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조합이 1년여 만에 상근 최고 임원인 이사장을 맞이하게 된다. 해운조합이 한달 동안 진행한 이사장 공모 결과 총 7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해운조합 출신 3명과 선사 출신 1명, 교수 2명, 해군장교 출신 1명 등이다. ‘해피아’ 논란을 의식해 해양수산부 출신 인사들은 아무도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운조합은 지난달 27일 후보자적격심사위원회를 열어 7명에 대한 면접을 치렀으며 채점 결과를 봉인해 박송식 회장에게 전달했다. 박 회장은 이를 토대로 최종 후보 2명을 이사회와 총회에 상정하면 총회에서 임·대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신임 이사장을 선출하게 된다. 해운조합은 오는 9일 화요일에 이사회와 총회를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면접 결과를 통보 받은 지 수일이 지나도 최종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해운조합 안팎의 속을 태웠다. 총회 직전까지 함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철통같은 보안을 통해 선거와 관련된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인선 절차를 위해선 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을 뽑게 되는 대의원들에게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총회가 임박해서야 후보를 발표하는 건 대의원들에게 ‘깜깜이 투표’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었다.
박 회장의 장고가 길어지면서 조직 안팎에선 나름의 추측을 통해 최종 후보를 점치는 모습도 연출됐다. 어떤 이는 전문성을, 어떤 이는 업무장악력과 카리스마를 이사장의 덕목으로 꼽으면서 적임자를 제시했다. 다만 < 세월 >호 사고 이후 벼랑 아래로 떨어진 해운조합의 위상을 재건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후보가 이사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해운조합은 연안여객선 참사 이후 많은 것을 잃었다. 핵심 사업부문이 다른 기관으로 넘어갔으며 일반 대중들에게 비리 조직으로 매도되는 등 조합의 신뢰도가 회복 불능 수준까지 추락했다. 당장 7월7일부로 연안여객선 운항관리자가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된다. 연안여객선 운항관리와 공제사업, 일반사업 등으로 업무영역이 구성돼 있던 해운조합으로선 조직의 3분의 1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국회의 한국해운조합법 개정 움직임도 신임 이사장이 대응해야 하는 현안이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과 경대수 의원은 지난 1월과 3월 각각 한국해운조합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해운조합’ 명칭의 독점 사용 규정을 삭제했으며 해양사고 구제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서 제외했다. 또 공제 관련 분쟁을 해결토록 해수부에 공제분쟁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이사회를 견제하는 사외이사 3명을 두도록 했다. 조합 임원의 과태료는 현행보다 2배 많은 1000만원으로 올렸다.
경대수 의원의 개정안은 이사회 의장을 현행 회장에서 이사장으로 변경하는 한편 회장과 부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에서 제외하자는 것이 골자다. 전문경영인인 이사장의 역할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해운조합은 지난해 < 세월 >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소폭 늘어난 833억원의 공제사업 수익을 거뒀다. 대중과 일반 언론의 무차별적인 매도 속에서도 해운조합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꾸준하다는 점을 방증한 것이다. 아울러 해운조합 재도약의 열쇠가 무엇인지도 일깨워 주고 있다.
운항관리 업무를 떼어낸 해운조합으로선 공제사업 강화를 통해 조직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 나가야 한다. 비리의 온상이란 오명을 벗고 조직의 개혁과 해상보험 전문기관 역할 강화를 이끌 신망 있고 전문성을 갖춘 신임 이사장 선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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