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6 10:03

이호영칼럼/ 전화목소리 -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얼굴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오늘 아침 식탁에서는 아내와 노후생활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 응대하는 매너가 화제에 올랐다.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인가’하고 가슴이 뜨끔해서 들어보니 다행히(?) 그것은 우리 딸들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아이는 엄마 마음을 배려하는 말을 꼭 해주며 전화를 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를 엄숙하게 깔고 “네” 하는 짧은 말로 응대해 화가 나서 전화 응대 매너에 대해 일장훈계를 해줬다고 한다.

나는 훈계의 대상에서 피해가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나를 보고 “아빠는 일에 열중해 있을 때 밥 먹으러 오라고 하는 전화에 어떻게 응대하는 줄 알아? 명랑한 목소리로 ‘나 앵두엄마...’ 하며 말문을 여는데 아빠는 듣지도 않고 ‘갈게!’ 한 마디로 전화를 끊어버리잖아” 하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 이야기는 서두였고 정작 목표는 나였던 것이다.

그래, 난 참 분위기 없게 전화를 받는 게 사실이기에 아내는 내 전화목소리 하나로 ‘오늘 기분이 좋구나’, ‘오늘은 건강이 안 좋은가?’,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나?’ 하며 온갖 추측으로 마음 졸인다니 나의 멋대가리 없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

나는 사무실 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전환을 해 놨다. 그러니 내 휴대전화는 전화벨이 자주 울린다. 그런데 가장 많은 전화는 ‘긴급대출’, ‘떼돈 버는 부동산정보’, ‘오빠! 외롭지 않으세요?’, ‘운명감정’, ‘여론조사’ 등등 김새고 화가 나는 전화다. 거기에 머리 쓰는 중요한 일을 할 때는 더욱 짜증이 난다.

상황이 이러니 아마도 나는 잠재적 저항감을 갖고 전화를 받는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밥 먹으러 오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게 되니 하던 일의 맥락을 잃지 않으려고 “갈게!” 한 마디로 전화를 끊게 되니 이런 멋대가리 없는 인생이 돼 가나보다.

내 핸드폰으로 가족들이 전화를 하면 전화 건 사람의 이름과 사진이 화면에 뜬다. 이것은 셋째와 넷째가 설정해 준건데 집사람의 경우 ‘내 아내’, ‘엄마’ 등으로, 큰 딸의 경우 ‘아빠 딸’, ‘앵두’로, 둘째는 ‘지연상’으로, 셋째는 ‘두호’로, 막내는 ‘승똥’으로 뜬다.

사진은 엄마나 아이들 모두 환하게 웃는 얼굴이 뜨는데 장난기가 많은 막내는 생선 복어의 얼굴이 뜬다. 사진 제목부터 ‘복어’라고 넣어 놓았다. 볼을 불룩하게 하고 입을 동그랗게 만들고 눈은 치켜뜨고 눈동자를 가운데로 모았다.

전화벨이 울릴 때 ‘승똥’이라고 뜨며 복어표정의 막내사진이 뜰 때는 전화를 받기 전 부터 웃음이 절로 나서 “요 년!”하고 웃으며 전화를 받게 된다. 큰 아이가 전화해 ‘아빠 딸’ 이라고 뜰 때는 그것을 은근히 즐겨 아빠 딸에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아 기분이 삼삼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전화의 특성을 고려해 이렇게까지 배려를 하는데, 나는 일을 핑계로 무미건조하게 응했나보다.

나는 최근 첫 직장 때 과장님이셨던 분과 만나 식사도 같이 하며 종종 흐뭇한 시간을 갖는다. 이 분은 이미 연세가 80이 지척이라 귀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핸드폰은 있지만 잘 쓰지 않고 이메일로 연락하고 있다. 점심약속도 이메일로 하니 다정스레 안부도 묻고 좋아한다는 감정도 표현하게 되므로 무척 정겹고, 만나서도 어떤 대화든 웃으시니 나도 기분이 좋아 그 분이 잘 못 듣는 다는 점이 하나도 불편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 소리가 잘 들리는 아내와의 소통에는 문제가 있다니! 현대인의 삶에선 직접 얼굴을 대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전화로 대화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대면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외모나 용의 등에 신경을 쓰며 얼굴표정까지 신경써가며 중요하게 임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대인접촉인 전화응대에 이렇게 소홀하게 대한다니, 이는 꼭 고쳐야 될 태도다.

나는 언제나 내 곁에 있는 핸드폰이라는 놈을 지금 새삼 노려보며 이놈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집안 식구들 뿐 아니라 나와 전화 통화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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