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4 16:02

더 세월(52)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46. 첫 선체인양 실패
 
혹자는 궁금할 것이다. 인양업체가 선정되기까지 왜 일 년을 왜 허송세월했는지. 정부는 답변한다. 7개월의 수중수색 종료 후 선체처리기술검토 TF의 활동에 소요된 5개월은 선체를 제대로 들어 올릴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술검토 TF가 제안한 선체 부양 방식은 선체 표면의 93개 지점을 크레인에 연결해 들어올리는 것이었지만, 상하이샐비지가 실제로 내놓은 건 선체 밑으로 24개의 철제빔을 끼워넣고 선내에는 보조부력재를 넣어 부양시키는 방식이었다. 선체를 인양하라는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가 ‘인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는 특조위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원래 해양수산부는 상하이샐비지와 851억 원에 계약했으나 나중에 계약금액은 916억 원으로 불어났다. 달라진 여건을 감안한 것이다.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사고 현장에 35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100여 명이 돌아가면서 3교대 체제로 24시간 연속 근무하면서 숙식도 바다 위에서 해결했다.

첫 과제는 ‘선수 들기’였다. 세월호 인양의 핵심이다. 중국 구난업체는 시도한 지 50여일 만에 세월호의 뱃머리를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역도선수는 웃을지도 모르겠네요. 한쪽만 드는 게 그렇게 어려웠냐고?”

상하이샐비지의 협력사 오션씨앤아이 사무실에서 학교 선배인 담당 기술자와 대화하는 중 서정민이 농담 삼아 말했다.

해수부는 당초 2016년 5월 초 선수 들기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6차례 연기됐다. 기술적 보완, 기상 악화 등이 이유였다. 결국 2개월여 지난 7월 29일 뱃머리를 약 5도 들어 올려 선체 하부에 리프팅 빔(lifting beam) 18개를 설치하는 작업을 마쳤다. 13시간이 걸린 고난이도의 작업이었다.

“그러니까 상하이샐비지가 업체로 선정된 후 거의 1년 만에 선수를 조금 들어올렸다는 뜻이네요.”

“그만큼 난도가 높기 때문이지. 한 달 보름 전 너울로 인한 선체 손상을 받은 적도 있고 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손상된 선체 두께(12밀리미터)보다 10배 이상 두꺼운 125밀리미터 특수강판으로 보강했어.”

“기술 검토하고, 겨울 날씨 넘기고, 빔 준비하고, 시행착오 하는 데 1년을 잡아먹은 셈이군요.”

서정민이 자꾸 물고 늘어지는데도 선배는 화를 내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이런 것 가지고 짜증부리겠어, 하는 식이다.

인양작업선(달리하오호, 1만2,000톤급) 크레인으로 선수를 해저면에서 5도 정도 들어 올리면 약 10미터 정도의 공간이 생긴다. 그 밑으로 세월호 우측에 미리 내려놓은 리프팅 빔 18개에 와이어 3개를 걸어 밀어 넣었다. 모든 과정은 리프팅 빔 가장자리에 위치한 위치센서로 모니터링됐다.

“파도가 세면 작업하기 어려울 텐데요?”

“파도 높이는 1미터 이내야. 작업하는 동안 파도가 0.9미터 이하라 순조롭게 작업을 할 수 있었지.”

“인양할 때 무게중심이 바뀌어 선수가 동요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선수 좌우에 250톤짜리 앵커 4개와 선체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말뚝도 함께 설치한 거라네.”

“유실방지망도 물론 설치셨겠지요?”

“당연하지.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유체를 보존하는 거니까.”

리프팅 빔에 1센티미터 간격의 유실방지망(63미터×13미터)을 설치해, 그동안 잠수사들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선체 왼쪽(누운 쪽) 창문과 출입구를 봉쇄했다. 향후 인양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유실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해수부는 선미 측에 리프팅 빔 8개를 설치하는 후속 공정이 마무리되면 2016년 8월 중에 리프팅 빔과 리프팅 프레임에 와이어를 연결한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와이어 52개를 26개의 리프팅 빔 양쪽에 걸고 크레인에 연결된 리프팅 프레임(lifting frame)에 달아 선체를 들어 올린다는 것이다.

남은 공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세월호는 9월 중 인양돼 플로팅독에 선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크레인 인양을 포기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해상에서 긴 크레인으로 바닷속 배를 끌어올리는 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크레인 인양이 얼마나 어려운가만 배운 셈이다.

한 작업 방식의 포기는 다음 방식을 강구하기까지 시간 지연이라는 희생이 따른다.

“다음 방법은 어떤 걸까요? 성공 여부가 정말 궁금하면서도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미 재킹바지를 염두에 두고 있긴 해.”

우선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선체 인양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 세월호는 국내 여객선 중에서도 최대 규모인 6,825톤급이다. 그 거대한 배가 수심 44미터 바닥에 완전히 가라앉아 있다. 유속이 빠르기로 유명한 맹골수도 바닷물 속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선체를 여러 조각으로 절단하지 않은 채 통째로 인양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애초 인양업체 선정 입찰을 공고하며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완전체로 인양하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수습자 시신 유실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조건을 감안하면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인양 사례는 전무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크레인 인양 방식을 포기하고 선택한 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탠덤리프팅(Tandem Lifting) 방식이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탠덤리프팅 방식으로 초대형 선박을 통째 인양하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침몰한 7,000톤급 이상 외국 선박 15척 중 14척이 인양됐는데 대부분이 선체를 해체한 뒤 인양하는 방식이 쓰였다.

세월호는 무게가 퇴적물을 포함해 1만 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길이는 145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선박이다. 해체 없이 통째 인양하는 건 애초 무리한 시도일지 모른다.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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