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8 17:45

한일항로/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울고 웃는 선사들

로컬물량 반사이익 vs 피더화물 감소
한일항로는 선사들이 목표로 한 물동량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운임공표제 도입 이후 일본 지방항 노선의 운임이 상승 추세란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한진해운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피더화물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은 선사들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5기(9~10월) 선적상한선(실링)인 93%를 여유롭게 달성했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목표치를 웃도는 실적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성수기 효과와 함께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반사이익이 호실적의 배경이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전까지 한일항로에서 한신(고베·오사카)을 잇는 KJ1과 고베 및 게이힌(도쿄·요코하마)을 연결하는 KJ2를 운항해 왔다. 두 노선에서 수송한 직교역(로컬) 물동량은 월 1500TEU 정도였다. 이들 물동량이 모두 경쟁선사로 전이됐다. 특히 광양항 서비스를 운영 중인 장금상선과 팬오션은 한진해운의 광양발 물동량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선사들은 11~12월 실링도 전기와 같은 93%로 정했다. 11월은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반면 12월엔 연말 연휴로 물동량이 급감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로써 올해 실링은 1~2월 82% 3~4월 95% 5~6월 92% 7~8월 91% 9~10월 및 11~12월 93%의 흐름을 보이게 됐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물동량이 다른 선사들에게 넘어가면서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11월까지 상승곡선이 이어지다 연말 이후 비수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더물량 감소는 선사들에게 큰 걱정거리다. 한진해운이 떠나면서 그동안 일본과 원양을 오가는 화물의 허브 역할을 했던 부산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선 중국 상하이나, 대만 가오슝, 일본 고베 등으로 환적화물기지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본 3대 선사들은 한진해운이 디얼라이언스를 이탈한 상황에서 일본-원양간 화물을 굳이 부산에서 환적 수송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일간 피더화물이 해외 경쟁항만으로 이탈할 경우 이를 수송해왔던 국적선사들의 실적도 동반하락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임 수준은 공표제 이후 견실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실링제도를 운영 중인 게이힌과 한신항로는 과거와 비슷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60달러선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반면 일본 지방항 노선은 운임공표제 도입 이전에 비해 상승세를 띠고 있다. 선사들은 모지 50달러, 센다이 110달러, 도마코마이 130달러, 니가타 70달러 등으로 지방항 운임을 공표했다. 선사들은 기세를 몰아 장기계약화주들의 운임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에 신고한 뒤 대외공표를 하지 않는 계약운임은 공표되는 시장운임에 비해 20~30% 가량 낮은 편이다. 지방항 운임을 중심으로 계약운임의 회복에 나서겠다는 게 선사들의 구상이다.

선사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계약화주들에게 공표운임과의 갭을 메우는 협상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며 “장기계약 물동량이 전체의 절반 정도 되는 상황이어서 계약운임 인상은 수익성 회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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