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철도로 운송되는 화물의 양은 4만309t으로 국내 화물의 4.5%에 불과하다.
철도는 정시성, 안전성, 환경성의 측면에서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지만 인프라 부족과 문전운송의 어려움 등이 단점으로 꼽히면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의 분석 결과 철도는 도로 운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경제적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철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선박과 결합한 복합운송방식을 사용하는 열차페리(Rail Ferry)가 그 관심의 대상이다. 열차페리는 쉽게 말해 화물을 실은 열차를 통째로 선박에 싣고 이동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육상운송으로는 열차를 이용하고 해상운송으로는 선박을 이용하여 수송함에 따라 두 운송수단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도록 한다.
▲발틱해에서 운항중인 열차페리노선
열차페리는 하역 장비의 도움 없이 Ro-Ro방식(Roll-on roll-off)으로 직접 선박에 들어가는 것이 기존의 카페리 방식과 유사하다. Ro-Ro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기존 Lo-Lo방식(Lift-on Lift-off) 방식에 비해 하역시간을 3분의1 이상 감축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으로 꼽힌다.
열차페리를 이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열차페리선이 항구에 접안을 하면 페리터미널연결선(Link Span)을 이용하여 선박과 안벽을 연결하여 열차가 선박 내로 들어갈 수 있는 선로를 만들게 된다. 그 후 선박 내의 열차가 운항 중 쓰러지지 않도록 밧줄로 단단히 고정시키는 래싱 작업을 하게 되면 선박이 출항하게 된다. 도착지에서도 동일하게 페리터미널연결선을 이용하여 열차를 육로로 연결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반 기술과 시설이 필요하다. 우선 열차페리 전용선을 구축해야한다. 화물의 무게에 더해 열차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할 필요가 있다. 또 선박과 육로를 이어줄 페리터미널연결선과 인입선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화물에 도착지에 맞게 열차의 화차를 구성하도록 돕는 조차장을 마련하는 등의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만 열차페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열차페리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근래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세계 최초의 열차페리는 1850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8.8km에 달하는 포스만을 횡단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그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이용이 증가하여 현재는 주로 발틱해를 중심으로 총 25개의 노선이 운항 되고 있다. 철도 직접 수송이 어렵거나 육로로 수송할 경우 제 3국을 거쳐 길게 우회해서 가야 하는 경우 열차페리가 그 효과를 최대로 발휘한다.
국내에서는 1998년 중국 측의 제안으로 처음 연구가 진행되어 2002년에는 ‘한·중 열차페리 운항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2004년 7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한·중열차페리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현실적 사업 시행 가능성 연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결론을 얻고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근래 들어 다시 논의가 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년 전 대선공약으로 한중열차페리를 내놓은 후 5년 지난 2013년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 전략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유라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전략은 국가 간의 물리적인 단절을 해결할 필요성을 느끼고 한반도종단철도(TKR)를 북한을 건너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반도종단철도(TKR)을 열차페리를 통해 중국과 바로 연결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의 자료에 의하면 열차페리를 이용하여 국내에서 중국으로 수송한 후 중국횡단열차(TCR)를 이용할 경우 기존 시베리아횡단열차(TSR)을 이용하는 방법에 비해 2000km를 단축하게 되어 수송기간을 10일 이상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열차페리는 컨테이너 화물 수송 시 환적과 하역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며, 포장을 간소화시키며 대량 화물운송에 적합하여 앞으로 늘어날 유라시아 교역량에 대응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열차페리 전용선과 페리터미널연결선, 열차페리 조차장 등 시설 투자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러한 시설은 한 국가에만 마련될 것이 아니라 교역할 양 국가의 항구에 설치 되어야 하므로 국가 간의 협의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한국 정부는 계속하여 협의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열차페리를 운영 중인 중국 옌타이시를 방문하여 둘러보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옌타이시정부 장용사 시장 또한 한중열차페리에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페리는 비록 새로운 운송 수단은 아니지만 기존의 운송수단을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운송방식으로서 미래 물동량 증가에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열차페리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축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 임수민 대학생기자 lsm030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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