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해운사(NYK MOL 케이라인)의 정기선 부문 통합법인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가 출범 첫 해 적자 성적표를 냈다. ONE의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순손실은 6억달러에 육박했다. 유가상승과 미·중 무역분쟁, 업무혼란 등의 여파가 이익 적자로 이어졌다.
NYK MOL 케이라인도 ONE의 실적 악화로 컨테이너사업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냈다. 일본 선사들은 2019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실적 턴어라운드에 나선다. 출범 첫 돌을 맞는 ONE의 실적을 안정궤도로 올려놓고 벌크선사업에서 이익을 늘려 컨테이너 벌크 두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ONE, 내년 순익 8500만弗 ‘흑자전환’ 전망
ONE은 2018년 회계연도 실적 발표에서 5억8600만달러(약 69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올해 1월 예상한 -5억9400만달러 대비 800만달러 가량 손실폭이 줄어든 것. 지난해 4월 출범 이후에 나타난 업무혼란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북미·중남미항로의 운임이 예상을 웃돌며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초과 보관료를 회수한 것도 적자폭 개선으로 이어졌다.
매출액은 108억8000만달러(약 12조7200억원)로 직전에 예상한 108억8500만달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항로별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북미수출 항로가 상반기 82%에서 하반기 92%, 북미 수입항로가 33%에서 41%, 유럽 수출항로가 82%에서 92%, 유럽 수입항로가 48%에서 62%로 모두 크게 개선됐다.
지난 한 해 평균 소석률은 80%대 후반의 성적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 북미로 실어나른 컨테이너 수송량은 266만4000TEU로 87%의 소석률을 보였다. 아시아-유럽항로는 168만7000TEU로 88%를 달성했다.
출범 첫 돌을 맞는 ONE는 2019년 회계연도엔 이익 흑자를 거두겠다는 목표다. 이 선사는 올해 전년보다 6억7100만달러가 개선된 85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억2300만달러 -3800만달러를 거둬 출범 2년 만에 이익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컨테이너 물동량을 통합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4억달러의 반등 효과를 이뤄내고 항로·네트워크 최적화와 연료유 절감으로 2억6000만달러, 화물 포트폴리오 최적화로 1억9000만달러, 운임 개선으로 2억7000만달러의 개선 요인이 각각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외형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ONE은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127억2300만달러(약 14조91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컨테이너 처리개수도 통합 이전 수준 회복하는 한편, 올해 수요는 약 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ONE은 “이익이 올 상반기에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며, 물동량 역시 통합 이전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5월 말 서비스 합리화와 운송계약(SC) 또한 이익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3사 영업실적 희비 엇갈려
일본 3사의 영업실적은 제각각이었다. NYK MOL 케이라인의 외형이 모두 하락한 반면, 이익에서는 MOL만이 웃으며 대조를 보였다. 영국 로이즈리스트는 “선사 통합에 따른 지분 손실, 비용 상승과 자동차운송사업 효율성 감소, 지난해 7월 서일본에서 발생한 홍수에 따른 자동차공장 폐쇄 등이 NYK 케이라인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NYK의 영업이익은 전년 278억엔에서 지난해 111억엔(약 1180억원)을 기록하며 60.2% 급감한 실적을 내놨다. 순이익 역시 -445억엔(약 -4700억원)을 내 전년 202억엔에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전년 2조1832억엔 대비 16.2% 후퇴한 1조8293억엔(약 19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NYK는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전년 6914억엔 대비 58.6% 감소한 2863억엔(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일회성 비용이 ONE 출범 초기에 발생했지만 손실폭을 7월부터 크게 줄였다. 벙커가격 역시 수입 압박을 가중시켰지만 통합에 따른 비용절감을 통해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케이라인도 외형과 내실을 동반 사냥하는데 실패했다. 케이라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72억엔에서 -247억엔(약 -260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1112억엔(약 1조1800억원)으로 전년 104억엔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전년 1조1620억엔에서 28% 감소한 8367억엔(약 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라인은 앞으로 발생할 손실을 이번 회계기간에 모두 반영한 게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선사는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선제적으로 모두 떨어내 2019년회계연도엔 흑자 재정을 일군다는 목표다.
