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는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수출 물동량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인 싱가포르를 필두로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의 수출 물량 증가세를 시현했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에 따르면 7월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실어나른 컨테이너 물동량은 11만6105TEU로 전년 동월 10만537TEU 대비 15.4% 증가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선전이 눈에 띈다. 한국발 싱가포르행 컨테이너 화물은 전년 대비 35.7% 폭증한 5861TEU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역시 각각 27.2% 23.3% 증가한 1만4382TEU 3만4823TEU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수입항로에서는 베트남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모든 수출입항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물동량 비중이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베트남발 한국행 화물은 2만8055TEU로 1년 전 같은 기간 2만2839TEU에 견줘 22.8% 증가했다. 이밖에 대만과 필리핀이 2.5% 증가한 6880TEU 3283TEU를 기록했다. 수입항로 전체 물동량은 10만999TEU로 2.8% 늘었다.
하반기에도 동남아 해운시장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선사들의 행보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증가하는 물량에 발 맞춰 선사들의 서비스 개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팬오션은 현대상선과 TTP(Tianjin To Philippines Service) 노선에 대한 선복용선(슬롯차터)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과 마닐라를 잇는 바닷길을 9월1일부터 연다. 인터아시아라인 역시 인도 첸나이 직항 서비스를 내달 3일부터 시작한다.
잇따른 서비스 강화에 동남아 해운시장를 바라보는 선사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안그래도 운임이 크게 떨어진 판에 선사들의 서비스 개설이 계속되고 있다”며 “어느 한 곳이라도 적자를 내야 배를 뺄 것이다. 안그러면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영업이 계속될 것”이라며 토로했다.
운임공표제를 통해 운임 끌어올리기에 나선 선사들이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스 운임이 횡행했던 한중항로와 달리 운임전가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선사들은 공표제 시행을 통해 서비스 경쟁력이 앞선 플레이어들만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사 관계자는 “결국 운임이 같아지게 되면서, 항차수와 선복에서 서비스 경쟁력이 뛰어난 선사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하반기도 선사들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선복 증가를 따라갈 수 없어 부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파나마운하 캐스케이딩(선박전환배치)으로 인해 선사들은 또 한차례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동남아항로의 해상운임은 지난달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상하이항운교역소(SSE)에 따르면 8월12일자 상하이-동남아시아(싱가포르)의 해상운임은 TEU당 53달러로 한달 전인 55달러와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홍콩항 운임은 56달러로 지난달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