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7 17:58

특별기고/ 물류컨설팅을 통해 기본 틀을 다시 잡아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H사는 독일에서 설립된 의료기기 판매회사로 수술용 의료기구를 꾸준히 개발하며 성장해 온 의료기기 대표기업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기준으로도 상위 매출을 랭크하며, 국내 특수의료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의 잇따른 한국시장 진출과 납품단가 인하, 정부의 복지정책 변화에 따른 의료기기 단가인하 조치 등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H사는 그간 아파트형 공장을 임대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다. 의료기기업체이기에 B2C(기업 개인 간) 비즈니스 구조는 없으며, 전국의 각 에이전시에게 납품한 이후에 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업무까지도 한국 본사에서 진행한다.

H사는 그동안 물류와 물류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기업경쟁력 강화와 원가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물류정책 수립 및 물류관리에 큰 관심을 갖고 무역협회 3자물류 컨설팅을 찾게 되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H사로부터 자가 물류센터의 효율적 운영과 3자물류 방향수립에 대한 요청을 받고 본격적인 컨설팅을 시작했다. H사는 현 물류비용의 적정성 여부와 새롭게 시행되는 GSP(의료기기 유통관리법)에 대한 법규적용에 대해 궁금히 여겼고, 현대로지스틱스는 현 물류비용 적정성 여부와 함께 GSP 적용을 통한 3자물류 활용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물류에 대한 전문지식 및 GSP 규정에 입각한 문서 존재여부 및 환경 적정성 평가를 위해 SCM(공급망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문서 및 환경에 대한 질의서를 작성토록 한 결과 20개 중 17개 항목에 해당되는 부분들이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물류창고 내에 어떠한 SOP도 찾아볼 수 없어, 물류 프로세스에 대한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SCM 관점에서 As-Is 분석

H사는 급격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영업부서에 치중한 경영방식을 고수해 왔고, 이에 따라 물류관리는 SCM팀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해 왔다. 자사에서 구축한 ERP(전사적 자원관리)에서의 물류에 대한 기능적 지원은 전무하며, 물류 KPI(핵심성과지표) 분석은 물론 기본적인 물류비 계산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분당에 위치한 자가창고를 방문해 보니 물류운영 프로세스상 인바운드(Inbound)를 받을 수량에 대한 정보는 약 2주일 전 ERP 시스템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으나, 수령예정 제품에 대한 교육 및 프로세스 성립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관 관련해서는 지역 관리는 되어 있으나, 해당 지역에 모든 제품들이 다 보관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동일한 제품이 입고 되었을 때의 보관방식이나 보관 프로세스에 대한 기준 마련은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재의 ERP시스템으로는 창고 내 입고, 재고, 출고 등의 기본 물류 프로세스는 확인할 수 있지만 창고에서 출고된 제품에 대한 트랙킹(Tracking)이나 운송정보에 대한 관리는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구조였다. 창고 물류흐름을 분석한 결과 자가물류인 탓에 물류에 대한 전문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 의료기기 제품이기 때문에 SKU 단위가 약 *,***개 정도 되고 제품의 부피도 매우 작아 관리가 용이하지 않으며 라벨을 통해 관리를 한다고 해도 100%의 인벤토리(Inventory) 일치가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다른 문제는 H사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자가물류를 통해 물류를 수행하고 있어 별도의 KPI 또는 SLA(서비스 수준 계약) 설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물류현황에 대한 관리기준이 없으므로 현재 데이터로 무엇인가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단 한 개의 창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창고의 기능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제품이 의료기기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긴급환자가 수술을 하는 상황에 병원에 재고가 없으면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리점에 많은 재고를 둘 수 밖에 없고, 때문에 대리점 재고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평가지표 고도화가 솔루션

물류활동에 대한 지표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의 물류활동에 대한 평가지표가 없어 개선점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는 2016년 1월 1일부터 식약처에서 시행되는 GSP 시행에 따라 지금과는 다른 매우 엄격한 의료기기 추적관리가 시행된다. H사 역시 추적관리 대상업체에 포함되게 되며, 의료기기 수입 이후부터 최종 대리점에 납품하는 단계까지, 그리고 대리점에서 최종 병원에 납품하는 단계까지가 시스템 또는 문서로 관리되어야만 한다.

