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8 11:30

KSG에세이/ “지금은 자유개명시대(自由改名時代)?”

한국선주협회 명칭변경에 대한 감회와 小考
서대남 편집위원
옛 부터 세상을 살다가 액운이 겹치면 이를 이름탓으로 돌리거나 이름에 마가 끼었다고 작명소나 철학관에 가서 이름을 바꾸는 예가 많았다.

그리고 요새는 운명이나 팔자와는 관계없이 연예인의 예명은 예외로 하고도 부모가 지어준 멀쩡한 이름을 제 맘대로 뜯어 고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론적으로 ‘지어받는 이름(Christening)’의 시대에서 ‘스스로 짓는 이름(Naming)’의 시대로 변화했다고나 할까?

심지어 조상이 물려준 피의 상징인 성(姓)까지도 바꾸기도 하며 한정된 경우이긴 하지만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아니라도 자연의 형상을 따거나 우리말인지 외국말인지 아니면 에스페란토라도 되는 건지 일부 대도시 간판이나 약품 이름처럼 뜻도 의미도 헷갈리는 이름들도 수두룩하다.

이름짓기를 성명학(姓名學)에서는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에 근본을 두고 음양오행(陰陽五行)의 법칙과 음운(音韻)과 자의(字意)에 수리(數理) 까지를 고려해서 거창한 집을 짓듯이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권유한다.

▲ 作·改名은 先天運 보완, 後天運을 호전시키는 姓名學의 근간

더욱 재미있는 얘기는 사주(四柱)가 선천운(先天運)에 해당한다면 이름은 후천운(後天運)에 해당되어 비록 선친운이 나쁘더라도 이름을 잘 짓거나 잘 못 지은 이름을 개명을 통해 후천운을 보완하여 호전시켜 준다는게 작명이나 개명의 원리로 삼는다는 것이다.

특히 개명의 경우는 초혼보다 재혼이 어렵다듯 후천운을 잘 열어갈 수 있도록 지극정성을 다하여 바라는 바를 담아내는 마음의 꽃으로 피워야 새로 지은 이름의 효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전 앞에서 촛불을 켜는 격이지만 이왕 작명과 개명 얘기가 나왔으니 부연해서 사무실 옆 작명가에게서 들은 얘기로 사족을 붙여본다.

우선 이름은 부르라고 붙여진 것이니 첫째, 이름은 발음상 부르기 좋고 듣기가 좋으며 자연스럽고 품위가 있어야 하며 게다가 참신하고 세련미가 있으며 생동감이 넘치는데다가 한번 들으면 기억하기 쉬워야 하고 개성도 보여야 하는가 하면 또 놀림을 당하는 이름은 절대 금물이라는 철칙이 있단다.

둘째, 이름이 갖는 뜻은 깊은 정성과 소망을 나타내고 밝고 희망찬 이미지를 지녀야 하며 한편 현대적인 감각에 부합하되 담긴 의미가 친근감을 주고 이상하거나 불길하거나 천한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하지만 지나치게 귀엽고 앙증맞으면 어른이 되고나선 부르기가 쑥스러워지는 점까지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는 까다로움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기타 고려대상은 남자이름이 여자같거나 여자이름이 남자같이 뒤바뀌거나 한자 획수가 너무 많아 사용에 불편하지 않은지, 세례명으로 획일적인 작명을 하다보면 동명인이 너무 많아 고유명사인 성명이 보통명사(?)가 되는 케이스까지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 따른다.

그 뿐이랴? 넷째, 또 한가지 대법원이 제정한 인명용 한자에는 교육용 한자 1,800자가 포함돼 있어 독음(讀音)이나 훈(訓)이 부적합한, 이를테면 악(惡), 사(死), 흉(凶), 곡(哭)자 같은 경우는 부적합자로 제외된다니 누구나 하나씩은 갖는 이름 짓기가 만만하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작명대가(?)에게 물어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인명 형식이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성(姓) 한두자에 이름 또한 두세자에 그나마 외자 이름도 많은 판국에 무슨 재주로 짧으면 한 글자, 길어도 두 세 글자 내의 이름에서 저 많은 내용을 무슨 묘수로 담아내는지 무리가 아니냐고.

대답은 필자가 생각한 대로였다. 한마디로 꿈보다 해몽이 엄청 좋았다. 그럼 필자가 이렇게 난데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작명과 개명에 대해 횡설수설 하는 이유는 뭣일까? 인명과는 다른 어느 주요 경제단체명을 두고 이의 개명을 신중히 검토 중이란 사실을 접했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그것도 바로 필자의 친정집으로 민법 제32조에 의해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선주협회(社團法人 韓國船主協會 : Korea Shipowner' Association)가 ‘선주’란 단어의 어감이 국민들에게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창립후 반세기, 50년만에 명칭 변경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

▲ 船主란 語感 국민정서에 非好感 선주협회 명칭변경 신중검토

버마(Burma)를 미얀마(Myanmar)로 나라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봄베이(Bombay)를 뭄바이(Mumbai)로 도시 이름을 바꾸는 예도 흔하게 봐 왔다.

