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컨테이너선사들의 합병설이 나와 해운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사의 통합이 이뤄지면 1위 해운사 머스크라인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글로벌 해운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1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이 독일 하파크로이트에 주식매입 등의 방법을 통한 인수를 제안했고 두 회사는 이와 관련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언론의 보도에 대해 하파크로이트는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부인했고, CMA CGM은 답변을 거부했다.
양사의 통합이 이뤄지게 되면 글로벌 컨테이너시장 점유율 약 20%에 육박하는 초대형 공룡해운사가 탄생한다. 현재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뿐만 아니라 2위 MSC를 뛰어넘게 된다. 또한 홍콩 해운사 OOCL 인수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코스코에 대항할 수 있는 선대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CMA CGM의 7월11일 현재 보유 선복량(용선 포함)은 262만TEU(점유율 11.7%)를 기록, 세계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선사는 현재 자사선 127척(98만TEU)과 용선 380척(164만TEU)을 포함해 총 507척의 선대를 거느리고 있다.
하파크로이트는 160만TEU(7.2%)의 선복량을 기록 중이다. 자사선 112척(105만TEU)과 용선 113척(55만TEU)을 포함해 총 225척의 선대를 운영하고 있다. 두 선사가 통합하면 머스크라인과 MSC를 제치고 세계 1위 해운사로 도약할 수 있다. 두 선사의 통합 선복량은 422만TEU로 머스크라인(403만TEU)을 20만TEU 가량 앞선다.
다만 하파크로이트 주요 주주들은 CMA CGM의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칠레 선사 CSAV(25.8%)와 글로벌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을 이끌고 있는 독일 퀴네가(25%), 함부르크시 정부의 투자공기업인 HGV(함부르크자산관리공사·13.9%) 등이 합병 반대에 서있는 주주들이다.
HGV는 "하파크로이트가 프랑스기업의 한 사업부문이 되는데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하파크로이트가 본사를 함부르크에 두고 독일 기업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합병이 성사되면 양사가 더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양사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파크로이트는 유럽과 미주 및 중동에서, CMA CGM은 아시아에서 높은 물동량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시장은 10여 년간 계속된 침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하락과 유가·용선료 상승 등으로 선사들의 운영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촉발된 무역분쟁은 선사들의 서비스 감편으로 이어졌다.
합병설에 연루된 두 해운사뿐만 아니라 글로벌기업들의 최근 고민은 비용절감이다. 하파크로이트는 올해 운임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연료비와 용선비용까지 급증한 탓에연간 이익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분쟁이 표면화되면서 시황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운영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하파크로이트 최고경영자(CEO) 롤프 하벤 얀센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UASC와의 성공적인 합병으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우리는 지난 회계연도에 좋은 성과를 거뒀고 올해 1분기까지 견고한 출발을 했다"면서도 "해운시장에서는 운영비 측면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비용 관리의 가속화와 효율성 향상을 통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대규모의 합병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인수합병(M&A) 소식을 잇따라 전하며 외형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파크로이트 역시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2005년 CP십스에 이어 2014년 칠레선사 콤파냐 수드 아메리카나 데 바포레스(CSAV)의 컨테이너선 부문을 인수했다. CSAV 인수로 하파크로이트는 뒷걸음질치고 있던 정기선부문 실적을 끌어올렸고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3월에는 범아랍권선사 UASC 인수를 완료하며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로 재도약했다. UASC를 품에 안은 독일 해운사는 1만8000TEU급 선박 확보는 물론 중동항로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게 됐다.
CMA CGM도 잇따른 기업 인수를 통해 컨테이너항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역내선사 CNC와 함께, 브라질 메르코수르, 남태평양 소플라나, 유럽의 컨테이너십스와 델마스 등 세계 각 지역의 선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5년에는 싱가포르 해운사 APL을 인수하며 북미항로 1위 선사로 올라섰다. 이 해운사는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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