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왜 나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 삼국지에 등장하는 오나라의 지략가 주유가 촉나라 제갈공명과의 대결에서 지자 시대를 원망하며 한 말이다.
해운시장에서도 시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연료가 있다. 청정연료의 대명사인 LNG(액화천연가스)다. LNG를 연료로 때는 선박에 대한 관심 역시 유가하락으로 인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LNG벙커링’ 세미나에서 이 같은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주제 발표자는 국내 주요 해운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진 선박에 대한 인식도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발표자의 주장을 방증하듯 이날 LNG선박 주체인 선사측 인사들의 모습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선박 교체시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다 무엇보다 경제성과 인프라 조성 등이 확보된 후 도입을 검토해보겠다는 선사들의 생각이 LNG 추진 선박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LNG 추진 선박이 해운업계에 가져다 줄 이점은 많다. 갈수록 강화되는 글로벌 해양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으며 연료비용이 벙커C유에 비해 약 30% 저렴해 경제성도 충분하다. 또 LNG가 정부 정책 중 하나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는 친환경 연료라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지난해 기자는 인천항만공사(IPA)의 홍보선인 < 에코누리 >호에 승선해 LNG 추진 선박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 에코누리 >호는 아시아 최초로 개발된 LNG 추진 선박이다. 동력원인 LNG연료는 디젤연료에 비해 황산화물은 100%, 질소산화물은 92%, 분진은 99%, 이산화탄소는 23%나 덜 배출한다. 친환경 선박 건조의 당위성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 에코누리 >호 취항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어느 누구도 유가가 이렇게 떨어질 지 예상하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유가가 상승반전할 시기를 예측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얘기다. LNG 추진 선박 도입은 해운업계가 깊이 고민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점차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유가상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선사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LNG 급유시설 확보 또한 선결과제다. 세계 2위 환적항만인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의 LNG 벙커링 기지구축으로 선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국 또한 LNG 중개 및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인프라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LNG 추진 선박이 세계 주요항만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기에 부산 인천항 등에 LNG 벙커링 기지 구축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현재 마리나산업은 해수부와 국교부, 산자부, 문광부 등 8곳의 부처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협업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LNG 벙커링 사업 또한 해운·조선·가스 등 무려 3개 산업이 맞물려있어 세심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아울러 컨트롤타워 부재는 LNG 산업육성 지연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LNG 벙커링은 해운·조선·항만업계 모두에게 득이 되는 아이템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이들 세 분야에서 세계 톱 10에 올라 있다. 우선 국내 조선소는 LNG 추진 선박에 탑재되는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더욱 높여 세계 1위 조선국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해운업계는 LNG 추진 선박 도입으로 연료절감에 힘쓰는 한편, 항만업계도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할 것이다. LNG 추진 선박 건조와 LNG 벙커링 기지 구축의 성공적인 추진이 절실한 때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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