케이라인도 컨테이너선사업이 포함된 ‘Product Logistics’에서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 사업의 매출은 4410억엔(약 4조6900억원)으로 전년 7986억엔 대비 44.8%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ONE의 소석률과 물동량이 동반하락했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반전했다고 밝혔다.
MOL은 매출은 뒷걸음질 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3% 감소한 1조2340억엔(약 13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66.3% 폭증한 377억엔(약 4000억원)을 거뒀으며, 순이익 역시 269억엔(약 29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MOL은 정기선사업에서 크게 후퇴한 실적을 발표했다. 이 선사는 지난해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전년 대비 63% 뒷걸음질 친 2784억엔(약 2조9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MOL은 지분법 적용과 출범 당시 부진했던 ONE의 가동률이 하반기 들어 개선되며 수익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북미항로에서는 상반기 주춤했던 운임이 하반기 들어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증가로 상승하며 손실이 예상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유럽항로에서는 선사들의 서비스 축소로 예상보다 높은 소석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세 선사는 올해 컨테이너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선사 관계자는 “세 선사가 합작 투자를 통해 공동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사업이 더욱 나아질 것이고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벌크선사업 파란불…케이라인 두자릿수 성장
컨테이너선부문에서 외형 감소를 맛본 세 선사는 벌크선사업에서는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NYK는 벌크선사업에서 전년 7956억엔에서 5.8% 증가한 8413억엔(약 8조9400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신조선이 폐선 규모를 웃돌며 벌크선시장의 공급과잉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또한 상반기에 안정적이었던 철광석 석탄 곡물 물량이 하반기에 감소하며 시장이 악화됐다. 다만 선사 측은 장기계약 확보와 효율적인 선박 배치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전년보다 늘어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액체 수송시장에서는 선박 폐선이 진행되며 수급이 개선됐고 겨울철 선적량이 증가하면서 시황이 나아질 수 있었다. 물류 부문 역시 5123억엔에서 5258억엔으로 2.6% 개선됐다. 일본에서 발생한 태풍으로 긴급 운송 수요가 발생하며 항공포워딩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한 게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미국 유럽의 견조한 수요로 물량이 강세를 보인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항공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42% 급감한 567억엔의 실적을 올렸다. 운송 물량은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
MOL의 벌크선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2921억엔을 기록했다. 1분기엔 시장이 유지됐지만 11월 호주에서 발생한 화물열차 탈선과 브라질 댐 붕괴로 시장악화 우려와 출하량 감소로 약화됐다. 중소선박 시황은 1분기 견고했지만 하반기 들어 나빠졌다. 전반적으로 벌크선시장은 전년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선사 측의 설명이다.
에너지사업은 6.9% 증가한 2895억엔을 달성한 반면, 제품운송사업은 45.9% 급감한 5476억엔을 기록했다. 에너지사업부문인 탱크선시장에서는 상반기 낮은 가격이 서아프리카 및 미국 원유 수출 증가 (장거리 운송 효과)로 하반기 급격히 상승했다.
선사 측은 풀(Pool) 운영을 통한 효율성 제고 및 손실 선박 감소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끊임없이 실적상승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제품운송사업에서는 컨테이너선, 자동차선 사업이 부진한 게 실적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마찰과 유럽의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규제 등으로 완성차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회사는 선대 규모를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서일본 지역 폭우와 출하 물량 감소로 이익이 전년 대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케이라인 역시 벌크선에서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뒀다. 이 선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 증가한 2738억엔의 매출액을 신고하며 외형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에너지사업부문 역시 17.6% 개선된 887억엔의 실적을 거뒀다. 케이라인은 “운영비용 절감과 선대 운영 최적화를 통해 벌크선 부문에서 전년 대비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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