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운송기업들이 수송한 물동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철도 수송량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도물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철도 컨테이너 수송실적은 39만2168TEU(20피트 컨테이너)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4525TEU에 비해 1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과 비교해 월별 실적도 큰 차이를 보였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월별 철도 수송실적은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며 뒷걸음질 쳤다.
1월은 작년 말 일어났던 철도파업의 영향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22일간의 최장기간 파업으로 화물열차 운행률이 30%대까지 떨어지면서 운송사들은 철도를 이용해야만 하는 화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화물을 육상운송으로 전환해 1월 수송량은 30% 급감했다. 2월과 3월도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년동월대비 각각 19% 17%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시기인 2분기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철도수송실적은 더욱 급감했다. 4월에는 8만2779TEU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14% 감소했으며, 5월에는 22% 급감한 7만9965TEU를 처리해 가장 큰 폭의 감소했다. 6월도 15% 급감한 7만6821TEU를 처리했을 뿐이다.
사전계약판매 시작, 운송사 잔인한 4월
컨테이너 철도수송실적이 급감한 원인으로 업계는 4월부터 시작된 코레일의 전 구간 사전계약 판매를 지목했다. 사전 계약 판매 방식이란 철도로 수송되는 모든 컨테이너 열차를 그동안 경부구간에서 운영해오던 블록트레인(BT, 전세형 화물열차)화 하겠다는 뜻이다. 코레일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컨테이너 전용열차 운영을 내세운 것이다.
처음으로 화물철도시장 운송체계를 뒤바꾼 화물열차단위 사전계약 판매를 두고 코레일과 운송사의 입장차는 극명하게 대치했다. 사전계약 판매에는 경부구간(오봉-부산·광양권)에서 33량 이상의 전용열차를 왕복으로 운영하고 지선구간은 20량 이상 열차로 왕복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운임은 규격별 적재실적에 따라 변동되고 화물이 늘어나는 월말에는 할증운임이 적용된다. 판매계약은 1년을 기준으로 월 운행률이 90%에 미치지 못하면 추가 운임을 내야한다. 운송사들은 1년 단위 화물 판매 계약에 대해서 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은 경부구간 블록트레인도 물량 채우기가 급급한 상황에서 수요가 불규칙한 지선구간에 왕복 열차를 운영하는 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경부구간에 대해서는 전용열차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지선 구간은 왕복운영에 대한 할인율도 거의 없어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선구간을 접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운송체계가 변하면서 운임할인이 대폭 감소한 점도 업계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사유화차 할인을 제외한 기존에 시행되던 탄력운임제 등 각종 할인은 열차 단위 계약 할인으로 통합돼 업체들 입장에서는 기존 할인율이 사라져버린 꼴이 됐다. 그동안 사유화차를 보유하지 않고 블록트레인으로 혜택을 보던 업체들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전용열차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지면서 사유화차의 할인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4월1일 시행 예정일을 코앞에 두고도 운송사와 코레일은 협약을 몇 번이나 뒤엎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운송사들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했지만 결국 코레일의 완강한 입장에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꽉 막힌 철도에 등 돌리는 운송사
겨우 4월에 들어서서야 운송사들은 코레일과 열차단위 판매 계약을 맺었지만 지선구간 화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운송사들이 육상운송으로 전환해버렸다. 지선구간에 왕복열차를 운영하는 것은 손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코레일도 그동안 지선구간에 대해서 손실이 컸던 만큼 지선구간 축소에 대해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4월1일 계약 당시 (오봉~부산·광양)컨테이너 전용열차는 34개가 꾸려졌다. 대부분의 운송사들은 기존 블록트레인을 이용하던 대로 경부구간에 대해서는 열차단위 판매 계약을 맺었지만 지선구간은 대폭 줄였다. 지선구간 수송이 줄어들면서 2분기 철도 수송량은 전년대비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추세로 볼 때 남은 3, 4분기에도 철도수송량은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운송사 관계자는 “사전계약 판매로 철도 이용을 줄 일 수밖에 없었다”며 “2분기에 수송량이 20%나 감소한 것은 철도로 수송되던 지선 구간의 화물이 육상운송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운송사 중에는 줄곧 흑자를 보던 구간이 사전계약 판매가 시작되면서 왕복열차의 상 하행 불균형으로 몇 개월 새 적자를 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사들은 철도 수송률을 줄여도 기존보다 철도운송비용은 더 늘어나 철도수송을 점차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운송사는 관계자는 “코레일이 내부개선은 하지 않고 외부에서 철도운임인상과 운송사들에 비용전가를 통해 적자를 줄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녹색 철도 이용을 장려하기는커녕 퇴보시키는 정책으로 철도에서 운송사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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