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자에 이어>
2. 기관중재와 임의중재
전문적인 관리기구인 상설중재기관에 의해 중재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기관중재(institutional arbitration, administrated arbitration; 상설기관중재라고도 함)라 하고, 상설중재기관의 도움 없이 분쟁당사자가 스스로 중재인을 선임하고 중재인의 직접 중재절차를 관리하고 진행하는 것을 임의중재(ad hoc arbitratin, non-administrated arbitration; 임의기관중재, 사적중재라고도 함)라고 한다.
중재는 원래 분쟁당사자간의 사적 자치분쟁해결제도이므로 일정한 시설이나 관리요원을 갖춘 상설기관의 개입없이 당사자가 스스로 중재절차를 진행, 관리하는 임의중재를 예정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중재인 선정, 상호의사전달 또는 통지, 중재신문 장소 결정 등의 문제로 인해 절차가 지연되거나 중재절차를 둘러싼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재절차개시에서부터 중재판정에 이르기까지 중재사무를 관할하는 상설중재기관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기관중재는 상설중재기관이 중재에 적용할 중재규칙에 따라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중재인 선정, 준거법 적용, 중재장소 결정 등 중재절차를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국제적인 실무관행 상으로도 상설중재기관에 의한 기관중재를 이용하는 경향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UNCITRAL 모델중재법은 임의중재를 기초로 한 것이며 우리나라 중재법도 기관중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는 해석되지 아니하므로 기관중재에 의한 중재판정이든 임의중재에 의한 중재판정이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이상 그 판정의 효력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UN협약(뉴욕협약)도 임의중재판정이든 기관중재판정이든 구분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조 2. The term “arbitral awards” shall include not only awards made by arbitrators appointed for each case but also those made by permanent arbitral bodies to which the parties have submitted).
우리나라에서는 중재법과 중재규칙(국내중재규칙과 국제중재규칙)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만이 중재절차 및 관련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대한상사중재원이 유일한 상설중재기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임의중재에 관해는 이를 취급하기 위한 유관기관이나 절차, 법규정, 규칙 등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3. 해사중재
가. 해사분쟁 해결방법으로서의 해사중재
해상운송계약 등에 관한 해사분쟁이 있는 경우 분쟁해결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해사계약도 원칙적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계약서에 중재조항 등의 중재합의가 있으면 막바로 소송을 할 수 없고 중재합의에서 정해진 바에 따라 중재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당사자들로서는 운송계약, 선하증권계약이나 용선계약 등의 해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실제계약내용 이외에도 준거법, 중재기관, 중재장소 등에 관한 중재합의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재는 3심구조를 갖는 소송과 달리 중재판정이 곧 확정판결의 효력을 가지는 이점이 있으나, 계약상 중재합의가 존재하거나 쌍방이 중재에 의해 분쟁을 해결키로 합의한 경우가 아닌 한 허용될 수 없다.
나. 기관중재인가? 임의중재인가?
당사자간에 중재합의에서 중재기관을 정한 경우에는 합의된 중재기관에 의한 기관중재에 의하게 되지만 중재합의에서 중재기관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간에 중재기관에 대해 별도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임의중재에 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재법과 중재규칙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만이 중재절차 및 관련업무를 수행하고 해사중재기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해사중재의 경우도 기관중재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상사중재에 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기관의 개입이 없거나 개입이 최소화되는 임의중재가 당연히 허용될 것이지만 임의중재절차에 관한 법규정이나 규칙이 마련돼 있지 아니하므로 우리나라에서 임의중재를 진행하는 경우 당사자에 의해 선정된 중재인이 중재법의 취지에 따라 적절히 판단해 중재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국,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들은 해사중재를 전담하는 중재기관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사중재도 기관중재는 물론 기관의 개입이 없거나 개입이 최소화된 임의중재가 보편화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해사중재를 위한 중재기관을 두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며, 외국의 해사중재절차를 참고해 임의중재에 의한 해사중재절차도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 개정중재법과 해사중재
개정중재법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이 판결이 아닌 결정으로 이루어져 집행절차가 신속, 간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적인 분쟁이 많은 해사중재에 의한 외국중재판정도 우리나라에서의 집행절차가 용이하게 돼 우리나라의 해사중재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차제에 우리나라의 해사중재제도 및 절차도 국제기준에 맞게 선진화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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