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4 09:46

시선/ 해운시장 ‘SOx 규제’가 선사만의 몫인가



올해 ‘한국해운 재건’이 국내 해운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면, ‘황산화물(SOx) 배출규제’는 전 세계 선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선박들이 배출하고 있는 연료유의 SOx 함유량을 0.5% 이하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선박의 배기가스가 대기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을 현행 3.5% 이하에서 크게 강화하기로 한 것.

SOx 배출규제 시행 일 년 반을 앞두고 전 세계 해운사들은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선사들은 강화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저유황유 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선박의 주연료로 사용하거나 저감장치(Scrubber)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저유황유 도입은 추가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규제를 만족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다만 벙커C유 보다 가격이 40~80% 비싸고 수요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LNG 연료 도입은 저유황유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발열량이 20% 이상 높아 선박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저장탱크와 이중관설비 등을 설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화물적재 공간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LNG벙커링 시설이 갖춰진 곳이 많지 않아 연료를 공급받는 게 어렵다.

올 들어 설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는 스크러버는 선박 크기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3000TEU급 선박엔 약 20억원이, 2만TEU급 초대형선엔 100억원이 넘는 설치 비용이 발생한다. 개방형, 폐쇄형, 하이브리드형으로 나뉘는 스크러버의 연간 생산량은 고작 연간 350~400기 정도다. 전 세계 운항 선박이 수만 척이라는 점에서 향후 선사들이 설치를 원해도 스크러버를 달지 못한 선박이 수두룩할 것으로 보인다.

스크러버는 찌꺼기(슬러지)를 바다로 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형 타입이 선호되고 있지만 배출 규제지역(ECA)에서는 찌꺼기 저장탱크가 마련된 폐쇄형을 갖춰야 한다. 폐쇄형은 입항 후 저장탱크에 담긴 슬러지를 파이프를 통해 육상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육상에서의 찌꺼기 처리방안이 나와 있지 않은 건 문제점으로 꼽힌다.

규제 시행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한 선사들이 상당하다. 대응방안이 선령과 항해구역에 따라 다르고 저유황유 가격과 스크러버 수급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 가지 선택지만 있었더라면 이처럼 혼란스럽지 않았을 거라고 선사들이 하소연할까? 무얼 선택하든 선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의 배출규제 연기 요청이 늘어나고 있지만 IMO가 BWMS(선박평형수처리설비) 시행을 한 번 늦춘 터라 SOx 규제까지 연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결국 최종선택을 해야 하는 건 규제 대상인 선사들이기에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가 연구기관, 협회, 학계, 기업 등과 머리를 맞대고 통합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각계각층과 협의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R&D(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국적선사들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에 대처하지 못한 선사들은 전 세계 해역에서 선박 운항이 금지돼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대처 결과에 따라 정부의 숙원과제인 ‘한국해운 재건’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선사와 정부, 각계의 관심이 한 군데로 모아져야 환경규제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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