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자에 이어>
라. 서렌더 선하증권하에서의 화물인도와 선박대리점의 주의의무에 관한 판시내용
원심은, 피고가 자신이 받은 선하증권이 위조됐고 결제방식이 신용장 거래였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선하증권 원본을 제시받지 않은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해 주어 화물이 반출되도록 한 행위는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배척했다.
(1) 피고는 운송주선인인 잉코우의 국내 인도대리업무를 위임받은 이행보조자이다.
(2) 수입업자인 유한회사 A와 중국 수출업자인 B유한공사 사이의 중국산 냉동고추(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를 수입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의 결제방식은 전신환송금 방식이다.
(3) 이 사건 화물의 운송 당시 개입권을 행사해 운송인이 된 잉코우가 발행해 실제 운송인인 선박회사 C주식회사와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인 피고에게 그 내용을 통지한 선하증권은 서렌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이다.
(4)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결제방식이 신용장 거래에서 전신환송금 방식으로 변경된 사실을 모르고 신용장을 개설해 이 사건 화물 반출 이후에 신용장 매입은행에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고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는 선하증권은 운송인이 이중으로 발행해 선박회사나 피고에게 알리지 않은 선하증권으로 보인다.
(5) 원고가 소지하고 있는 선하증권이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원본 선하증권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수하인인 A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할 당시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 사본 이외에 이중으로 발행된 원본 선하증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6)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 사본 중 일부 선하증권에 수하인이 원고로 기재됐다가 A로 변경됐는데도 당초 기재되지 않았던 신용장번호가 기재되는 등 전신환송금 거래방식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 기재가 있다.
그러나 신용장번호는 상법상 선하증권의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고, 이 사건 화물 운송 당시 운송 관계자들이 인지한 선하증권은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었으며, 피고가 선하증권의 발행인인 운송인 잉코우의 담당 직원에게 직접 전신환송금 거래인지 여부와 서렌더 선하증권 발행 여부를 확인했다.
피고가 운송인과 선박회사의 통보나 지시를 믿고 그에 따라 수하인인 A에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했으므로, 피고는 운송인의 선박대리점으로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고 이에 더 나아가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위조했거나 이 사건 매매계약의 거래방식을 허위로 고지했는지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결론 - 선박대리점의 책임 부존재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례를 위반했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평석
서렌더 선하증권은 선하증권상에 Surrender라는 문구를 찍는 등의 방법으로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포기한 선하증권을 말하므로 수하인이 선하증권 원본 없이 신속히 화물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운송인이 선하증권의 권원증권성과 상환증권성에 대한 권리행사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권리포기 선하증권이라 할 수 있는데, 실무상 선하증권 양식 또는 사본에 서렌더 표시를 해 송하인에게 송부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렌더 선하증권이 발행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운송물의 인도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선사이므로 대리점은 인도에 적극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등 독립적인 불법행위를 한 경우 이외에는 책임을 질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며, 선박대리점에 화물인도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는 개별사안에 따라 대리점의 업무 및 범위, 운송인과의 계약관계, 주의의무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불법행위 성립요건을 구체적으로 따져 엄격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에서 서렌더 선하증권이 발행됐으므로 선박대리점이 서렌더 선하증권의 발행 여부를 확인한 후 운송인과 선박회사의 통보나 지시를 믿고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이상 선박대리점으로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선박대리점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것으로서 서렌더 선하증권의 법적 성격은 물론 서렌더 선하증권하에서의 선박대리점의 지위, 업무범위, 주의의무의 범위를 적절히 판시하고 있어 타당하며, 서렌더 선하증권하에서의 화물인도에 대한 선박대리점의 책임문제에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 데 그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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