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4 18:34

사상최악 벌크선 시장 3월 터닝포인트 될까

中 수요 부진, 유가급락이 원인…곡물이 시황 견인 예상

벌크선 시장에 사상 최악의 불황이 엄습했다. 케이프사이즈(18만t급 안팎) 시장을 중심으로 시황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볼틱해운거래소가 3일 발표한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전날보다 4포인트 오른 553을 기록했다. 한 달째 500포인트대를 표류 중이다. BDI는 올해 들어 급전직하했다. 771로 새해를 시작한 뒤 1월 말 700선이 무너졌으며 4일(영업일) 후인 2월2일 600선대가 붕괴됐다.

2월 들어선 벌크선 시장의 관심사는 BDI가 역대 최저기록을 다시 쓰느냐였다. BDI는 지난 1999년 11월1일 종전 BFI(Baltic Freight Index)를 대체해 발표됐다. BFI는 1985년 1월4일 처음 발표된 뒤 14년간 건화물선 시황을 대표해오다 BDI에 바통을 넘겨줬다. 볼틱해운거래소는 케이프사이즈와 파나막스를 중심으로 지수를 종합해온 BFI가 시황 평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소형선 지수를 추가한 BDI를 새롭게 발표했다. BFI나 BDI나 1985년 1월4일 발표치인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BDI 시대의 최저기록은 지난 2012년 2월3일 기록한 647이었다. 당시 시황 침체는 세계 해운업계의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수송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BFI까지 시야를 확대할 경우 종전 최저기록은 1986년 7월31일 찍은 554였다. 역사적인 유가하락이 세계 해운업계를 강타한 시기였다. 당시 BFI는 이튿날인 8월1일 556으로 올랐다가 하루 뒤 다시 554포인트로 떨어져 8월6일까지 지속됐다. 역사적인 최저치가 일주일동안 계속 이어진 것이었다.

이 기록이 올해 2월 깨지고 말았다. BDI는 2월11일 553으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새로 쓴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같은 달 18일엔 509까지 하락했다. 29년만에 건화물선 시장의 ‘새로운 기록’이 수립된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벌크선 운임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DI는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상승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3일 BDI가 여전히 종전 역대 최저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벌크선 시장의 부진은 대형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1~2월 케이프사이즈운임지수(BCI)는 2010~2014년 사이 최저점이었던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 가량 하락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더해 중국이 철광석, 석탄, 보크사이트, 니켈광석 등의 원자재 수입을 줄이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하락으로 용선자들이 운임인하를 압박하면서 시황 부진이 표면화됐다. 미국의 곡물수출도 둔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7857만t을 기록, 전 달 대비 7.9%,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다. 같은 달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량은 전월 대비 38% 급감했다. 선주협회 조봉기 이사는 "2월 중순 기준 중국의 철광석 항만 재고량은 9605만t으로 연 초 대비 455만t(4.5%) 감소하며 조금씩 재고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철광석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한 중국이 대규모로 철광석을 매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파나막스시장도 중국 발전소들의 석탄 재고량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해운업계는 곡물 수요가 3월 이후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해운거래정보센터(MEIC) 최정석 연구원은 “남미 곡물 시장이 본격화되는 3월이 시장 회복의 관건”이라며 “3월부터 본격적인 남미-중국 대두와 옥수수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중소형선 시장 상승을 조심스레 전망했다.
 
선주협회 조봉기 이사는 "1분기 곡물 물동량은 전분기 대비 14% 감소하며 파나막스 이하 선형들의 시황 하락 요인이 됐지만 2분기에는 브라질의 대두(Soybean)와 아르헨티나의 잡곡(Coarse Grain)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며 시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에도 곡물 물동량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며 시황을 지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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