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휩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강타하면서 선사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미국 내 공장들이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면서 아시아와 북미를 오가는 화물이 크게 줄어들 거란 우려에서다. LG화학 현대자동차 GM 포드 등이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한 기업들이다. 여기에 향후 항만과 내륙운송 등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북미 해운물류네트워크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 탓에 선사들은 올 한 해 영업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수요 부진을 우려하던 선사들이 꺼내든 카드는 ‘공급 조절’이었다. 북미항로에서는 올 들어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엔 70만TEU 규모의 컨테이너선대가 결항에 나섰다. 북미에서만 무려 약 40%에 달하는 선복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대규모 결항에 선사들의 화물적재율(소석률)은 90%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임시휴항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확산은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선사들은 이달에도 임시휴항을 앞세워 향후 불확실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선사 관계자는 “잦은 임시결항으로 올해 선사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향후 시황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들은 가까스로 운임 방어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3월20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549달러로 집계됐다. 두 달 만에 1600달러대로 회복한 운임은 이달 중순 들어 하락세를 걷고 있다. 동안행 운임 역시 FEU당 2785달러를 기록, 전월 2683달러와 비교해 100달러 이상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중국 춘절(설) 연휴 이후 운임은 하락세를 띤다. 하지만 코로나로 선사들이 대규모 임시결항을 진행한 게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입항 차질 여파로 각 선사들이 감속운항을 실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선사들은 춘절 이후 50회 이상의 임시결항을 발표, 운임 하락세를 최소화하고 있다.
선사들의 입항도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코로나 확산에 미국해안경비대(USCG)는 중국발 선박을 대상으로 입항을 규제하고 있다. 더불어 여객선을 대상으로 지난 14일 이내에 중국·이란에 기항한 선박에 대한 입항도 금지하고 있다.
담수 할증료 부과도 이달 북미항로 이슈 중 하나였다. 선사들은 파나마운하청(ACP)의 통항료 부과에 화주들을 대상으로 할증료 도입에 나선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4월1일부터 파나마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 화물을 대상으로 파나마운할증료(PCC)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도입 폭은 컨테이너당 30달러다. CMA CGM은 이달 1일부터 드라이·냉동(리퍼) 화물을 대상으로 할증료를 화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할증료 부과액은 TEU당 15달러다. 이 밖에 OOCL도 TEU당 15달러의 PCC를 도입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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