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기자는 한국항공대학교 물류학부 학생들의 해외인턴십 과정을 본지 자문위원인 이헌수 교수의 도움으로 동행 취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항공대학교는 매년 물류학부 3, 4학년을 대상으로 우수 인재를 선발해 중국 및 베트남 현지 물류기업에서 인턴십 과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비용은 정부와 학교의 지원으로 이뤄진다. 뽑힌 학생들에게는 실물류와 국제물류를 접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한국물류산업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중국에 진출한 국내 물류기업은 약 200개로 지역별로 살펴보면 주로 화동, 화북, 동북 지역에 국내 물류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편 물류기업 당 주요 화주기업 수는 화북 지역이 26.3개로 가장 많고 서북 지역은 진출한 물류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화동, 화북지역은 물류기업에 대한 서비스 공급 부족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동북지역과 서남지역은 상대적으로 공급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코트라 해외진출 한국기업 디렉토리 중국편 2011년 8월 DB와 2014년 8월 DB간의 주요 업종별 권역별 진출 업체 수를 비교하면 제조업을 제외하고 유통, 서비스, 물류업은 진출 업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렇듯 중국은 국내 물류기업에게 있어 먹거리가 충분한 시장으로 통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을 필두로 너도나도 중국 진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국내 물류기업이 중국에 대해 자세히 알고 가는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자세히’란 말은 최소 2~3년간의 연구를 통해 중국의 문화 및 최신 트렌드 그리고 관련인프라 등을 조사했는지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는 중국 내 물류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쉬이(XUYI)의 김민성 대표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범중 중국연구센터장을 만날 수 있었다. 중국 및 중국물류에 대해 심도있게 그들과 논의하면서 두분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막연한 자신감만 가지고 중국으로 진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쉬이의 김민성 대표는 “중국이 온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도 중국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중국이라는 나라는 알면 알수록 공부가 더 필요한 곳이다”며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사업에 대해 뛰어든다면 솔직히 성공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한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범중 중국연구센터장은 “물류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 진출하든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한다. 또 중국인의 관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을 아직도 부패와 비효율 그리고 음성적 거래가 가능한 나라로 생각하는데 이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시민의식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있어 중국 진출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준비없이 중국에 진출한다면 몇 년 안에 짐 싸기 십상이라는 것이 중국 현지에서 물류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들의 조언이다.
최근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물류를 기반으로 또 한번의 경제 성장을 꿈꾸고 있는 중국에 진출하려면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수박 겉 핥기 식이 아닌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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