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장점 중 하나는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단계다. 중소택배기업 KG로지스는 옐로우캡과 동부택배를 합병한 뒤로 사업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배송기사의 수익을 높이는 차원에서 생활 편의서비스업체와 제휴를 맺는가 하면, 플랫폼 업체와 협업을 통해 퀵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혔다. 카카오톡을 통해 택배를 수령하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화주사별 카카오톡 카테고리를 개설해 맞춤형 고객응대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다양한 혁신적인 도전으로 KG로지스는 택배시장에서 ‘단가’ 싸움이 아닌 ‘서비스’ 차별화 전략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KG로지스 곽정현 대표를 만났다.
KG로지스는 어떤 기업인가?
KG로지스는 ‘존경받는 기업, 자랑스런 회사’를 지향하는 KG그룹의 물류부문 자회사로 ‘고객이 다시 찾는 기업, 즐거운 만남이 기다려지는 회사’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급변하고, 전자상거래의 성장세가 높은 상황에서 택배업은 국민생활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G로지스는 택배업의 변화의 물결 속에서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2015년 기준 약 8700만 박스의 물량을 배송했고, 1858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우체국을 제외하면 업계 5위 수준이다. 저희는 단순 배송을 넘어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배송 인프라를 활용한 ‘토털 케어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기업이 될 것이다.
지난해 옐로우캡과 동부택배가 KG로지스로 통합됐다. 통합작업이 녹록지 않았을 텐데, 현재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는지 궁금하다.
문제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두 회사의 문화나 사업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알다시피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병하는데도 2년 이상이 걸렸다.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KG로지스는 6개월 만에 통합을 이뤘다. 약 1년 간 안정화 작업을 거쳐 현재는 완전한 통합을 이룬 상태다. 이에 따라 물동량 처리 능력이 향상돼 예스24, 쿠팡 등 대형화주를 유치할 수 있었다.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KG그룹은 배송의 첫 단과 끝단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KG그룹은 전자지불대행(PG)기업인 KG이니시스와 물류기업 KG로지스를 보유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처음과 끝을 모두 수행하는 셈이다. 최근 유치한 예스24는 이러한 시너지의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히 ‘배송’만 놓고 경쟁했다면 대형 택배사에 밀렸을 수도 있다. 예스24는 KG이니시스의 고객이자, KG로지스의 고객이다. 예스24의 결제서비스 고도화 및 관계사의 해외시장 동반진출도 검토 중이다.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항은 기존 이니시스의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택배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KG로지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 우량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계약으로 연결된 사례도 많다. KG이니시스의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화주의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고, 이를 택배영업에 활용하다보니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제물류업체 ‘팍트라인터내셔널’ 인수 계획을 밝혔으나, 결국 무산됐다. 국제물류업체의 인수배경이 궁금하다.
상호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인수가 무산됐다.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해의 차이였다고 생각된다. 국제물류업체를 인수하려던 건 과당경쟁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물류의 초석을 다지기 위함이었다. 특히 포워딩 기업들이 각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물류네트워크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KG계열사의 해외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으며, 거점 활용 면에서도 큰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자간담회에서 택배의 펀더멘털 구조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어떤 말인가?
택배 단가가 인하되면 결국 수익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정비 커버를 위해 물량을 더 증가시켜야 한다. 그러면 배송기사의 업무강도는 더 높아진다. 전체적인 택배시장의 흐름이 이렇다. 이런 흐름을 선도하는 업체가 바뀌지 않는 한 후발주자들이 시장을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택배기업이 시름하는 것은 ‘박리다매’인데, 이 경우 서비스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배송기사의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보장해야 삶의 질이 향상되고,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도 향상된다. 최근에 생활편의서비스 전문 플랫폼 기업 ASN과 업무 제휴, 퀵서비스 중개업체와의 업무 제휴 역시 배송기사의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수익 보존이 목적이다. 이와 동시에 택배 단가 하락 방지 및 화물 종류별 물류시스템 개선 작업을 통해 안정적인 배송서비스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결국 저희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대전터미널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대안은 무엇이며, 사업에 영향은 없는지 궁금하다.
