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0월 용마로지스 안성물류센터를 취재하던 중 센터관리 담당자로부터 ‘DS’란 귀에 익지 않은 용어를 접할 수 있었다. ‘DS’란 ‘delivery specialist’의 약자로 화물배송기사의 전문성을 널리 알리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호칭이라고 한다.
용마로지스 관계자는 “화물차주를 부를 때 기사양반, 기사님 등 호칭이 통일되지 않아 2000년대 초 사원공모를 통해 ‘DS’란 호칭을 만들었다”며 “본사직원 및 화물차주 양쪽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버스·택시·화물차·자동차 정비 및 관리업계 대표 등 국내 육운산업 종사자는 125만명에 이른다. 또 국내 화물배송기사는 40만명 가량 되며 이중 화물연대 소속은 1만4천여명이다.
그런데 물류업계에서 화물차주는 ‘갑’보다는 ‘을’로 통하고 있다.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에서 영화배우 정웅인이 분한 화물차 기사(영화속 ‘배기사’)는 대기업 즉 화주나 운송주선업체 등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영화에 이런 내용이 반영된 이유는 현실에서 그와 비슷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화물차주의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화물연대의 파업도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최근엔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노조원들이 ‘도색계약서’ 파기를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갔으며 지금까지 진정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노동자 인권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과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으로 화물차주뿐 아니라 사측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물류업계에서 화물배송기사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화물차주가 운송을 하면서 주변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하다면 그 피해는 결과적으로 고객 즉 우리에게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화주 및 물류기업들이 화물배송기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인격 존중에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 이유다. 물론 예전에 비해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현장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화물배송기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
최근 쿠팡이 배송기사를 직접 직원으로 채용해 물류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물류업계 입장에서 볼 때 유통기업이 직접 배송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쿠팡이 배송기사에게 좋은 대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같은 정책이 질높은 고객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배송기사의 인격을 존중하고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진 것이다.
최근 물류업계에서 ‘상생’을 외치며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식의 얘기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러 방면에서 ‘갑’과 ‘을’로 나뉘어 있으며 ‘을’이 고통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을’로 대표되는 화물차 배송기사에 대해 그들의 힘든 점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고 시원한 물 한 컵, 따뜻한 커피 한 잔 권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조용할 만 하면 일어나는 화물연대파업, 그들에게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그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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