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5 17:47

니들이 꽃게맛을 알어?

푸드톡앤톡/비스트로 도마 우정호 셰프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고 감칠맛 나는 음식이라고 하면 필자는 주저 없이 ‘꽃게’라고 말할 수 있다. 꽃게를 먹는 순간 같이 나온 다른 음식들은 감칠맛에 있어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꽃게와 회를 먹을 때 꼭 회를 다 먹고 나서 꽃게를 먹는 이유는 꽃게를 먹으면 회는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고 그냥 씹는 정도만 반복할 뿐이다. 심지어 새우까지도 꽃게한테는 감칠맛을 양보해야 하니 말이다.

꽃게는 산란기를 바로 앞둔 것이 알이 꽉 차서 맛이 가장 좋은데 6월의 암게가 꽃게의 맛 중 최고로 치며 6~9월의 산란기가 지난 암게는 먹을 살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가을에는 수게가 살도 많고 훨씬 맛있다. 암수 구분법은 껍질이 둥근 것이 암놈이고, 삼각형모양의 뾰족한 것이 수놈으로 7~8월은 법적으로 금어기에 들어간다. 꽃게는 서해안이 주산지로 특히 백령도와 변산반도 사이의 꽃게가 수온이 가장 알맞아 제일 맛있는데 남쪽으로는 수온이 너무 높아 살이 꽉 차지 않는다.

그렇다면 꽃게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요리는 무엇일까?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틀릴 수는 있지만 들어갈 수 있는 틈새가 없는 완벽한 재료이기 때문에 단순히 아무것도 넣지 않고 찜통에 찌는 게 가장 맛있다. 그리고 게딱지에 밥을 비벼먹으면 배가 부른 줄도 모르고 계속 숟가락이 간다. 한국의 경상북도 지명에서 딴 ‘영덕 대게’도 꽃게 다음으로 맛있다. 대게는 커다란 게 라는 의미가 아니고 속이 대통처럼 비어 있어서 ‘대게’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덕 대게는 수획량이 점점 줄어서 보통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게는 영덕 대게에 비해 껍질이 단단하고 살이 적으며 짠맛이 나는 붉은 대게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유명한 갑각류 요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랍스터, 크랩 또는 새우로 맛있게 끓인 비스크(bisque)스프, 싱가포르를 여행하면 꼭 먹어야 한다는 매콤달콤한 칠리크랩, 단백한 캐나다의 랍스터, 대한민국의 간장과 무우, 대추로 맛을 낸 밥도둑 새우장, 제주도의 딱새우, 럭셔리한 독도의 자연산 새우 삼총사 도화새우, 닭새우, 꽃새우가 있다. 또한 소프트쉘 크랩을 얹은 태국의 푸팟퐁 커리,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의 양파, 샐러리, 고추, 브라운 루 등이 들어간 점보 새우와 크랩 케이크도 빼놓을 수 없는 갑각류의 요리이다.

서양음식에서 갑각류의 조리 방법 역시 그 자체로 맛있기 때문에 대부분 복잡하지 않다. 몇 가지의 채소와 허브, 질 좋은 버터 또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그리고 향이 좋은 꼬냑만 있으면 된다.

이번에 소개할 갑각류요리는 ‘Lobster Thermidor’(랍스터 테르미도르)로 프랑스 파리지역의 요리이다. 전통적으로는 살아있는 싱싱한 랍스터를 반 잘라서 요리하지만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요즘은 한 시간 정도 냉동실에서 자연스럽게 동사시키고 요리를 시작한다. 먼저 랍스터가 잠길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의 물을 끓인 후 10분 정도 익힌 후 꺼내 식힌 후 세로방향으로 잘라 준다. 스푼을 이용해 랍스터의 살을 발라주고 껍질은 흐르는 물에 씻어 말려준다. 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먼저 머스터드, 밀가루, 버터를 이용해 색이 나지 않도록 화이트 머스터드 루(roux)를 만들어 소스의 농도 조절에 이용하고 야채육수와 백포도주, 양파, 처빌(허브), 타라곤(허브)를 끓여 절반 정도까지 졸여 소스의 베이스를 만든다. 머스터드 루에 졸인 육수와 우유를 조금씩 부어주면서 농도가 나도록 소스를 만들어 주는데 이때 루가 잘 풀어지도록 저어줘야 소스에 덩어리가 지지 않는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갈아서 넣어 향과 농도 그리고 짠맛을 세밀하게 조절해 준다. 식은 랍스터 살은 버터에 살짝 구워내고 말려놓은 랍스터 껍질에 위에서 만든 소스를 바르고 랍스터 살을 놓은 후 다시 남은 소스를 위에 올리고 파마산 치즈를 추가로 뿌려준다. 220도 오븐에서 5분정도 구워내서 바로 먹으면 된다. 갑각류요리 중에는 조금 복잡 하지만 고기나 회가 지겨운 날 또는 특별한 기념일에 준비하기 좋은 음식이다.

두번째 선보일 요리는 와인안주로 가장 선호하는 음식중에 하나인 스페인의 ‘감바스(gambas)’다. 새우와 질 좋은 올리브오일, 마늘이 주재료인 이 요리는 간단히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현재 필자의 매장 ‘비스트로도마’에서는 감바스를 만들 때 먼저 약불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반 크기로 자른 마늘과 앤쵸비, 베이컨을 잘 구워준다. 새우를 넣고 색이 살짝 나면 닭육수를 부어주는데 보통 감바스를 만들 때 올리브오일만 넣어주면 감칠맛이 나지 않고 마늘이 덜 익을 수 있기 때문에 육수를 넣으면 훨씬 쉽고 맛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추가적인 감칠맛을 위해 방울토마토 2~3개 정도를 살짝 눌러서 넣고 추가적인 향을 위해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불에서 내린 후 바삭하게 구운 바게뜨 빵에 찍어 먹으면 된다. 앤쵸비, 베이컨, 새우가 충분히 자연스러운 짠맛을 내기 때문에 추가적인 소금은 넣지 않아도 된다.

9월부터 12월은 서해안의 새우와 수게가 한창 철이다. 물론 대하축제는 9월말에 10월초에 끝나지만 축제기간이 더 비싸고 오히려 지금 가면 훨씬 여유 있게 서해바다를 만끽하면서 맛있는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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