산항은 여전히 6위를 유지했다. 부산항은 지난해 1.5% 상승한 2199만2000TEU로 집계됐다. 부산항을 제외한 국내 항만 순위도 하락세를 보였다. 인천항은 전년에 비해 2단계 떨어진 57위, 여수·광양항은 6단계 하락한 82위에 머물렀다.

칭다오항은 홍콩을 제치고 7위로 우뚝 올라섰다. 지난해 8.8%의 성장률로 중국 북부항만 최초로 2000만TEU를 돌파하는 한편 지난해 세계 10대 항만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달성했다. 중국 항만의 평균 성장률인 3.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중국 내륙과 연계된 물류 공급망을 체계화하고 해외시장을 꾸준히 확장한 게 성장 배경이 됐다.

8위 홍콩항은 해를 거듭할수록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줄곧 세계 5대 컨테이너 항만 자리를 지켜왔던 홍콩항은 재작년 처음으로 7위까지 밀려났고 지난해에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떨어진 8위를 기록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유무역허브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물동량도 전년 동기 대비 6.3% 하락한 1840만TEU에 머물렀다. 9위를 지킨 톈진항은 세계 10대 항만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8위 홍콩항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로테르담항은 지난해 두바이항과의 치열했던 10위권 쟁탈전에서 승리했다. 이 항만은 지난해 전년 대비 2.1% 상승한 1481만1000TEU를 처리했다. 재작년만 해도 로테르담항을 약 45만TEU 앞섰던 두바이항은 작년엔 5%대의 마이너스성장을 보이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3개 항만 첫 세계 100위권 진입…사우디아라비아 담맘항 93위 복귀

지난해 진저우 담맘 이즈미트 등 3개 항만이 100대 항만에 진입했다. 중국 진저우항은 자국 내수경제 활성화에 힘입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이 90위를 달성했다. 이 항만은 지난해 188만TEU로 전년 대비 15.9% 늘어난 성적을 넀다. 터키 이즈미트항은 96위에 이름을 올렸다. 터키 항만은 지난해 171만5000TEU를 처리, 전년 대비 7.4%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담맘항은 100대 항만 중 93위로 현역 복귀했다. 현재 담맘항도 하이퐁항과 마찬가지로 항만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PSA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사우스글로벌포트(SGP)와 사우디항만청이 이 항만의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한편 재작년에 비해 한단계 오른 베트남 하이퐁항은 미중무역분쟁의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항만은 중국에 몰려있던 글로벌 공급망을 대체하는 항만으로 급부상하면서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3.6% 상승한 513만3000TEU를 처리했다. 올해 8월부터 발효된 베트남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엽협정(FTA) 협정으로 베트남 해운시장 또한 활력을 얻으면서 항만 물동량도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향후 베트남 정부는 수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40억달러를 항만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하이퐁항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항만으로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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