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어딜 가. 이쪽으로 가야지.” “옳지. 조금만 더 가면 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함성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이들은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마음은 같았다.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연습하고, 진심을 담아 동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바로 잡아주었다.
기자가 지난 4일 찾은 한국항만연수원 인천연수원에서는 외국인 재직 근로자 교육 수료식이 진행됐다. 인천항만연수원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교육운영협약을 체결해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직업능력개발훈련’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2010년부터 총 33회에 걸쳐 실시됐다. 지금까지 이 곳 연수원의 문을 노크한 외국인 근로자만 1100여명에 달하며,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학생들의 수료율 또한 100%에 육박할 정도로 완벽하다.
인천항만연수원은 본국 귀환을 앞두거나 타국에 진출할 때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6시간씩 총 6주간 이뤄지는 지게차·굴삭기 운전 교육은 5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연수원은 한국어 회화, 안전운전, 한국문화의 이해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인천항만연수원을 향해 배움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 근로자는 매년 늘고 있다.
더 큰 꿈을 향해 ‘돌진’
“장비조작을 교육생들이 참 잘해요. 한국말 또한 유창하게 구사해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굴삭기 운전을 무사히 마치고 들어온 교육생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항만연수원 박상기 교수는 “여기 오면 나이가 적든 많든 먼 고국에서 떠나와서 그런지 국적이 달라도 금방 친구가 된다”며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었던 기수가 있었을 정도로 교육생들의 단결력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의 국적은 필리핀,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다양하다. 평택, 포천, 안산 등 경기도 일대에 거주하는 이들은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꼭두새벽에 집을 나선다. 남들은 다 쉬는 휴일이라 교육하러 나오는 것이 싫을 법 하지만 교육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교육생들은 유독 열의가 넘쳤다.
▲ 박상기 교수(왼쪽 첫번째)와 교육생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름이 길어 ‘사드’라고 불린다는 스리랑카인 자야세카라 프라사드(33·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씨는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볶음밥이 가장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반찬을 스리랑카에 직접 가져가 가족들과 만들어 먹기도 해요. 고국에서 장비를 연습할 장소가 없어, 이 곳(항만연수원)에서 열심히 배워 고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크레인 실습을 위해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파키스탄인 레흐만 잘릴 우르(31)씨는 결혼 세 달 만에 꿈을 이루기 위해 나홀로 한국을 찾았다. 낯선 곳에서 가족과 아내가 보고 싶을 법도 한데 그는 거듭 “괜찮다”고 했다. 그는 더 열심히 배워 고급반에 참여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을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 동갑내기 교육생인 레흐만 잘릴 우르씨와 암자드 알리씨(왼쪽부터) |
같은 파키스탄인이자 친구인 암자드 알리(31)씨는 성실 근무자로 인정받아 한국에서만 10여년을 보냈다. “넌 머리도 없고, 생각도 없냐. 선을 넘으면 안 되는데 저 형은 왜 그래. 그런데 저 사람은 진짜로 머리(머리카락)가 없어요.(웃음)” 근로자들의 교육시간에 우스갯소리를 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알리씨의 꿈은 한국에서 구입한 중장비를 자국의 건설현장에서 운용하며 생계를 꾸리는 것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굴삭기를 한국에서 구입해 자국의 건설업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교육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후 교육생들은 삼삼오오 연수원 내 강의실로 모였다. 이날 수료식에서 인천항만연수원 남영우 교수는 교육생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표창장과 경품을 전달했다.
기쁨을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고통을 함께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행사가 끝난 이후 수료생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질 않았다. 국적은 다르지만 함께 모여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끈끈한 정을 나눴다. 카메라 앞에 둥그렇게 모여 파이팅을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밝은 미래가 느껴졌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