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간 국제여객선(카페리) 항로의 실적이 4월 이후 되살아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이를 두고 사드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해운업계에선 아직까지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라고 말한다. 카페리선사들은 신조선 도입에 한창이다. 6월 한 달 3척의 여객선이 신조 발주됐다. 다만 중국 조선소의 신조 물량 독식은 아쉬운 점이다.
한중카페리협회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17개 카페리항로의 수송실적은 여객 50만1600명, 화물 21만6300TEU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54만3800명 20만8200TEU에 비해 여객은 8% 감소한 반면 화물은 4% 늘어났다.
여객은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 단동국제항운의 인천-단둥, 일조국제훼리의 평택-르자오, 진인해운의 인천-친황다오, 연운항훼리의 인천-롄윈강, 연태훼리의 평택-옌타이 노선을 제외하고 모두 역성장했다. 화물실적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천-칭다오 평택-르자오 인천·평택-롄윈강 노선만이 성장을 신고했다. 영성대룡해운의 평택-룽청 재취항과 석도국제훼리의 군산-스다오 제2 노선 신설 등이 전체 실적 성장의 배경이 됐다.
4월 이후 여객·화물 급증세 전환
월간 실적으로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월과 2월 각각 -17% -49%의 감소세를 띠었던 여객실적은 3월에 -2%로 감소폭이 크게 둔화된 뒤 4월과 5월 20%를 넘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15만명을 넘어섰던 2016년엔 못 미치지만 사드 보복 조치 이후 8만명 수준까지 떨어졌던 월간 이용객이 11만명 선을 회복한 점은 고무적이다.
5월 한 달 신규항로를 제외한 기존항로 15곳 중 10곳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진천객화항운의 인천-톈진과 진인해운의 인친-친황다오 노선은 같은 달 실적이 지난해 각각 60명 240명에서 올해 7540명 2320명으로 폭증했다. 인천-톈진 노선은 사드사태 전인 2016년의 4540명도 뛰어넘었다.
화물도 마찬가지다. 2월과 3월 -6% -8%에서 4월과 5월 12% 13%의 두 자릿수 증가율로 돌아섰다. 4만TEU대 초반대에 머물던 월간 물동량은 2분기 들어 5만TEU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화물 역시 5월 한 달간 기존 15개 노선 중 10곳이 플러스성장을 시현했다.
다만 화물 부문의 심각한 수출입 불균형은 개선 과제다. 누계 물동량의 수출입 비율은 33 대 67로, 수입이 압도적이다. 특히 연태훼리의 평택-옌타이 노선의 경우 수입 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나가고 들어오는 화물의 불균형이 심각한 실정이다.
카페리선사 관계자는 “여객은 베이징 산둥성 등 국지적으로 관광금지 조치가 풀리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화물은 중국 내 수요에 따라 통관을 강화했다가 완화하는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며 “특히 화물은 최근 상세한 품목 표기를 요구하는 등 규정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드사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6월 3척 발주…대선조선 1척 계약
선사들은 시황 부진 속에서도 운항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신조선 도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3곳의 선사에서 신조선 발주를 확정했다. 주인공은 군산-스다오 노선에 선박 1척을 추가 배선한 석도국제훼리와 올해 1월 화물선을 이용해 평택-룽청 노선을 재개한 영성대룡해운, 대산-룽청 노선 개설을 준비 중인 한성카페리다.
석도국제훼리는 현재 운항 중인 <스다오>호, 영성대룡해운은 폭발 사고가 난 <융샤>호의 대체선으로 중국 황하이(黃海)조선에 2만t(총톤수)급 선박을 각각 발주했다. 선가는 각각 5200만달러 안팎이다.
석도국제훼리에서 발주한 신조선은 지난 1월 인도된 뒤 신설 군산-스다오 노선에 취항 중인 <뉴씨다오펄>호의 자매선으로, 여객 1200명, 화물 338TEU를 수송할 수 있다. 화물차뿐 아니라 크레인으로도 하역할 수 있는 RORO-LOLO 겸용 선박이다. 내년 6월 취항 예정인 신조선의 이름은 <군산펄>로 결정됐다.
영성대룡해운이 발주한 신조선은 여객정원 1000명, 화물정량 300TEU로 내후년 6월께 완공돼 항로에 취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하이조선이 석도국제훼리 선박과 중국 다롄을 취항하는 연안여객선 등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인도 일정이 몇 개월 미뤄졌다.
한성카페리는 대선조선과 2만t짜리 여객선 신조를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신조선은 여객 800명, 화물 230TEU 규모로, 인도 예정일은 내년 말이다. 선가는 중국 조선소보다 비싼 5500만달러로 알려졌다. 선사측은 대선조선이 한일고속의 1만9000t급 여객선을 신조한 점을 높이 평가해 신조 계약을 결정했다.
연내 노선 개설을 준비 중인 한성카페리는 신조선이 완공될 때까지 임시로 쓸 용선을 물색 중이다. 인천 신국제여객터미널이 완공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취항이 가능할 걸로 예상되는 대저건설의 <오리엔탈펄8>호를 두고 물밑 접촉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저건설은 단동국제항운으로부터 지은 지 1년 된 선박을 매입하면서 인천-제주 노선 취항선사로 선정된 바 있다.
이로써 한중카페리항로에 도입되는 신조선은 11척으로 늘어나게 됐다. 2016년 화동해운과 단동국제항운을 시작으로 지난해 연태훼리 연운항훼리, 올해 초 석도국제훼리가 각각 신조선을 인도받았다.
올해 하반기엔 위동항운과 평택교동훼리가 새롭게 지어진 선박을 품에 받아들 예정이다. 두 선사는 지난 4월 현대미포조선과 중국 AVIC웨이하이조선에서 각각 신조선 진수식을 가졌다.
이 중 위동항운은 9월10일 선박을 인도받아 나흘 뒤인 14일 취항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다음달 2일 조선소 시운전이 예정돼 있다.
평택교동훼리의 경우 당초 계획했던 9월15일보다 한 달 늦은 10월께 신조선 취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설계와 다르게 지어진 인테리어가 공정 지연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인천-옌타인 노선의 한중훼리는 지난해 12월 톈진신강조선에 발주한 3만3000t급 신조선을 내년 10월께 인도받을 예정이다. 선박 이름은 현재 취항 중인 선박을 계승한 <신향설란>호로 잠정 결정됐다.
한중 카페리 신조 물량은 중국 조선소로 집중됐다. 중국 황하이조선이 11척 중 7척을 쓸어갔고 중국 AVIC웨이하이조선 톈진신강조선, 우리나라 현대미포조선 대선조선이 1척씩을 나눠가졌다. 총 9척의 선박이 중국 조선소로 넘어갔다.
선사들은 카페리선의 담보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금융 상황에서 국내에서 선박을 신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중국 조선소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조선소 일감 확보를 위해서라도 카페리선 신조 금융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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