G-20 총회를 치르고 G-10의 경제권에 육박하는 오늘의 우리 경제를 이룩하는 초석이 되고 선주협회를 구심점으로 해운세력 G-5를 민간기업의 힘으로 이룩한 우리 외항해운의 중심단체가 보기 좋고 듣기 좋으라고 개명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산업 내지는 업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름까지 바꿔야 하다니 필자로선 유감천만이 아닐 수 없다.

자본집약적인 산업의 특성상 투자에 비해 고용효과가 적다거나 짧은 호황 긴 불황산업의 대명사가 된 해운이 정부나 금융 당국에 부담을 주는 비호감 산업일지라도 요즘 해병부대에서 빨간명찰 떼기라도 하듯 사업의 주체인 배를 소유하고 이를 운항하여 국가 전략 기간산업으로 국민경제의 젖줄 역할을 다하는 해운산업, 특히 선주란 이름이 천덕꾸러기가 되어 명찰을 갈아 달기에 이르렀다면 과연 ‘선주’는 주홍글씨(Scarlet Letter)를 가슴에 단 역외의 소외자란 말인가?

하긴 건국 초기 1950년대의 ‘대한선주협회’와 ‘한국대형선주협회’란 명칭을 거쳐 1960년 6월20일 한국선주협회란 명칭으로 창립총회를 갖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관공선이나 내항선과의 항행구역 차별화 및 해상운송 역할 구별을 위해 이같이 이름지어진 후에 선주협회란 명칭에 대해 전혀 오가는 말이 없었던 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70~80년대부터 정부의 산하단체 통폐합론이 대두될 때마다 내항 외항과 외국대리점 및 주선업등을 하나로 묶어서 기능별로 조직화된 기구를 만들어야 하느니 어떠니 하는 얘기가 행정 수장이 바뀔 때마다 간헐적으로 나오긴 했어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유야무야 오늘에 이르는 동안 선주협회의 명칭이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 필자는 약간 당혹스럽다.

그러나 이를 듣고 보니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 같진 않지만 필자가 60년대 말 부터 70년대 초 교통부 출입 기자시절 당시 고려해운 이학철(李學喆) 사장이 일본 도쿄의 긴자나 신주쿠 거리 주점에 가서 고려해운 사장이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간고쿠 센슈교가이 후가이조(韓國船主協會 副會長)’라고 하면 주위 모두가 놀라며 VVIP(VIP중의 VIP)로 대접받는다며 한 나라의 선주단체 소속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피력하던 얘기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선주(Shipowner). 이는 전설적인 부의 상징 오나시스나 C.Y. Tung의 언급과는 별도로 우리 해운이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 입은 바 크긴 하지만 무역의존도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차제에 세계해운 G-3 비전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일궈 낸 해운종사자들로 출발한 한국선주협회의 이름표를 바꿔 단다는 논의의 진행을 엿보고 그 이름아래 45년의 세월을 보내며 밥벌이를 했고 지금도 주위를 맴도는 필자에겐 참으로 착잡한 감회가 교차한다.

▲ “현행이건 개칭이건 국민생명선 외항해운으로 영원하라!”

세계 유수국의 해운단체가 ‘선주(Shipowner)’란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굳이 업종을 상징하는 선주란 핵심어휘을 빼고 유사한 이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거부반응은 필자로서도 단호히 배척한다.

한려수도나 유람선 승선 코스가 포함된 여행을 가게 되면, 소규모 선주는 ‘안선주(非船主)’란 뜻이 아니라 정원 10여명 정도의 낚시배나 놀이배를 타도 ‘여기도 선주 저기도 선주’ 에다가 ‘선주협회’란 이름 역시 부지기수로 많이 회자되고 헷갈려 농담으로 “나도 선주고 선주협회요!” 하던 기억이 있기 때문.

그리고 차를 가진 오너 단체는 ‘차주(車主)협회’라고만 하기 보다는 단순 소유가 아니라 운송개념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어감의 ‘택시운송협회(조합)’로 하듯이 단순 선박의 소유가 아니라 해상운송(경영)까지를 포함한 생산적인 산업 디멘션으로 차원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의미라면 황희 정승이 아니어도 명칭변경 검토 문제야 지금의 그대로도 좋고 새 이름 ‘한국해운협회’면 어떻고 ‘한국해운산업협회’ 나 ‘한국해운경영인협회’면 어떠하리오.

또 단명하는 선사들을 보면 옛 코미디언 서영춘의 단골 프로에 어느 작명가가 어렵게 얻은 5대 독자가 장수하라고 오래사는 사람과 짐승 이름을 나열하여 왜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라고 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무릎팍 도사 강호동이 외치듯 필자도 “명칭이야 그대로건 개명을 하건 간에 팍 팍 ~! 한국선주협회와 산하 외항해운업계가 이름 덕분으로 앞으로도 영원토록 긴 호황 짧은 불황으로 상징되는 친국민 친금융 업종, 국민 생명선으로 영원히 발전하고 번영하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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