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9 12:00
판례/무효인 양도담보계약에서 양도담보권자가 입은 손해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원고,피상고인】 원고 **금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석** 외 3인)
【피고,상고인】 피고1 **항공주식회사, 피고2 박**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김** 외 1인)
【환송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0026 판결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0. 5. 4.선고 2010나3179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및 쟁점
가. 수입업체인 제1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수산(이하 ‘A수산’이라 한다)의 대표이사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위 회사를 운영하는 외에 개인 명의로 B수산을 운영하였다.
나. A수산 및 B수산은 중국의 닝데 용리우 라지 옐로우 크로커(이하 ‘닝데 용리우’라 한다), 얀타이 워터스타푸드스터프(이하 ‘얀타이 워터스타’라 한다)로부터 냉동갈치와 냉동조기를 수입하면서 대금결제는 신용장에 의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입계약을 체결하였고, 수산물을 수입하기 위하여 A수산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수협’이라고 한다)에, B수산은 주식회사 부산은행(이하 ‘부산은행’이라 한다)에 각각 신용장을 개설하였다.
다. 닝데 용리우 및 얀타이 워터스타는 A수산 및 B수산이 수입하기로 한 수산물의 운송을 운송주선인인 C 로지스틱(이하 ‘C’라 한다)에 의뢰하였고, C는 실제 운송인에게 의뢰하여 수산물을 중국의 센젠항, 칭타오항 등에서 대한민국 부산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A수산이 수입하기로 한 수산물에 관하여는 송하인을 닝데 용리우 또는 얀타이 워터스타, 수하인을 수협의 지시인, 통지처를 A수산, 양하항을 부산항으로 한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L)을, ② B수산이 수입하기로 한 수산물에 관하여는 송하인을 닝데 용리우 또는 얀타이 워터스타, 수하인을 부산은행의 지시인, 통지처를 B수산 또는 A수산, 양하항을 부산항으로 한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L)을 각 발행하였다. 위 수산물을 실제 운송한 주식회사 O코리아(이하 ‘OOCL’이라 한다)는 C에 수하인을 C의 국내 운송취급인인 피고 **항공 주식회사(이하 ‘피고 **항공’이라 한다)로 하여 하우스 선하증권에 대응하는 마스터 선하증권(MASTER B/L)을 발행하였다.
라. 창고업자인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는 망인으로부터 A수산 및 B수산이 수입한 수산물의 입고의뢰를 받고, 2005. 3. 30.부터 2005. 6. 16.까지 사이에 망인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피고 **항공에 수입화물배정요청서를 보내 수산물을 냉동창고에 입고하였다.
마. 그런데 A수산 및 B수산은 위와 같이 수입한 수산물의 수입대금을 결제하지 않았고, 이에 수협과 부산은행이 A수산 및 B수산을 대신하여 중국의 신용장매입은행에 수입대금을 지급하고 하우스 선하증권을 넘겨받아 소지하게 되었다. 망인은 피고 **항공의 부산지사장인 피고 2에게 선하증권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수산물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D/O)를 모사전송(FAX)의 방식으로 송부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피고 2는 2005. 4. 4.경부터 2005. 6. 21.까지 사이에 선하증권을 회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산물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를 A수산과 B수산에 모사전송(FAX) 방식으로 송부하였다.
바. D은 A수산 및 B수산으로부터 위와 같은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시받고 망인에게 하주(荷主) 이름을 A수산 또는 B수산(망인)으로 한 물품보관증을 발급하였고, A수산 및 망인은 2005. 4. 11.부터 2005. 5. 20.까지 사이에 원고로부터 8차례에 걸쳐 합계 12억6,6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원고에게 위 물품보관증을 교부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수산물을 목적물로 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사. 부산은행 및 수협은 각각 D을 상대로 자신들이 소지한 선하증권에 기하여 수산물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 계속 중 원고가 D을 위하여 보조참가를 하였는데, 그 소송 결과 양도담보권을 선의취득하였다는 원고의 항변이 배척되어 부산은행 및 수협의 청구가 각 인용됨으로써 원고는 수산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하였다.
