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0 09:28

커버스토리/ 한국물류관리사협회 이현선 회장

‘젊은 물류인재 양성’ 필수
물류관리사 권익보호 위해 노력



‘인재가 미래다’ 한 대기업의 광고 카피에 나온 글이다. 인재가 미래?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핵심은 기업의 성공은 그 기업을 이끄는 사람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최근 떠오르는 산업으로 그리고 대한민국 성장 동력으로 통하고 있는 물류산업 역시 물류전문가가 절실하다. ‘물류관리사’는 물류전문가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한국물류관리사협회는 물류관리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본지는 한국물류관리사협회 이현선 회장을 만나 협회와 물류관리사 그리고 물류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Q. 한국물류관리사협회는 지난 1998년 설립돼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협회로 알고 있습니다. 협회의 발족 배경과 그 간 걸어온 길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사)한국물류관리사협회는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이 도입된 다음 해인 1998년에 ‘한국공인물류관리사회’라는 이름으로 창립됐습니다. 명칭에서 느껴지듯이 물류관리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물류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자질향상 및 업무개발 등을 통해 국가물류선진화와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 2000년에 건교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고 2001년도에 현재의 (사)한국물류관리사협회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초대회장은 유한양행 대표이사를 지내셨던 (고)차중근 회장님께서 맡으셨고 제가 제 7대 회장이니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20여년의 기간 동안 세월의 부침도 있었지만 기업물류비 실태조사를 통해 물류비 상세해설서 및 물류비 산정지침이나 개정안 기본해설서 발간, 물류관리사 교재 편찬 등을 통해 나름대로 생소했던 물류를 국내에 정착시키는데 일조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 여러 기업과 군, 산업체와도 MOU를 체결해 맞춤교육이나 위탁교육을 진행하면서 물류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Q. 협회의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그리고 각 부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현재 협회에는 저를 비롯하여 부회장 4명, 사무국장 1명, 감사 2명, 고문 6명, 자문위원 2명 및 이사 28명 등 총 44명의 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35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사무국 산하에 회원관리부, 교육출판부, 컨설팅사업부 및 대외협력부를 두고 있습니다. 회원관리부에서 회원관리와 홍보, 취업지원 등을 맡고 있고 교육출판부에서는 교재출판과 온·오프라인 강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사업부에서 컨설팅 및 연구조사를 그리고 대외협력부는 관련기관과의 협력망 구축과 신규사업 추진을 맡고 있습니다. 



물류관리사 제도 개선 및 정책 건의

Q. 한국물류관리사협회의 주요 사업 내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우리 협회는 물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설립 취지에 맞추어 물류에 관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각 기업이나 기관들의 위탁을 받아 컨설팅 및 용역사업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류관리사 제도개선에 관한 정책 건의나 기업들의 물류개선을 위한 자문 및 정보제공 등도 해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을 위해 취업정보 제공 및 무료 공개특강 등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2017년 들어 가장 초점을 맞출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현재 진행상황은?

사실 저는 지난 2년 동안 청년물류인 양성에 많은 신경을 써왔습니다. 녹록치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 물류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 젊은 청년들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PLY(Professional Logistician Youngster Club) Club이라는 청년물류인 모임을 만들어서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물류현장 견학의 기회도 제공하고 선배 임원님들의 생생한 실무특강을 통해서 물류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한편 협회 임시총회와 정기총회에 참여하여 임원님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취업 관련 팁(Tip)이나 매칭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놓친 부분들도 좀 있습니다. 협회가 물류관련부문을 연구해서 현황 보고서도 만들고 개선안도 마련하여 업계의 목소리가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창구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협회 내에 물류연구회를 만들어 관심 있는 주제부터 좀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되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협회 이름으로 자료집을 발간하여 배포하려고 합니다. 

Q. 협회는 지난해 성지융복합교육원과 MOU를 체결하는 등 산학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

작년에 성지융복합교육원과 MOU를 체결하여 항공물류 실무자 양성과정(450시간) 및 수출입관리 실무자 양성과정(700시간)에 대한 위탁교육을 마쳤습니다. 현재 수출입관리 실무자 양성과정 2기가 진행 중인데 4월 초에 과정이 끝나는 대로 바로 3기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고 연이어 8월에 4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실 과정명이 수출입이라 그렇지 여기에는 국제물류의 전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최고의 협회 전문 강사들을 통해 제대로 된 국제물류인재를 양성한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영종국제물류고, 한국항만물류고 및 일부 기업들에 맞춤교육을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류’를 모르면 ‘경영’ 어려워

