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 5개국이 모여 북방물류시장의 현주소와 미래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북방물류 국제컨퍼런스'에서 각국 발표자 대부분은 북방물류시장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극동 개발, 몽골의 자원수출, 북극해항로 상업화 등이 북방물류시장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정책들이다. 발표자들은 우리나라와 북한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문제점을 중심으로 국가들간 원활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나진항 '물류허브 메카' 꿈꾼다
북한 나진항이 물류허브항만으로 잠재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북방물류시장에서 물류허브 기능을 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연변대 백성호 교수(現 범한글로벌그룹 대표)는 "과거엔 나진항을 허브포트로 언급했지만 지금은 물류허브 요충지로 아주 적합한 자유무역항"이라며 나진항의 경쟁력에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나진항은 러시아 핫산역으로부터 표준궤(1435mm)와 광궤 철도가 3부두와 연결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이용이 가능하다. 3부두는 러시아가 7만t급 선박을 접안할 수 있도록 부두 끝단을 30m 연장하는 보강공사를 완료한 바 있다. 하역능력은 연간 800만t이며, 9~11m의 수심을 보유하고 있어 극동 물류허브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 교수는 러시아가 장기임차한 최신식 터미널뿐만 아니라 다른 시설들이 석탄부두로 전락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물류허브인 나진항이 종합무역항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방 물류시장의 왜곡현상이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청중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의 물량(석탄·곡물)을 나진항으로 유인해 중국 남방지역과 한·일 등으로 수출하자는 의견이다. 백 교수는 나진항을 기점으로 해 TSR 및 부산항과 연계운송해 일본·동남아·미주지역 등까지 글로벌 운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동북 3성의 물류가 다롄 단동 영구 등으로 장기운송되는 물류왜곡현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나선 경제특구와 나진항 개발에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선도적으로 참여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중국 연변대 백성호 교수는 "나선 경제특구와 나진항 개발에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선도적으로 참여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 동북지역의 우리나라·일본 대외무역 컨테이너 물동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백 교수에 따르면 길림성, 흑룡강성, 내몽고 동부지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20년 93만TEU로 2010년 14만TEU 대비 6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점쳤다. 나진항 배후 물동량 역시 석탄과 곡물이 연간 약 1000만t 45만t 등 총 1200만t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흑룡강성과 길림성의 향후 전망도 제시됐다. 현재 흑룡강성의 주요 물류루트는 블라디보스토크-수분하-만주리-TSR(러시아)-유럽이다. 이 루트는 유라시아 물류길에 비해 운송구간이 짧다는 강점이 있다. 다롄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운송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다만 백 교수는 물류 운송 활성화 문제점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산업구조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러시아간의 복잡한 통관절차와 수분하-블라디보스토크(국경운송)를 언급하며 "숙련된 업체가 많지 않고 독점형태로 가기 때문에 운송료가 비싸다"고 지적했다. 길림성 역시 흑룡강성과 같은 이유의 문제점이 산적해 빠른 문제해결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 신규물량 창출위해 흑룡강성 주목해야"
흑룡강성의 물류루트를 활용한 부산항의 미래 먹거리도 제시됐다. 이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은수 연구원에 따르면 흑룡강성으로부터 창출할 수 있는 컨테이너 화물은 3만~5만TEU에 달한다. 연간 약 1800만~1900만TEU를 처리하는 부산항에 비해 적은 양이다. 김 연구원은 "작은 볼륨이라 소홀할 수 있겠지만 동북아 환적허브로서 주변 사각지역에 대한 활성화 측면에서 중국 러시아 정부와 협력해 기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흑룡강성의 잠재 시장은 밝아 보인다. 김 연구원은 "메인이 아닌 대안 물류시장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차이는 존재한다"며 "신규 물량 창출을 위해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중국·러시아·몽골 등의 국가들이 속한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의 활성화 방안도 논의됐다. GTI는 두만강 하류지역 교통인프라 개발 및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중국-러시아-몽골 4개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유일의 다자협의체다.
러시아 극동교통대 알렉산더 발라예프 학장은 동북아국가들의 다각적인 협력을 주문했다. 이해관련 당사자들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데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지정학적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GTI 협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발라예프 학장은 GTI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GTI 개발을 원활히 하기 위해 그는 하바롭스크 변강주와 극동지역을 통합과정에 포함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과 북한을 동복아 포괄적 파트너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 인프라연구소 안병민 소장
(사진 위)은 한국과 유라시아 국가간 '지식공유사업'에 대해 주장했다. 안 소장은 불확실한 화물열차 운임, 세관 기록 문제 등 작은 협력을 시작으로 북방물류시장의 큰 장벽인 공동화·표준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작업을 진행한 이후 우리나라의 철도·항만 인프라 노하우를 카자흐스탄 등 북방국가에 전수하며 협력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그는 러시아의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러시아의 덕천·북창 광산개발과 남포항 부두 현대화 등을 통해 러시아가 석탄·항만·물류를 하나로 결합하는 패키지 사업으로 사업모델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북한에서 서로 유관된 산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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