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6 10:26

여울목/ 부산 출신 해수부 장관에 대한 우려의 시각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해양수산부 신임 장관으로 내정됐다. 유기준 후보자는 부산 서구를 지역구로 하는 3선 국회의원이다. 국내 제1의 항구도시인 부산 출신답게 해상법 전문 변호사라는 이력을 배경으로 해양수산부가 부활할 때부터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다. 유 후보자 스스로도 전부터 해수부 장관직에 큰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진숙 장관과 이주영 장관의 뒤를 이어 ‘3수’를 통해 비로소 소원을 이루게 된 셈이다.

해양수산업계는 유 후보자가 걸어왔던 그간의 행적을 토대로 해수부 장관 취임 후 활동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보좌관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비롯해 투기, 위장전입, 탈루 의혹 등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지만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하루빨리 3개월이 넘는 장관 공백 사태를 해소해주길 고대하고 있다.

한편으로 부정적인 여론도 해운항만업계 내에서 감지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 후보자가 부산 지역 정치인 출신이란 점이 이유다. 부산은 최근 들어 지역의 발전 방향을 해양·금융으로 설정하고 목표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북아시아 환적허브항만을 두고 있는 지경학적인 이점을 배경으로 싱가포르나 독일 함부르크 노르웨이 오슬로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과 같은 세계적인 해운업 중심도시로 부산을 육성시켜 나간다는 의도다.

해양금융종합센터 및 해운보증기금 유치를 비롯해 국내 유일의 국책 해양수산연구소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부산 이전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기초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엔 해운거래소와 수리조선소 설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해양금융도시를 향한 부산권의 의욕이 과도하리만치 넘쳐 흘러 해운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당장 유기준 후보자는 2013년 말 한진해운의 부산 이전을 주장해 해운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당사자인 한진해운은 전혀 검토조차 하지 않은 일을 유력 정치인이 막무가내로 여론화 함으로써 가뜩이나 정부 지원에 목말라 있는 기업을 난처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부 말기 부산지역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유치를 강력히 주장해 해수부 부활을 위해 보조를 맞춰 오던 다른 항만지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부산이 명실 공히 세계적인 해운금융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선 국내 해운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이해가 필요하다. 과거 부산에 근거지를 뒀던 국내 해운기업들마저 세월이 흐른 뒤 서울로 본사를 옮겨온 건 영업 및 금융 환경의 이점 때문이었다. 화주나 포워더 등 대부분의 ‘고객’들이 수도권에 포진해 있는 데다 금융기관들도 서울에 집중돼 있기에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게 경영상 여러가지로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부산이 국내 대표적인 해운항만 도시라는 덴 이견이 없다. 부산을 세계적인 해운중심지로 키워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국내 해운항만산업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이 거세된 채 진행되는 우격다짐식 확장정책은 오히려 항만을 끼고 있는 다른 도시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과거 항만 건설 계획을 두고서도 부산과 광양 인천 평택이 노골적인 갈등을 빚은 것도 특정 항만에 대한 특혜가 도화선이 됐다.

유 후보자는 이제 정치인의 옷을 벗고 한국 해양수산호의 선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장관 취임 이후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사고를 버리고 우리나라 해운항만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명정대한 행정력을 발휘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된다. 한국 해운항만산업의 생태계가 고루 건강해질 때 비로소 유 후보자의 생물학적 고향이자 정치적 고향인 부산도 글로벌 해운금융도시 도약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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