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심의 국제채권단이 그리스 선주에 증세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채권단은 그리스 재정개혁안의 일부로 톤세제 인상 및 해운업 우대세제의 단계적 폐지를 요구했다. 증세가 실현되면 그리스 해운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제채권단은 EU(유럽연합·European Union), IMF(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ECB(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로 구성돼 있다. 채권단은 금융 지원을 지속하는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에 재정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개혁안에는 해운업의 우대세제가 포함돼 있다. 그리스는 외항선사에 대한 톤세제와 더불어 해운업의 외화 획득을 비과세하는 우대조치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해운과 관광은 그리스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2대 산업이다. 그리스 해운업은 세제지원 기반의 유연한 투자전략을 통해 선사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스 경제에 대한 해운업의 기여는 GDP(국내총생산)기준으로 7~8%에 달한다. 또한 재정위기 이후 그리스 해운업계는 자발적으로 납세액을 확대했다.
그리스 선사는 국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안과 별개로 분리돼 있으며, 금융기관의 차입 등 간접금융에 대한 의존도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실업률이 25%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국가 채무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부유층인 선주에 대한 증세압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의 증세가 실현되면 수도인 아테네, 항구도시 피레우스 등에 소재한 그리스 선사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기업이 해외 이전 시, 그리스 내 유관산업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실업률이 더욱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증세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췄다.
더불어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해운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사이에선 ‘엔고 리스크’ 현상이 언급되고 있다. EU가 그리스 재정지원을 중단하면, 엔화를 매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고는 일본 선사의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그리스의 채무문제를 계기로 엔화가 매수되면서, 미화 1달러가 122엔에 거래되는 엔고현상이 나타났다. 일본 선사 관계자는 “선주의 잣대에서는 여전히 수용가능한 수치인 120엔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벌크시황이 침체된 가운데, 엔고가 진행되면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직결될지 모른다”며 환율동향을 우려했다. 일본 해운기업 매출액의 평균 80%가 달러로 충당되고 있으며, 해운업은 일본 내 상장기업 중 달러 의존도가 가장 높은 산업이다.
EU의 추가 재정지원 조건인 해운 과세가 실시되면 과연 그리스 선사는 국내에 잔류할지, 해외로 이전할 것인지, 더불어 일본 환율과 해운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외신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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