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과 운임 모두 바닥인 중동항로는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평소보다 물량이 적은 휴가철이 끝났는데도 시황은 그대로였다. 선사들은 지난해 휴가철 이후 10월 추석을 대비한 ‘밀어내기 물량’으로 호황을 맛봤다. 반면, 올해는 이란제재 여파로 중동항로 전체 물량의 40%가 사라지면서 운임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9월 중동항로 운임은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달과 다르지 않았다. 9월7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중동행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391달러를 기록했다. 상하이발 운임은 지난달 31일에 409달러를 기록한 걸 제외하고는 줄곧 3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발 운임은 각 선사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두바이 제벨알리항 기준 TEU당 200~300달러대로 집계됐다. 지난달과 대동소이한 수준이었지만, 몇몇 선사 관계자들은 “지난달보다 더 나빠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GRI(운임인상) 계획이 있어도,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이 최저인 상황에서 운임을 억지로 끌어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각 선사들의 소석률은 50%대를 겨우 유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실을 짐이 없으니 선복도 축소한 상황이다. 한국에 할당된 선복량을 중국쪽으로 20% 정도 넘겼다. 현재 아라비안걸프 선복은 500TEU대 초반, 홍해는 100TEU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운임하락을 막기 위해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 카드를 꺼낸 선사들도 있었다.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으로 이뤄진 디(THE)얼라이언스는 지난 12일 한 차례 운항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CMA-CGM 코스코 에버그린 OOCL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는 18일에 임시결항을 진행했다.
연휴가 긴 10월을 앞두고 각 선사들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다음 달 초 중국 국경절이 중동항로 선사들에게 복병이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이때에도 임시결항을 진행해 고비를 넘긴다는 구상이다. 한 선사관계자는 “이달에도 한 차례 쉬었고, 10월 초에도 블랭크세일링을 계획한 상태지만, 소석률 수준은 변함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0월 고비를 넘기더라도 중동항로에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을 거라는 게 선사들의 반응이다. 선사 관계자들은 이란행 화물이 회복되기 전까진 암흑기는 계속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현대상선은 9월13일부터 아시아-중동 노선인 ‘KME’서비스를 개편했다. 기존 노선에 포함됐던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의 대체 기항지로 오만 소하르항을 선택했다. 개편된 노선은 13일 광양항을 출발해 소하르항까지 31일이 소요된다.
중동항로의 불황은 전 세계 항만 물동량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가 세계 200개 주요 항만의 올해 2분기 물동량 조사한 결과, 중동 지역만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그 외 모든 지역의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역의 총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4.6%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16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 속도”라고 알파라이너는 덧붙였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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