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메달을 거머쥔 사람은 누가 뭐래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개막식은 푸틴이 표방하는 ‘강한 러시아’에 걸맞은 웅대한 문화적 파워를 보여주었다.
개막식 프로그램 중 북방 함대를 이끌고 등장한 표트르 대제(재위 1682~1725:조선조 숙종 8~영조 즉위년)는 ‘21세기의 새로운 차르’라는 푸틴의 롤 모델로 알려져 있다. 경기가 끝난 후 큰 공을 세운 선수들에게 획기적 포상을 주며 격려하는 모습도 때로는 관대한 ‘신민(臣民)의 아버지’로 자처했던 차르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었지 않나싶다.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겼다.
평생을 ‘전사군주(royal warrior)’로 자처하며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 러시아를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급격한 개혁은 잘 이해받지 못했고 반대에 부딪혔으며, 크고 작은 반란이 이어졌다. 특히 황태자는 러시아정교회의 지지를 받는 보수적 인물이었는데 아버지와 겪는 갈등 속에서 스스로 왕위를 포기했던 황태자는 반란죄로 체포돼 투옥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아버지인 표트르 대제가 벌인 일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부자(父子)의 유명한 대립은 후에 러시아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서구주의자와 슬라브주의자 간의 대립으로 발전한다. 서구주의자들은 러시아는 서유럽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슬라브주의자들은 러시아정교회가 러시아의 정신적 핵심이며 서유럽과는 다른 국가라고 생각한다.
표트르 대제의 개혁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사상적 대립은 결코 소모적인 것만이 아니어서 오늘날의 러시아를 있게 한 힘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러시아가 배출한 세계적 문호들도 이 대립적 사유 속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도달했다.
특히 러시아의 비판적 철학자 알렉산드르 게르첸(1812~1870)은 표트르 대제의 시대를 “국가는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었으나 개인은 얻은 것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푸틴은 ‘차르’라는 시대착오적 명칭이 붙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차르에게는 차르의 과제가 있고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과제가 있다. 표트르 대제의 시대는 절대 왕정의 무한한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21세기는 세계평화와 국가발전, 개인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공존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겠는가?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미국은 경제적으로 푸틴 대통령 측근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거래를 금지시켰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러시아의 무기’로 변질되는 세계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을 미국이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의 셰일가스와 노르웨이·알제리의 풍부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수급을 이유로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인 독일 등 나토 국가들을 최대한 반(反)러시아 진영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군사적으로는 폴란드에 지상군을 파견하고, F-16 전투기 등을 리투아니아 등에 배치한 뒤, 폴란드와 에스토니아에서 군사훈련을 가졌다.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미군이 주도하는 나토군의 영내 주둔을 요청했다. 러시아에 근접한 동유럽으로 미군의 활동 반경을 넓혀 러시아의 군사적 서진(西進)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봉쇄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7년, 소련의 영토적 야욕을 견제하기 위해 트루먼 대통령은 반공(反共)군사·경제 원조 원칙인 ‘트루먼 독트린’을 선언했다. 이 봉쇄정책으로 1991년 소련 붕괴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소련을 적(敵)으로 규정해 군사적인 압박이 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봉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경제제재가 우선이다. 러시아도 예전과 달리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미국 금융시스템을 통하지 않는 국제거래는 불가능해 금융 제재가 더 효과적이란 판단이다. 이 ‘오마바판 봉쇄정책’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대립 중인 러시아에서 해외 자본의 대규모 유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동안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해외 자본 규모는 510억달러(약 53조원)에 이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월 20일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의 작년 4분기 해외 자본 유출액(170억달러)의 3배 규모로, 지난해 해외 자본유출총액(600억달러)에 육박하는 액수다.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8년 4분기(1320억달러)이후 최대 유출이라고 WSJ는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유출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효과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자본 유출이 증가하자 러시아 경제발전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연초보다 8%가량 하락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올해 최대 1600억달러(약167조원)의 해외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러시아 경제가 장기간 침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가 경제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가 올해 크림반도에 대한 지원 예산으로 책정한 70억달러(약 7조2700억원)가 둔화된 러시아 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푸틴 대통령의 야망 때문에 러시아가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新냉전 벌어지면 한반도에는 다음과 같은 3대(大)딜레마가 상존하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첫째 한국은 미국이 대(對)러 제재 동참 요구 땐 ‘유라시아 연결’ 정책 타격‘둘째, 북은 핵 포기 후 침공 받는 우크라이나 사태 보며 核에 더 집착할 우려가 있고, 셋째, 중국은 미·러 대결 본격화 땐 러시아편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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