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주협회 이종철 신임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선박금융을 국제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종철 회장은 24일 회원사 대표 6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선주협회 임시총회에서 제27대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이날 협회는 수차례 열린 회장단 회의를 통해 내정한 이종철 회장을 별도의 투표절차 없이 참석자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사주(오너)가 선주협회장직을 맡아오던 전례에 미뤄 이종철 회장의 취임은 이례적이다. 이 회장은 24대 회장을 지낸 장두찬 KSS 명예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전문경영인로서 협회장에 추대됐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해운업계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절박한 과제를 알게 됐다”며 선박금융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장기 과제로 선박금융전문기관을 추진하는 한편 그 이전이라도 정책금융이든 사금융 해외금융이든 (선박)금융 조건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운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며 "해기사 뿐 아니라 선박금융 인력 등이 공급이 돼야 해운이 발전할 수 있다. 회원사 CEO(최고경영자)들과 가장 시급한 부분부터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보다 해운관련 전문인력과 기업가 정신이 해운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협회장에 추대된데 대해 "산업 초기엔 규제가 많고 시장이 자리잡지 않아 오너가 협회장을 맡아 사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산업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해운산업이 선진화된 여건에선 전문경영인도 핸디캡 없이 충분히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제가 거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협회의 역할론에 대한 의견도 털어놨다. 그는 "개별기업의 어려움과 산업전체의 어려움은 구분돼야 한다"면서 "금융조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기적인 시스템, 원활한 인력충원 등이 경쟁국과 대등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에만 30년째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회사 발전과 이익에만 관심을 가져왔다"며 "앞으로는 해운산업의 전반적이고 보편적인 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해운산업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그는 "해운산업은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달렸다“며 ”생각보다는 중국과 인도 경제가 역동적이어서 건강하게 포트폴리오를 가져간다면 2005~2008년 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그동안 외항해운산업이 그 중요성에 비해 국민의 인식도는 낮다는 지적에 대해 "해운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해운기업의 책임"이라며 "개별기업, 주요 해운기업들이 국제적인 해운선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선전하면 국민 공감대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이 위상에 비해서 저평가 된 점이 있다면 소통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 . 이것은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 향후 홍보강화에 중점을 둘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또 "선주협회 사무국은 22명으로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회원사 협조하에 전문인력을 보완하고 자체 인력도 늘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80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기 3개월 전에 범양상선(STX팬오션의 전신)에 입사 런던사무소장과 영업 및 기획본부장 등을 거쳐 2005년 11월 STX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8년 1월 이후 STX그룹 해운지주부문 총괄부회장을 맡아 STX팬오션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야기된 극심한 해운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했으며, 협회 부회장겸 해무위원장을 역임하면서 해운분야에서 무분규의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3년 1월까지다.
한편 이진방 전 회장은 대한해운이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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