Q. 최근 물류관리사에 대한 비전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류관리사에 대한 회장님의 개인적 견해는?

확실히 예전보다는 물류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물류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자질도 많이 향상되어서 물류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수록 물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기 때문에 물류관리사의 역할 또한 더 커지고 중요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류가 단순히 운송과 보관 등과 같은 기능중심의 물류가 아닌 SCM(공급사슬관리)과 DCM(수요체인관리)을 포함하는 가치 사슬(Value Chain)에서 핵심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물류를 모르면 경영을 할 수 없는 정도로 물류의 역할이 중요해져 이를 계획·실행·관리·분석하는 물류관리사의 수요 및 역할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다만 물류관리사 자격 취득 이후에도 교육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자질 및 능력향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위하여 협회가 필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Q. 협회를 이끌어 가시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비영리 사단법인의 특성상 자금문제가 가장 큰 애로점입니다. 협회가 회원들을 위해 무료교육이나 컨설팅도 하고, 젊은 물류인들을 위해 멘토링 서비스나 취업지원 등도 해 주고 싶지만 형식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부분이라 비용이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고 매번 협회 임원님들께 대승적 차원에서 봉사와 희생을 해주시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더구나 협회는 수직적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입니다. 사기업처럼 대가를 지불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포워딩 분야가 주 전공이다 보니 타 분야에서 현장감이 부족한 문제도 있고, 본업과 강의 등을 병행하면서 협회 일을 챙겨야 하는 시간적 한계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의 이런 부족한 점들을 메꾸어 주시려고 애써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큰 무리없이 꾸려오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협회 임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중소기업도 ‘물류’ 관심 가져야

Q. 국내 중소기업은 현실상 아직까지도 물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물류와 전문인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해 주신다면?

기업 운영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 모두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큰 밑그림을 가지고 멀리 내다보는 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편과 함께 소규모로 무역업을 하고 있는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중소기업 경영자들께서 총비용관리와 기업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물류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남고 뒤고 밑지는 운영이 아니라 효율적 물류관리를 통해 앞으로 밑져도 뒤로 남는 운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즈니스의 추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비즈니스의 핵심인 물류서비스에 대하여 기업에서 보다 관심을 갖고 핵심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할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물류의 가치를 수치화하고 계량화하여 경영판단의 자료로 삼기 위해서는 이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도입하여 실행하고 결과 분석을 통해 개선안을 도출하는 작업은 사람의 몫입니다. 단순히 지원부서로서 물류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영전략의 핵심인재로서 물류인력 양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요즘은 정부지원을 받아 각 기관에서 실시하는 무료교육도 있고 또 우리 협회를 통해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는 교육도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 협회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무료 컨설팅이나 무료 맞춤교육까지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연 2회 특정주제를 가지고 무료공개 특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건이 되면 이를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Q.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등 국내외 물류환경이 좋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할 현안은?

너무 진부한 얘기지만 건전한 물류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정거래, 공정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와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물류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겠지요.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탄핵심판 과정에서 힘없는 보통 국민들을 가장 분노하고 좌절하게 만든 것은 최고 공적 영역에까지 사적인 관계나 이해가 작동하여 공적영역이 소수를 위한 사적영역으로 무너진 점일 것입니다. 물론 예전보다 많이 투명해졌다고 봅니다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일감몰아주기와 편법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그 써클에 들지 못한 기업이나 사람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거나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하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뒷받침되면 좋겠습니다. 우수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물류 스타트업 기업에 사무실 지원을 비롯하여 법률 및 세무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크라우드 펀딩 등이 용이하도록 규제완화와 제도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의 물류벤처 창업이 활성화되어 미래의 구글이나 트위터 같은 기업들이 물류분야에서도 탄생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물류산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빅데이터 분석기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물류정보시스템의 융복합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First Mover(선도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밑에서 물줄기를 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기에 물류 관련 정책 입안자들의 혜안과 용기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각 부문별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나 해양수산부 내에 민관회의기구를 상설화하고, 물류신문고를 별도로 설치해 규제개혁과 아이디어 창출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제안 드립니다. 


여성물류인 모임 발족의 꿈

Q. 남은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솔직히 이제는 추가로 무엇을 벌리려고 하기 보다는 진행해 왔던 일들이 영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점검하고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 중 여성물류인 모임 발족이 아직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데 제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로 인해 자꾸 미루어지고 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제가 취임 후 영입한 3분의 여성 이사님들을 중심으로라도 뭉쳐서 주변의 유망한 여성 물류인들을 발굴해내고, 이들에게 선배로서 멘토 역할을 해주려고 합니다. 작고 초라하더라도 틀을 만들어 누군가의 미래를 위해 작은 씨앗 하나라도 뿌려주고 떠나는 것…그것이 제가 미약하나마 협회와 물류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인 것 같습니다. 

Q. 경영철학 및 신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경영철학이라고 하기까지는 좀 거창할 것 같고 일에 있어서는 ‘정도무우(正道無憂)’의 원칙을 지키려고 합니다. 바른 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제 마음이 가장 편할지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제 마음이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언제나 보편타당한 것은 아니겠지만 뒷날 부끄러운 후회를 줄일 수는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가급적 정말 가까운 사람과는 업무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이란 맺고 끊음이 분명해야 하는데 인간관계 때문에 흐려지고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하는 우리 정서와는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라 간혹 무심하다거나 서운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에는 누구에게나 민감한 돈이 개입되는데 돈 때문에 깨어진 인간관계는 회복이 어렵습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서운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 friend to all is a friend to none(만인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이라는 말처럼 모두에게 다가가려고 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할 때 그 곁을 함께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PROFILE

[학력사항]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졸업(글로벌물류 전공)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 졸업

[경력사항]    
(사)한국물류관리사협회 회장 (현)
(주)하니상사 이사 (현)
배화여대 국제무역과 외래교수 (현)
(주)대상물류 기획실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근무 (전)
삼성그룹 비서실 근무 (전)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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