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8 07:24

논단/화물배상책임보험의 부보대상과 범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선하증권과 상환없는 화물인도로 인한 손해도 부보대상에 해당함

<5.23자에 이어>

(2)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서(갑 1)의 schedule 제7항 제13호에도 ‘Intentional Negligent Acts of Insured are not covered(피보험자의 고의적 불성실은 담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위 면책규정(보험계약서상의 면책조항도 마찬가지이다)의 취지가 보험계약자 등이 고의나 중과실로 보험사고를 야기한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보험사고로서의 우연성을 결할 뿐만 아니라 신의칙이나 공서양속에도 반한다는 데 있기는 하나, 반면 이 법원의 대한손해보험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상법 제721조의 규정내용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통상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책임보험의 경우 피용자의 행위로 인한 사용자 책임까지 부보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으로 사용자 책임을 부보대상에서 제외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면책규정 또는 보험계약상 면책조항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손해에 한하여 면책된다고 엄격하게 해석함이 합리적이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수익자의 피용자나 기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손해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대법원 1998. 4. 28. 선고 97다11898 판결 참조), 이러한 해석이 위 면책규정의 취지 내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해상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 아닌 자에게 인도함으로 인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지 못하게 된 경우 그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의 행위는 선하증권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의 위법한 침해로서 불법행위가 되며,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권리침해의 결과를 인식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만약 그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그와 같이 인식하지 못하게 된 점에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9. 3. 14. 선고 87다카1791 판결 등)는 이른바 ‘보증도’에 의하여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의미일 뿐, 운송취급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곧바로 운송인의 그것과 동일하게 평가하여야 한다거나 더 나아가 상법상 위 보험자 면책조항의 적용에 있어서도 그와 같이 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 할 것이다.

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9. 23. 선고 2004나7988 판결(확정)

(1) 보험약관 SECTION II(제2부문)에서의 “전임자(their predecessors)”란 피보험자의 사업과 관련한 전임자(前任者)로 피보험자에게 사업을 승계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 파트너나 칠레 세관원, 보세창고업자 등을 원고의 전임자로 볼 수 없다. 또한 이들은 운송인인 원고를 위하여 운송계약의 이행을 보조하거나 대행하는 자들인바, 운송인인 원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하여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면 그러한 자를 운송인의 피용자라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55052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화물이 선하증권과 상환되지 않고 인도된 것이 제2부문에서 부보하는 사고인 ‘피보험자나 전임자 또는 피용인 의 과실과 부작위’ 내지 ‘피용인 의 부정’에 기인한 것이라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보험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 대하여 변제, 승인 또는 화해를 한 경우에는 보험자가 그 책임을 면하게 되는 합의가 있는 때에도 그 행위가 현저하게 부당한 것이 아니면 보험자는 보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723조 제3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재판상 손해배상청구를 받았는데 그 소송에서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로 평가되지 않는 한 보험자는 보상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화물이 인도된 경우에 운송인은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내지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되고, 또한 을 제5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전 소송에서 2001. 7. 9. 피고를 피고지인으로 하는 소송고지신청을 하여 2001. 7. 12. 위 소송고지서가 피고에게 송달되었으나 피고가 전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사실, 전 소송에서 원고는 반소를 제기하는 등 강문봉 의 청구에 대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였으며, 선고기일 지정 후 선고연기, 조정절차 회부, 조정기일 속행 등을 거친 후에야 조정이 성립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전 소송에서 조정에 응한 행위가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로 평가되지 않아, 피고는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다.

(4) 이 사건과 같이 화물이 선하증권과 상환되지 않고 인도된 경우에 불법인도의 당사자가 원고 파트너이든, 칠레 세관원이든 원고가 운송인으로서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내지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원고가 전 소송에서 임의조정을 하였다고 하여 원고 파트너가 이 사건 화물을 불법인도한 것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없고, 더욱이 을 제9, 13, 1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미 전 소송에서 이 사건 화물이 칠레세관에 보관되어 있던 도중 편법으로 무단반출되었다는 주장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설령 그 인도 경위에 대하여 원고가 전 소송과 이 사건 소송에서 주장을 달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점만으로 원고의 행위를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28808 판결

(1) 어떤 보험계약에서 무엇을 보험사고로 할 것인지는 보험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직결되는 보험계약의 핵심적 사항이므로, 보험사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그 범위를 정한 보험약관은 원칙적으로 이러한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나,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 등에 그 근거가 있으므로, 만약 어떤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그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비록 보험사고의 내용이나 범위를 정한 보험약관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3다39942 판결 등 참조).

(2) 기록과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보험모집인이던 소외 김수훈 은 2002년경 복합화물운송업을 영위하는 친구로부터 복합화물운송주선업을 준비하던 제이씨트랜스의 대표이사인 김창복 을 소개받고 김창복 으로부터 ‘서울시가 복합화물운송주선업의 등록기준으로 요구하는 수준의 보험증권이 필요하므로 그러한 보험상품을 추천하여 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김창복 에게 보험상품의 내용이 포함된 안내문을 보여 주며 이 사건 보험상품을 추천함에 있어서, 그 중 섹션 Ⅰ의 보험상품은 복합화물운송업자로서 업무상 발생하는 화물의 손상이나 운송 지연 등으로 인한 법률상 배상책임이 발생하였을 때 그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으로서 그 밖에 별도의 부보위험을 담보하는 특약인 섹션 Ⅱ도 있다는 취지로만 간단히 설명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김창복 은 당시 이러한 등록기준에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섹션 Ⅰ에만 가입하겠다고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된 사실, 한편 섹션 Ⅱ의 보험료는 섹션 Ⅰ의 그것에 비하여 약 4배 정도의 고액으로서 피보험자의 신용도 등에 따라 그 보험료의 액수가 각기 다르고, 실제로 2003년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러한 유형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던 보험계약자 중 단 1건에서만 섹션 Ⅱ에도 가입하면서 고액의 보험료를 실제로 납부한 사실, 복합화물운송주선업의 업자들로서는 그 등록기준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보험증권을 발급받기 위하여 이러한 유형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상례인데다가, 고액의 추가 보험료를 굳이 지출하면서까지 섹션 Ⅱ에 가입하여야 할 정도로 그 특약에서 정한 별도의 보험사고가 실제로 빈발하지도 아니하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나 그 실태, 보험료의 결정 방법이나 액수의 차이, 계약당사자가이러한 보험계약을 통하여 달성하려고 하였던 주된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가사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김수훈 이 김창복 에게, 이 사건 섹션 Ⅱ에서 별도로 정한 부보위험의 내용이나 섹션 Ⅰ의 보상한계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도 상세하게 명시·설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김창복 으로서는 거액의 보험료를 추가로 지출하면서까지 섹션 Ⅱ에 굳이 가입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3) 사정이 이러하다면 적어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제이씨트랜스와 보험자인 피고 사이에서는 섹션 Ⅰ의 보상한계 또는 섹션 Ⅱ의 구체적인 담보 내용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러한 사항이 이 사건 보험계약당사자의 개별적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느 경우에나 항상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한 다음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보험금 청구를 선뜻 받아들인 원심의 조치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이나 약관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 또는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5. 결어

화물배상책임보험은 국제물류주선업자가 물류정책기본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보험이므로 그 부보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하여 합리적이고도 통일적인 약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며 그 해석에 있어서도 그 취지 및 목적에 부합되도록 합리적인 해석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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