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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스타 강상인 이사 |
●●●팬스타그룹은 그동안 남들이 안하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비즈니스로 해운업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2002년 부산항과 일본 오사카항로를 잇는 카페리(여객선)를 띄워 성공적으로 정착한 뒤 2011년엔 고속화물페리를 도입해 한국과 일본 가나자와·쓰루가를 잇는 항로를 열어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건설기계 물류시장을 개척했다.
팬스타가 또 새로운 물류 실험에 도전한다. 부산과 도쿄를 잇는 고속화물페리 서비스다. 팬스타는 오는 29일부터 부산-도쿄 항로에 1만3000t(총톤수)급 고속화물페리 <스타링크원>을 띄운다. 이 선박은 컨테이너 184TEU, 트레일러 92대의 수송능력을 갖고 있는 로로화물선으로, 현재 가나자와·쓰루가-한국 노선에 취항 중이다. 팬스타는 이 선박의 노선을 도쿄까지 확장해 주1항차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화물페리가 도쿄항에 입항해 정기선 서비스를 여는 건 한일항로 역사상 최초다. 도쿄 통관경험 등이 없어 서비스 개설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팬스타는 결국 서비스 신설을 성사시켰다.
팬스타의 한일국제물류총괄책임자인 강상인 이사는 도쿄 취항은 기존 팬스타 화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비싼 내륙운송비에 부담을 느끼던 화주들이 팬스타측에 물류비 개선을 목적으로 항로 신설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PKLB(팬스타코리아랜드브리지·한중카페리 연계 한중일 해상육송 복합운송서비스)를 이용해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화주들이 저희에게 도쿄에 들어갈 생각이 없냐는 문의를 자주 해왔어요. 오사카까지 해상수송한 뒤 도쿄까지 트럭으로 실어나르려면 육송 비용만 20피트 컨테이너(TEU) 한 개당 14만엔(약 150만원) 정도 들어요. LCD(액정표시장치)나 반도체 등의 IT화물은 무진동차량으로 수송되는 까닭에 육상운송비가 60만엔(약 700만원)에 이른다고 해요. 직접 도쿄로 해상수송하면 물류비가 뚝 떨어지게 되죠.”
부산-도쿄 32시간 주파
강 이사는 주요 공략 대상을 항공화물로 잡았다고 말했다. PKLB서비스를 통해 중일간 항공화물까지도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팬스타는 PKLB 서비스의 한중 구간 제휴 사업자를 기존 석도훼리에서 위동항운, 교동훼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물류수송시간은 항공과 비슷한 반면 가격은 항공보다 크게 낮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스타링크원>은 부산과 도쿄를 32시간만에 연결한다. 매주 일요일 오전 0시에 부산 신항 다목적부두(BNMT)를 떠나 월요일 오전 8시에 도쿄 시나가와 부두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도쿄에선 월요일 오후 6시에 출항해 수요일 오전 7시에 부산 신항에 입항한다.
특히 양국에서 모두 당일통관이 가능하다는 점은 항공과의 경쟁에서 큰 장점이다. 일본 현지법인인 (주)산스타가 지난 2008년 통관면허를 취득해 원하는 화주에게 질 높은 통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화나 백합 등의 화훼류가 항공으로 수송되더라도 대략 2~3일 정도가 걸린다. 이들 화물은 토요일에 수확된 뒤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항공기에 실려 수송된다. 일요일에 현지에 도착하더라도 통관은 월요일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팬스타 서비스와 배송시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당일통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해상수송시간을 포함해 하루만에 최종 목적지까지 수송할 수 있어요. 도쿄로 꽃을 수출하는 한 화주는 냉장컨테이너에 담아 페리로 수송하면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당일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엔저에도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항공으로 들어오는 수입화물은 아침에 화물이 출하되면 오후에 창고에 반입해 이튿날 출발해요. 인천공항까지 도착하는 데 3일이 걸리죠. 저희 고속화물페리 서비스는 출하와 함께 통관과 선적이 가능해 부산에 도착하는 수요일 당일에 전국 배송이 가능합니다. 항공과 큰 차이가 없죠.”
운임, 항공의 5분의 1 수준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당 7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400달러로 정했다. 항공요금의 5분의 1 수준이다. “현재 규슈 지역을 거쳐 도쿄 기점 화물이나 항공 위주 포워더들이나 PKLB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일본 도쿄행 화물을 해상으로 직접 수송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용절감과 시간단축을 바라는 화주들에게 크게 어필할 걸로 확신합니다.”
강 이사는 기존 한일항로 취항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쟁격화 우려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항공화물이나 기존 PKLB 화물, 대형 벌크화물 등을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선과의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저흰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기존 (컨테이너선) 화물을 끌어오기보다 화물을 창조해왔어요. 이번에도 선복이 크지 않은 까닭에 항공화물과 대형벌크화물, PKLB 오사카페리를 이용하는 화물 등을 대상으로 영업할 겁니다. 필름이나 8세대 유리는 컨테이너선에 선적이 안 돼요. 항공으로만 실어 나르던 화물인데, 페리로 끌어오려고 합니다. 또 기존 팬스타의 부산-오사카 페리에 간토에서 생산되는 설비재 화물이 많이 선적되고 있어요. 이런 화물들도 도쿄 서비스가 개설되면 실을 수 있어요.”
강 이사는 한일항로 최초의 고속화물페리의 도쿄항 취항은 환율하락으로 경쟁력이 뒤처진 화주들에게 급송화물 납기문제 등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일 해운사 최초로 도쿄를 고속화물페리로 연결하는 서비스가 태동합니다. 아무쪼록 도전과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팬스타의 도쿄 취항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길 성원해주세요.”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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