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임했다. 김 장관은 해수부가 부활한 이후 처음으로 내부 발탁을 통해 최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김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신임이 두텁다는 걸 방증한다. 해수부 출신이 장관에 오른 건 역대 네 번째다. 앞서 이항규 장관 최낙정 장관 강무현 장관이 이 같은 케이스였다. 차관에서 장관으로 승진한 건 최낙정 강무현 장관에 이어 김 장관이 세 번째다.
해수부는 현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재출범했지만 3년 가까운 시간동안 보여준 모습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출발부터 장관 인사 파동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해 급기야 사상 최악의 해양 참사인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행정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오룡>호 <돌고래>호 침몰로 인한 인명피해, <우이산>호와 <캡틴반젤리스엘>호의 유류오염사고 등 잇따른 해양사고가 해수부와 해양산업계를 괴롭혔다. 아울러 양대 해운기업이 부실의 늪을 허우적댈 만큼 국내 해운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에도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놓고 지난 해수부 폐지 5년의 후유증이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포착된다. 이명박정부 시절의 종합 컨트롤타워 부재가 해양 전반의 부실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부처 부활 이후 비전문가와 정치인들이 잇따라 수장이 되면서 심도 있는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조직 및 업무 장악력이 위축된 것도 한 이유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잇따른 정치인 출신의 장관 취임은 정무 감각의 해양 행정 활용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총선을 앞둔 ‘스펙 쌓기용’으로 변질된 측면이 크다. 8개월간의 짧았던 장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간 전임 장관은 재임 시절 장관 업무보다 지역구 관리에 더 신경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각종 해양 행사 중 부산지역 행사에 유독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으로 해양업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적인 관심이 큰 크루즈나 마리나산업에 올인하면서도 고사 위기에 놓인 해운산업의 지원책 마련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 만큼 내부 승진한 신임 장관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김 장관은 30년간 해수부에서 근무하면서 해운과 선원 항만 해양 분야 업무를 두루 거친 해양수산 전문 행정가다.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국장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여수세계박람회 사무차장을 지냈으며 현 정부 들어선 초대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한 뒤 차관으로 승진해 정치권에서 온 장관을 도와 각종 현안들을 무난히 챙겼다. 지난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거에선 국내 주한 외국대사관을 돌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한편 2차투표 이후부터 승부를 건다는 필승 전략을 고안해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현재 김 장관의 앞엔 해수부의 위상 재건과 해운산업 위기극복, 해양수산업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 조선 및 해양플랜트 업무 이관,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배출을 계기로 한 협력 강화, <세월>호 인양, 해사안전 강화, 수산업 선진화, 해양레저 및 관광산업 활성화 등 현안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김 장관은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 풍부한 행정 경험을 기반으로 ‘해양수산호’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타(操舵)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그의 이력을 바탕으로 해수부와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하며 가치가 대립되는 해양수산 분야의 중요 현안을 원만히 중재 및 해결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김 장관의 성공이 곧 해수부, 그리고 우리나라 해양업계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유념해 정통 해양 전문 관료로서 탁월한 행정력과 살신성인하는 리더십으로 해수부 위상 재건에 힘써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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