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선에 자동차만 실을 수 있을 거란 편견을 버려주세요.”
왈레니우스윌헬름센오션(WW오션) 남성일 대리는 로로선(Roll-on, Roll-off)에 대한 선입관을 깨고 싶어 현장사람들 인터뷰 주자로 나섰다. 올해로 입사 6년차라는 그는 화주와 포워딩업체를 다니며 로로선의 벌크화물 작업 능력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가 속한 WW오션은 스웨덴 선사 왈레니우스와 노르웨이 선사 윌헬름센이 지난 1999년에 공동 설립한 자동차선사로, 유럽 미주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에 뻗어 있는 32개 정기 운항노선과 130여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남 대리는 “로로선은 해운업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며 “고객사를 방문하면 아직도 로로선이 자동차만 싣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로로선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건설장비, 프레스머신, 변압기 등 각종 중량물 선적이 가능하다. 바퀴가 없는 화물들은 롤트레일러와 같은 장비들을 활용해 선적한다. 남 대리는 “우리는 타 로로선사보다 벌크 화물 선적을 위해 더 연구하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 중인 <마크5> 시리즈의 램프(로로선의 진입로 역할을 하는 강판) 강도는 500t, 높이는 7.1m로, 다른 선사 선박보다 사양이 좋아요. 웬만한 중량물은 모두 선적 가능합니다.”
로로선을 소개하는 그의 눈빛에서 남다른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로로선을 ‘호텔’에 비유하며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로선은 크레인으로 화물을 싣지 않고 해풍 등 외부 영향을 차단하기 때문에 화물선계의 호텔이라 불릴 정도로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가 기계나 외부환경에 민감한 품목들을 많이 싣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 대리는 운송로가 막혀 곤란한 상황에 처한 화주나 포워더를 만나 해결책을 제시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한 업체에서 해저케이블 운송을 의뢰한 적 있어요. 호주로 보내야 하는데 마땅한 벌크선을 찾지 못한 데다 화물높이가 4m에 달해 컨테이너선에 싣기 힘든 상황이었던 거죠. 일단 저희는 호주 정기노선이 있고, 저상 롤트레일러를 활용하니 화물높이도 수용 가능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반면,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벌크선 기항이 취소돼 급하게 들어온 100t급의 단일 중량화물 운송 건이 있었는데, 당시 화물 선적에 필요한 삼손트레일러(220t급 화물운반용 롤트레일러)가 한국에 없었어요. 싱가포르항에 있는 해당 장비를 급히 요청해 화물을 무사히 수송했습니다. 촉각을 다투다보니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나요.”
18개월 된 막내를 둔 두 아들의 아버지인 남 대리는 주말엔 육아에 전념하는 워킹파파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시간을 다 쓰네요. 그렇지만 아이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답니다, 정말이에요(웃음).” IMO 환경규제, 불안정한 국제 교역환경 등 해운업계 전망은 여전히 먹구름이 껴 있다. 그럴 때일수록 맡은 바 역할부터 잘 해야 한다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 업무인 벌크화물 영업부터 열심히 해야죠. 회사의 성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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