아. 이에 원고는 피고1 **항공 및 피고2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2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모두 기각되어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그 후 환송전 대법원 판결은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 그 결과 환송후 2심은 위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따라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하여 원고승소판결을 하여 이번에는 피고들이 상고를 하게 된 것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3점 및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위 기초사실 및 쟁점에서 가. ~사.항 참조]
원심은 나아가, 국제운송업자의 국내 운송취급인은 실제 운송인에게 마스터 선하증권을 제시하고 실제 운송인으로부터 그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를 교부받은 다음 하우스 선하증권을 제시하는 자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교부하거나, 국내 운송취급인이 하우스 선하증권을 제시하는 자에게 직접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여 교부하는 것인데, 피고 2는 망인의 부탁으로 A수산 또는 망인이 하우스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아니하였음에도 A수산 또는 망인에게 모사전송의 방법으로 화물인도지시서를 송부해 주었고, 피고 2가 송부한 화물인도지시서에는 그 수하인란에 부산은행 또는 수협이 기재되어 있으며, 그 하단에 수하인 또는 그의 정당한 대리인에게만 화물을 인도해 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나, 거래관행상 화물인도지시서의 수하인에 관한 문구는 반드시 문면 그대로 선하증권상의 수하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화물인도지시서를 정당하게 소지하고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보이는 점, 앞서 본 화물인도지시서의 발행 경위로 보아, 그 발행 당시 피고 2로서도 D로 하여금 A수산이나 망인에게 수산물을 반출해 주거나 물품보관증을 작성해 주도록 지시한다는 명백한 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A수산 및 망인은 피고 2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시하여 창고업자인 D로부터 수산물에 관한 물품보관증을 발급받았고, 이에 기초하여 원고는 A수산 및 망인에게 수산물을 처분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고 수산물을 점유개정에 의한 방법으로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A수산 및 망인에게 대출을 실행하였던 점, 피고 2는 A수산 또는 망인에게 수산물에 대한 처분권한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A수산 또는 망인이 이를 처분하는 데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였던 것으로서, 피고 2로서는 A수산 또는 망인이 그 화물인도지시서를 이용하여 수산물에 대한 정당한 처분권한이 있는 것처럼 하여 이를 처분 또는 담보제공하는 등으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예견하였거나 적어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고, 이에 비추어 피고 2가 선하증권을 제시 받지 아니한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나아가 A수산 또는 망인이 수산물에 대한 정당한 처분권한이 있는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이를 양보담보로 제공하고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은 불법행위에 관하여, 공모하거나 적어도 방조한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는 피고 2가 그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가 구체적으로 A수산 또는 망인이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하여 수산물을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데에 사용되리라는 사정까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고, 피고 **항공이 피고 2에 대한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거나 상당한 주의를 하였어도 손해가 발생하였으리라고 볼 증거는 없으므로 피고 2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 **항공은 피고 2의 사용자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자 원고에게 이 사건 대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터잡아, 원고로서는 화물인도지시서가 위법하게 발행된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수산물을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A수산 및 망인에게 대출을 실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수산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한 원고가 입은 손해는 A수산 및 망인에 대한 이 사건 대출 실행으로 인한 대출금 상당액이라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먼저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를 상정하여야 할 것인데,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를 상정함에 있어 고려할 사정들은 위법행위 전후의 여러 정황을 종합한 합리적인 추론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어야 하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정이 그러한 추론에 의하여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이를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를 상정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8다37414 판결 참조).
따라서 당초에는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었던 동산양도담보를 신뢰하여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양도담보를 설정한 동산을 타인에게 인도당하게 됨으로써 양도담보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동산양도담보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양도담보물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며, 위에서 말하는 양도담보물의 가액은 동산양도담보가 유효하였더라면 그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27623, 2763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가 A수산 및 망인에게 이 사건 대출을 함에 있어 이 사건 수산물에 관한 물품보관증을 교부받고 점유개정에 의한 방법으로 이 사건 수산물을 목적물로 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부산은행 및 수협은 D로부터 이 사건 수산물을 인도받은 후 이를 651,603,768원에 매도처분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의 손해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수산물의 매도처분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수산물의 가액 등에 관하여 심리,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대출원리금 잔액 727,570,530원이 곧 원고의 손해액이라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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