재고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동전과도 같다. 첫째로는 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서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둘째로는 판매되기 전까지 보관에 따른 비용이 발생된다는 점이다. 재고가 부족하면 생산이나 판매를 적시에 할 수 없고, 재고가 너무 많게 되면 보관에 과도한 경비 등을 지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위험을 어떻게 조화시켜서 적절한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느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금 당장 H사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은 물류비 적정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마련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물류흐름의 형태에 따라 물류비용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즉 입고부터 보관, 출고, 출고 후 대리점 배송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을 프로세스별로 구분하고, 각 프로세스별 물류비용의 적정성을 분석하여 물류비용에 대한 기준점을 잡으면 물동량 변화에 따라 물류비용을 측정할 수 있다. 두번째는 물류수행에 대한 평가를 위하여 서비스 단계에 관련된 KPI 설정이 필요하다. KPI 설정을 통해 물류활동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얼마나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속적인 개선활동을 통해 서비스 단계를 높여간다.

3PL 관점에서의 개선안 도출

3PL의 존재이유는 물류 아웃소싱을 통해 화주기업의 물류비를 절감하고 더 나아가 핵심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있다. 화주사가 제조업이라면 회사는 제조 및 R&D(연구개발), 마케팅에 집중하고 물류는 전문 물류기업에 위탁하여 불필요한 리소스와 비용을 절감한다. 현대로지스틱스는 H사의 물류비용 중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보관비 및 인건비에 대한 비용 절감을 위해 같은 물동량을 기준으로 3PL 물류비용 적정성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H사가 이용하고 있는 창고는 물류활동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창고가 아닌 아파트형 공장이어서 창고 높이가 약 3미터 정도로 팔레트 2단이 들어가지 못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H사의 과거 배송 데이터를 수취하여 전문 물류센터의 입지선정부터 전문 물류센터 평당 단가, 그리고 H사의 물동량을 기초로 적정인원 및 인건비 구조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했다. 화주사의 자체 물류경쟁력보다 3PL 운영이 효율적일 때 실행되어야 한다.

H사는 여러가지 운송모드를 종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이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많은 WorkLoad(작업량)가 소요되고 있었다. 이에 현대로지스틱스는 통합배차 운영을 제안했다. 통합배차는 화주사의 직영관리 체제를 3PL업체가 중간에 매개하여 통합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화주사 입장에서는 상물을 분리하는 첫단계로 볼 수 있으며, 기존의 복잡한 운영 및 계약구조에서 3PL업체와 관리부문만 담당하면 되는 편리한 구조이다. 또한 현대로지스틱스는 창고에서 출고후 도착지까지 배송되는 부분에 대한 현황 및 데이터를 수취할 수 있도록 TMS 시스템(배송관리시스템) 도입을 적극 권장하였다.

TMS 시스템은 화주사의 물품이 창고를 떠난 시점부터 예정된 배송지에 도착할 때까지 출고시점과 배차현황, 그리고 운송과 관련된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H사의 경우 2016년부터 이것을 정부 기관들에 증명해야 하므로 TMS 시스템 도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물류를 개선할 때는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실무진들의 명확한 데이터 제출과 현장에서의 협력은 무엇보다 긴요하며, 물류현황에 대해 가감없이 느끼는 바를 말해주고 협력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H사 물류담당자 및 최고 경영자의 물류 개선의지는 절실했고 매우 협력적이었다. 화주사의 물류비 관리는 점차 개선되고 있는 반면, 물류 프로세스 개선과 인력에 대한 활용은 미진한 것 같다. 3PL이 더욱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자사의 공급망 프로세스를 명확히 분석하고, 물동량 규모와 판매채널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한 후 3PL을 전면적으로 도입할 것인지 부분적으로 도입할 것인지 의사결정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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