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7 10:32

클릭무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남북전쟁 배경 1939년도 작품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어쩐지 제목을 입에 담거나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시도 자체가 경외 스럽다고 할까, 아님 위대한 역사적 인물을 올챙이 급 수습기자가 단독 인터뷰를 할 때의 떨림 같은 뭐 그런 기분?
게다가 70년이 넘은 고전 영화중의 최고봉에 속해 필자도 이 영화를 수차례에 걸쳐 보긴 했으나 지금은 그저 막연히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대형 스케일의 미국 남북전쟁 시대상을 그린 4시간짜리 영화였다는 점에만 생각이 집중되고 눈에 그려지는 인물은 ‘비비안 리’ 와 ‘클라크 게이블’ 뿐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장기간에 걸쳐 영화얘기를 이어가려면 아예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고전을 포함시키는 것도 때 늦었지만 순서일 같아 아득히 먼 작품 중에서 누구나가 공감하는 이 작품을 첫 번째로 골랐다.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이었으니 재수입 작품을 봤을 법한데 필자 기억으로는 꼬집어 어느 해에 첫 관람을 했었는지 조차가 모호하다. 아울러 스토리 중심으로 얘기를 전개시키기 보다 영화의 배경이나 규모 및 배역들을 클로즈업 시켜 세계 영화사적 위치와 비중을 부각하고픈 게 또한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한 점을 미리 밝힌다.
이야기는 남북전쟁으로 짓밟힌 미국 남부를 무대로, 조지아 주의 타라에서 대지주의 장녀로 태어난 오만하고 활달한 여인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 분)’ 의 격렬한 삶의 기록과 오래 전부터 그녀의 주위를 맴돌던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분)' 와의 운명적 엮임 속에서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그려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불후의 걸작이요 명작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독특한 매력으로 주위의 모든 남자를 매료시키는 스칼렛은 이웃 농장의 ‘애슐리 윌크스(레슬리 하워드 분)’를 좋아하지만 그는 ‘멜러니 해밀턴(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분)’ 과 약혼을 한다. 애슐리에게 사랑을 고백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자 스칼렛은 홧김에 멜러니의 오빠 찰스와 결혼을 해버린다.
그들의 결혼 직후 남북전쟁이 터지고 애슐리와 찰스도 입대를 하는데 찰스가 전쟁터에 가는 도중 죽는 바람에 미망인이 된 스칼렛은 애틀랜타에 있는 찰스의 고모집에서 멜러니와 함께 살게 된다. 애슐리가 휴가를 나왔을 때도 그를 유혹하려 하지만 그는 멜러니를 잘 부탁한단 말만 남기고 다시 전쟁터로 떠나버린다.
북군이 남부의 보급로를 차단하면서 애틀랜타는 굶주림과 물자부족에 시달리게 되자 스칼렛은 목화를 따고 채소를 가꾸는 노동을 하며 지내며 패잔병으로 돌아온 애슐리의 사랑을 여전히 갈구해도 응하지 않았고 남부가 패전을 하게 되어 농장마저 잃을 지경에 이르자 기회 있을 때마다 옛 자기를 따르던 레트 버틀러에게 부탁을 하려 했으나 그마저 공교롭게 감옥에 갇혀있어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급기야 그녀는 여동생의 약혼자인 프랭크를 유혹하여 재혼한 뒤 그의 돈으로 타라 농장을 되살리고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제재소까지 운영했으나 프랭크 역시 KKK단으로 활동하다 총을 맞고 죽자 또 다시 미망인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레트가 찾아와 구혼을 하자 그녀는 애슐리를 잊지 못하면서도 결혼에 응한다. 여성 특유의 변덕스런 심리와 남성을 사로잡는 지적인 매력을 갖춘 스칼렛이 지독히 가난하게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만나는 모든 여자에게서 모성애를 갈구하는 남자 레트를 세 번째 남자로 택한 것.
둘 사이에 딸 보니가 태어났으나 승마 연습중 말에서 떨어져 죽자 자식을 잃은 자책감과 애슐리를 잊지 못하는 스칼렛에 대한 질투심과 증오감 때문에  부부 사이는 멀어진다.
유산 후 세상을 떠난 멜러니에 대한 죄책감과 동시에 레트에 대해 첨으로 사랑을 깨달은 스칼렛을 두고 레트는 타라로 떠난다. 그녀가 오랫동안 간직했던 애슐리에 대한 애정이 환상이었음을 깨닫고 뒤늦게 진실한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그녀를 버림으로써 레트는 스칼렛에게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겨주게 된다.  
감독으로 대표되는 여느 작품과 달리 1939년 20세기 최고의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 이 ‘빅터 플레밍’감독에게 의뢰하여 영화로 각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주역 외에도 출연 배우 모두가 혼신을 다한 명연기와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한 과감한 투자 등으로 시대의 명작이란 평을 받아 ‘셀즈닉의 영화’ 로 불리기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참 촬영 중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B. 리브스 이슨, 샘 우드, 월리엄 카메론 맨지스 감독을 해고 했으나 여자감독 조지 쿠커와 무난한 성격의 빅터 플레밍 감독만이 마지막까지 메가폰을 잡게 했는가 하면 허리우드 최고의 각본가 7명과 소설가 스코트 핏 제랄드를 포함한 13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단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비비안 리와 다소 느끼하지만 남자다움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클라크 게이블, 그들의 빼어난 외모와 화려한 의상, 흥겨운 대규모 호화 파티와 아름다운 남부의 저택들은 필자의 뇌리에도 저장이 돼 있어 우리가 전혀 겪지 못했던 미국 남부지방의 럭셔리하고 드라마틱한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게 각인돼 있다.
작품을 쓴 ‘마가렛 미첼’ 여사가 3년간의 자료수집과 7년간의 집필 끝에 10년 만에 완성한 원작, 1940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 여우조연, 촬영, 편집 등 11개 부문 석권, 전설적인 영국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부인 비비안 리가 분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까(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를 탄생시킨 명대사, 그리고 화면에 나오지도 않는 배우의 속옷까지도 최고급을 고집하는 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 얽힌 화제를 이 필자가 다 하려면 적어도 대하소설로 몇 권을 쓰고도 남겠다.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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