대전터미널 계약은 8월에 종료된다. 한진이 중부터미널을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동부택배를 인수할 때 임차를 해뒀던 세종터미널로 이전할 계획이며, 물동량을 고려해 기존 대비 2배로 처리능력을 증설했다. 또한 레이아웃 구조상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도급비 절감도 가능할 것 같다. 세종터미널 운영 도급사는 기존 대전터미널을 운영하던 업체로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향후 성수기를 대비해 더욱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천터미널을 기존 대비 1.5배 확장했다. 대형화주 유치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KG로지스의 강점 및 차별화된 영업 전략이 있다면?
빠른 대응력와 유연한 조직구조다. 이미 틀이 갖춰진 대기업에 비해 슬림한 본사 조직은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이에 대응해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단순하게 택배로 시선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통해 사업의 융합을 도모해 종합 서비스 솔루션 업체로 나아가려 한다. 이런 부분이 KG로지스의 강점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대형 택배사가 수도권 인근에 거점을 마련하며 계속해서 처리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저희 장점은 빠른 배송이다. 대형 택배사에 비해 더 일찍 배송을 시작한다. 터미널이 근거리에 있어, 각 지점으로 운송되는 시간이 짧다. 예스24를 유치할 때도 이러한 부분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충청북도 영동군에 약 9917㎡ 규모의 중부권 허브 터미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1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영동산업단지에 위치한다. 궁극적으로 ‘투 허브’ 체계를 생각한다. 증설한 세종터미널과 영동터미널을 중심으로 더 효율적인 물류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동터미널은 3자물류(3PL) 기능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할 예정이다.
앞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생활편의서비스 플랫폼 기업 ASN과 업무협약을 맺은 배경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해 달라.
ASN과 KG로지스는 서로 필요한 부분을 충족한다. ASN은 고객의 요구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올해 3월 ‘애니맨’이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5천명 이상의 헬퍼(고객의 요청을 수행하는 사람)가 등록돼 있다. 이 서비스는 사업의 특성상 최대한 많은 헬퍼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KG로지스는 ASN과 전국에 분포한 4500명 이상의 배송기사를 ‘헬퍼’로 등록하는 업무협약을 추진했다. 협약에 따라 KG로지스 배송기사는 일반 헬퍼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배송기사는 여유 시간에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사내 방송국 운영, 카카오톡 고객채널 개설 등 다양한 형태로 내·외부와 소통한다. 곽정현 대표에게 소통은 어떤 의미인가?
KG로지스 대표를 맡은 뒤부터 배송기사를 대상으로 1박2일 교육을 진행한다. ‘SMC’ 교육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배송기사 250명 정도가 수료했다. 과거 지점장 혹은 대리점 소장과 소통하던 구조를 바꿔, 배송의 말단을 맡는 배송기사를 직접 만나 소통한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긴 하지만, 약 4000여 명의 배송직원을 대상으로 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에 참가하는 배송기사들에게 늘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다. ‘허위완료’, ‘임의배송’, ‘불친절’이다. 서비스가 차별화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택배시장은 끝났다고 본다. 쿠팡의 쿠팡맨을 능가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저희 목표다. 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송기사의 서비스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배송기사와 직원들부터 회사로부터 대접받고 있다고 느껴야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사업 계획은 없나?
앞서 언급한 ASN과 퀵서비스 플랫폼 중개는 현재 추진하는 신규사업은 일부다. ASN은 앞서 설명했고, 퀵서비스 플랫폼 중개는 ‘퀵퀵’이라는 업체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배송기사의 추가적인 수입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KG로지스와는 별개의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추진하는 사업도 있다. 배송기사의 아파트 출입을 제한하는 곳에 대해 국내 택배기업의 물량을 아파트 인근에 모아 공동으로 배송하는 형태를 구상 중이다. 우선적으로 동탄에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택배단가를 낮춰 경쟁하는 게 아닌, 서비스로 승부하고 싶다.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 고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택배를 받으면서 즐거웠던 기억, 행복한 기억을 고객들에게 심어줌으로써 ‘택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걷어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우체부는 존경하지만, 택배기사를 존경한다고 하는 경우는 없다. 마인드의 문제다. 배송기사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업무의 중요성을 일깨워줘야 한다. 배송기사를 대상으로 1박2일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저는 내부직원부터 대리점, 배송기사 나아가 고객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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