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관리업은 선주에게 선박관리업무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전문서비스업이다. 외국에선 대형 선박관리업체들이 수천척의 선박을 관리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모나코의 브이쉽스를 비롯해 독일 베르하르트슐테, 노르웨이 바버, 키프로스의 컬럼비아쉽매니지먼트, 홍콩 앵글로이스턴 등 이른바 ‘빅5’는 선박 2600여척, 선원 6만5000여명을 관리하며 세계 선박관리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선박관리업 육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0년까지 생산 10조6000억원, 고용 10만여명을 창출한다는 청사진이었다. 이렇게 해서 도입된 게 2012년 7월 시행된 ‘선박관리산업발전법’이다. 법을 근거로 2013년 2월 한국선박관리업협회가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새출발했다.
선박관리업 발전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니다. 정부와 선박관리산업협회는 제도 도입 이후 산업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해외 로드쇼마저도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해수부와 협회는 2012년부터 일본을 타깃으로 현지 마케팅행사를 벌이고 있다. 첫해와 지난해 도쿄에서, 2013년에 이마바리에서 각각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지난달 23일 고베에서 로드쇼가 진행됐다. 2014년 한 해만 그리스 아테네가 무대였다.
일본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지만 네 번의 행사에서 국내 업체가 현지 선주사와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아직까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 행사는 “왜 열었는지 모르겠다”는 참여업체들의 불만이 나올 만큼 준비가 매우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행사에선 선주를 대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상담부스’를 차리기라도 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생략됐다. 현지 참석자도 대부분 해운 유관기관이나 조선기자재업체 등이었을 뿐 실질적인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선주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진한 결과를 두고 해양수산부의 무사안일한 정책 추진과 선박관리산업협회의 ‘복지부동’식 업무처리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선주사가 많다는 이유로 매년 아무런 준비 없이 일본을 ‘묻지마’식으로 방문하는 마케팅행사에서 성과를 낸다는 게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현지 주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만큼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국내에서도 ‘비밀회합’이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선박관리업 지원도 축소되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해외로드쇼 지원금을 지난해부터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삭감했다. 기획재정부에서 국고보조에 신중을 기하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박관리전문가 교육 지원도 고용노동부로 이관됐다. 그 결과 10억원이었던 해수부의 선박관리업 활성화보조금은 해외로드쇼 지원금만 남게 됐다. 문제는 줄어든 국고보조금마저도 허투루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정부의 선박관리업 지원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선사들이 만성적인 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운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박관리 육성정책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국고만 낭비하는 식의 지원정책은 문제가 클 뿐 아니라 정부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여타 관련기업들을 허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책임감 있는 행정, 사업자단체의 내실 있는 사업 추진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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