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마리나산업을 해양부문 성장동력으로 설정했다. 고용창출과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큰 해양레저스포츠 활성화를 통해 해운과 수산 일변도인 해양산업의 새 지평을 열어가겠다는 의도다. 해양수산부가 2년여 전 재출범하면서 마리나산업 전담 조직인 해양레저과를 설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세계 레저선박 시장은 5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북미와 유럽이 수요·공급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가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에선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이 관광·레저 진흥전략의 하나로 대대적으로 마리나 확충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마리나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마리나는 30곳, 레저선박, 즉 요트와 보트는 1만여척으로 일본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해양레저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 5년간 요트보트 등록척수가 2.6배 증가했다는 점에서 선진국 진입의 길목에 있는 우리나라 마리나산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마리나산업 육성대책을 내놨다. 1만여척인 요·보트 수를 2020년까지 2만8000척으로 늘리고 현재 2200여명 수준인 마리나산업 종사자를 1만4000여명, 산업 부가가치를 3800억원에서 1조52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이다.
정부 정책과 별도로 민간에서의 제도 개선 요구도 눈에 띈다. 우선 분산된 컨트롤타워의 통합이다. 현재 해수부에서 마리나산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곳은 해양레저과다. 이 조직은 마리나산업의 육성과 관광자원 개발, 홍보 등을 도맡고 있다. 이와 비교해 항만지역발전과는 마리나항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해수부 조직이다. 마리나산업 정책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각각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마리나업계에선 민간과의 원활한 소통과 유기적인 협조를 위해선 행정창구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 단체의 통합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현재 마리나산업 관련 단체는 총 3곳이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인 한국마리나산업협회와 한국마리나항만협회, 재단법인인 한국마리나진흥회 등이다. 세 단체가 각각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민간 부문 전략도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개정한 마리나항만법에 ‘한국마리나협회’ 창립을 규정했다. 제도적인 근거가 마련된 만큼 기존 3개단체를 흡수한 통합단체 설립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 아울러 통합협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수익사업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요·보트 면허제 완화도 마리나산업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필기 및 실기, 안전교육까지 마치고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비로소 요트를 탈 수 있다. 요트 조종에 면허증을 요구하는 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국제 요트대회가 열릴 경우 참가하는 외국인선수들에겐 무면허를 눈감아주는 제도적인 모순점도 포착된다. 요·보트 면허제는 마리나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적폐’라는 지적이 많다. 해수부는 해경이 산하조직이던 지난해 초 레저선박의 면허제 완화를 추진했으나 세월호 사고 이후 제도 개선 작업은 멈춘 상태다.
정부의 마리나산업 육성 전략은 해양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안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데다 레저선박 제조와 유통, 마리나항 건설·운영 등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인 만큼 마리나산업 활성화 정책은 착실히, 그리고 꼼꼼하게 진행돼야 한다. 아울러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적인 걸림돌 제거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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